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조광조 사건 이후 기호학파의 후손인 경주 김씨 봉사공파 가문의 후손들이 전북 김제에 정착해 학문에 정진하며 약해진 체력과 기의 순환을 돕기 위한 심신수양을 목적으로 가문대대로 전수돼 온 ‘태격(太擊)’. 1750년경부터 전수 되어 지금은 전북 김제의 ‘학성강당’이라는 한 서당에서 한학(漢學)을 연구 중인 청학 김종회 선생에 의해 그 명맥(命脈)을 이어져 가고 있다.

<본지>는 지난달 24일자 1면 톱으로 태격의 세부적인 동작과 수련법이 기재된 고서인 태격정로(太擊正路)를 보도해 태권도계의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용인대 태권도학과 측은 본지 기사를 보고 김종회 선생을 강사로 초빙할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태권도 역사 논쟁의 한 단초를 제공할 것으로 보이는 ‘태격’의 역사적 의미와 고서(古書)인 『태격정로』에 담긴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태격을 배우는 문하생들이 학성강당 앞마당에서 인화중통법의 응용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4일 전북 김제시 부량면 벽골제 일대에서 열린 김제지평선축제에서 태격이 일반 대중들에게 공개됐다.

시연에 앞서 이날 태격을 전수하는 있는 학성강당의 한 관계자는 “조선시대의 성리학으로 인해 무를 천시하는 풍조로 우리의 전통무예에 대한 문헌적 근거가 희박한 상태다. 하지만 율곡학맥은 문무 동일사상에 의거 태격을 학문적 완성의 한 수양방법으로써 자리매김해 왔다”고 설명했다.

2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시연은 태격정로에 나와 있는 좌식, 입식, 합식, 천지인 삼법에 대한 이론적인 수련체계 설명과 함께 각각에 따른 동작을 일반인들에게 직접 선보인 자리였다.

태격은 크게 둘로 나누어진다. 좌식(坐食)으로 하는 ‘부상만정법(扶桑滿廷法)’과 입식(立食)으로 하는 ‘중성공지법(衆星共知法)’이다.

먼저 선보인 부상만정법은 온몸에 태양과 광명이 가득하다고 의념()한 채 정자세로 바로앉아 실시됐다. 좌식수련의 최종단계인 들숨 날숨을 고르게 반복(30초 들여 마시고 30초 내뱉는 것)하는 용호상화(龍虎相和)에 이르러서는 맑아진 기운이 되며 희로애락의 감정이 발현돼지 않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는 상태로 들어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4일 김제 지평선 축제에서 처음 선보인 태격의 시연모습.

수련을 시작하기 위한 기초단계인 부상만정법에서 내공을 완성하고, 무술적인 차원으로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한 다음단계는 입식수련인 중성공지법이다. 태권도의 기본동작과 너무도 흡사한 수법, 보법, 체법 등의 시연을 보던 일반대중들은 “태권도동작과 많이 흡사하다”며 입을 모았다.

시연을 지켜본 김제시청의 한 관계자는 “이곳 김제가 대한민국 전통 무예의 계승 지 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태격 수련에 앞서 학문적 완성을 위해 사서삼경을 외던 서송골과 태격의 수련장소인 각저판이 원형그대로 수 백년째 이어져 오고있다”고 덧붙였다.

김제시청의 박금남 부장은 “내년부터 태격에 대한 학문적 연구를 집중적으로 실시해 더욱 자세한 고증을 거쳐 분명한 근거들을 속속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대길 기자  dssim22@paran.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정대길 기자
• dssim22@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