“저는 효자(효녀) ○○○입니다.” “효도합시다.” “네. 알겠습니다.”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청록경희태권도장에 들어서자 입을 앙다문 채 품새 수련을 하고 있는 수련생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청록경희도장 수련생들의 모습.

올해 들어 5회째 실시하는 11월 공개수업을 위해 이번 달 프로그램은 품새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유호성(49·7단) 관장은 “공개수업을 통해 자녀가 도장에서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보여주고, 실력이 향상되고 있는 과정을 선보인다. 회를 거듭할수록 부모들의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유 관장은 특이한 이력을 소유하고 있다. 경희대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국회사무처에서 공무원으로서 10년 동안 재직했다. 하지만 공무원 생활에 회의를 느껴 도장을 경영하기 위해 퇴사를 결심, 3년 동안 사범 생활을 하면서 지도 방법을 습득했다. 국회사무처 재직 시절 태권도 수련을 등한시 하지 않고 꾸준히 했기 때문에 도장 경영을 망설이지 않았다고 한다. 태권도에 심취한 그는 경희대 태권도학과로 편입해 학문에 정진했다.

도장을 찾은 지난 22일, 입관 상담을 하기 위해 도장을 찾은 최혜원(13) 수련생의 어머니 정옥선(40)씨는 “지역 내에서 태권도뿐만 아니라 서울시민안전체험장 등 학습에 도움이 되는 체험 학습을 많이 하고, 수련생을 자식처럼 생각하고 따뜻하게 대해준다는 소문이 자자하다”며 입관 절차를 밟았다.

다른 도장과 차별화를 추구하기 위해 고민하던 중 수련생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물해 주기 위해 영상 제작을 시작했다. 2003년부터 직접 수련생들의 수련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 편집까지 도맡아하고 있다. 좋은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서 촬영 장비도 구비했다. 유 관장은 “CD를 나눠주면 수련생들이 부모, 친척, 친구에게 영상을 보여주면서 수련하고 있다는 것을 뿌듯해한다. 수련생들은 수련에 매진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된다”고 설명했다. 

효를 중요시하는 도장은 작년 9월 태권도와 효를 접목시킨 ‘효사랑 가족축제’를 실시했다. 자녀가 부모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면서 가족 사랑과 효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마련했다. 또한 수련생들에게 발씻어드리기, 설거지, 심부름, 안마, 청소 등의 효도쿠폰을 줘 가정에서 효를 실천하고 생활화하도록 지도한다. 

지난 6일 도장 내에서 수련생 7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기아체험 24시간 홈 캠프를 했다.

홈 캠프는 24시간 동안 굶으면서 전 세계 곳곳에서 굶주림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직접 체험하는 것이다. 유 관장은 “수련생들이 부모에게 고마운 마음을 느낄 수 있도록 참여하게 됐다. 처음 하는 행사였는데 앞으로 꾸준히 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유 관장은 “수련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것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도장 수입의 10%는 반드시 도장에 재투자한다. 제2수련장 공사가 끝나서 수련생들에게 조금 더 넓은 공간에서 수련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며 말을 마쳤다.

김령선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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