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도는 것이 정치판이라고 했다.

치판에서 어제의 적이 오늘은 동지가 되고, 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적이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태권도계도 예외는 아니다. 등을 돌리고 서로 칼을 겨누던 사람들이 하루 아침에 동지가 되는 일은 부지기수로 많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많은 태권도인들이 ‘정치꾼’과 진배없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미국 특수부대 지휘관이 적이었던 탈레반이 갑자기 전향하는 바람에 적군과 아군을 가려내기 어렵다며 “오늘 서로 총을 쏘던 사람들이 내일은 한편이 되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고 한 말은 태권도계에도 그대로 통용된다.

대한태권도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모 인사는 “낮에는 월남군, 밤에는 베트콩이 돼서 함부로 말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이 언제 자신의 등에 비수를 꽂을 지 모른다는 말을 농(弄) 섞인 진담으로 말을 한 듯하다.

이해타산에 따라 합종연횡과 이합집산을 밥 먹듯이 하는 태권도 제도권의 일부 태권도인들은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된다”는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을 것이다.

최근 대한태권도협회 기술전문위원회 각 분과 위원장들이 임춘길 前전무의 복귀를 바란다며 복귀 요청 서명을 했다.

그런데 정작 임 전무와 각별한 사이인 황춘성 의장이 서명을 하지 않자 이런 저런 말들이 많다. 황 의장이 왜 서명을 하지 않았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누구 때문에 의장을 4년이나 했느냐”며 황 의장이 신의를 저버렸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 태권도인은 “임 전무가 사표를 내고 복귀하지 않았으면 의장도 복귀를 하지 않는 등 함께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다”며 쓴소리를 했다. 

어쨌든 태권도 제도권 안팎의 인사들은 조금이라도 자신이 손해를 보거나 서운한 일을 당하면, 곧바로 등을 돌리기 일쑤다. 등을 돌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갖 욕설과 비방, 그리고 고소와 진정 등은 태권도계를 혼탁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면 고개를 숙이고, 도움이 안 되면 가차없이 등을 돌리는 태권도 제도권의 일부 인사들과 ‘떡고물’이라도 얻어 먹으려고 그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몰이배들의 대부분 정체성(正體性)이 모호하다. 한마디로 소신도 없고, 지조도 없으며, 그렇다고 철학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들에게는 줄을 잘 서는 처세술과 기회주의적 속성만 있을 뿐이다.

상황에 따라 충(忠)과 간(奸)을 밥 먹듯 하는 소인배들과 이해타산에 따라 신의를 쉽게 저버리는 기회주의자들이 없어야 태권도계가 진실로 정화(淨化)될 것이다.

서성원 기자  dssim22@paran.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서성원 기자
• dssim22@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