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태권도협회 집행부는 권갑수 부회장의 욕설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지난 16일 경기도 장흥에서 만난 장희인(45·사진) 여성심판(한국여성태권도연맹 심판위원장)은 전남 권갑수 부회장에게 당한 언어폭행을 KTA가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 남자일반부 미들급 전남과 서울 경기의 주심이었는데, 판정에 문제가 있었나. 

△비디오 판독을 해보면 알 것이다. 판정에 아무 문제없었다. 서든데스(연장전)에서 서울이 3대 1 우세판정을 받아 이겼다. 심판은 4심제이다. 내가 주심이기는 했지만 혼자 판정한 것은 아니다. 나는 주심을 본 죄밖에 없다. 심판으로서 소신있게 열심히 했을 뿐이다.

- 권 부회장이 판정에 거세게 항의하고 언어 성폭행에 가까운 원색적인 욕설 등 폭언을 퍼부었다. 그때 상황이 어땠는가. 

△ 권 부회장이 여자심판이 왜 있는 거냐며 인식공격에 가까운 욕설을 했다. 그 당시 심판부와 대한태권도협회(KTA) 집행부는 전남의 항의와 욕설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남 측에 말리더라.

- 그 사건이 어떻게 처리됐는가. 

△다음날 KTA 황춘성 의장, 양진방 이사, 박종명 심판위원장이 처벌을 원하는지, 징계를 원하는지 등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싶은지에 대해 물었다. 전남 부회장은 심판석에 와서 “심판 명예를 훼손했으며, 여자에게 막말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악수를 하면서 “섭섭했습니다. 앞으로 그러지 마십시오”라고 답했다.

- 징계를 하지 않고 왜 사과받는 것으로 일을 해결했는가. 

△나는 문제가 확대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자 지도자와 사범들이 왜 징계를 하지 않았냐고 한탄하고 분개했다. 개인적으로 사과를 했기 때문에 개인 간의 문제는 해결됐다고 생각한다. 징계에 대해서는 KTA가 처리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 많은 관중들이 있었기 때문에 참혹한 심정이었을 것 같다. 당시 심정이 어땠는가. 

△동료 심판들과 집행부가 방관만하고 있어서 서운하고 섭섭했다. 10년 넘게 심판을 했지만 현장에서 나를 보호해주는 것은 없었다. 심판들이 올바르게 판정을 해도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심판을 보호해 주는 제도가 없다. 강력한 상벌규정이 필요하다.

- 이번 사태에 대해 더 하고 싶은 말은.

△그에게 딸이 있다면 딸에게도 그런 욕을 하겠냐고 묻고 싶다. 부끄러운 행동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 심판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 같은 동료로서 감싸주는 동료의식이 필요하다. KTA는 또다시 이런 일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강력하게 대응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김령선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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