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정국현, 한재구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국가대표 선수로 활약한 뒤 1990년 미국으로 건너가 제7회 세계대학선수권대회와 팬암아메리카대회 등에서 미국여자대표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권기문(44·사진) 사범.

그는 현재 미국 클리브랜드 외곽에 위치한 고즈넉한 마을에서 천마태권도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 땅에 첫발을 내딛는 후배사범들이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준비해야 할부분이 있다”고 하는 그를 지난 9일 제88회 전국체전이 열리는 광주에서 만났다.

권기문 부단장.

- 태권도를 통해 미국으로 진출하려는 지도자들이 많다.  
△ 미국에 오려면 일단 강해져야 한다. 타국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서는 연약한 마음가짐으로는 안 된다.  미국행 비행기를 타면 모든 게 다 되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요소가 있다. 

- 그렇다면 미국행을 준비하는 지도자들이 꿈을 이루기 위해 갖춰야 할 것이 무엇인가.
△ 태권도만으로는 안 된다. 한마디로 ‘멀티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 태권도 경기를 지도할 수 있는 능력, 충실한 기본발차기와 기본동작을 토대로 한 품새, 여기에 봉술, 호신술 등을 겸비한 합기도 기술까지 겸비한다면 미국 내 마스터로서 실기능력은 걱정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지금도 부족한 부분을 배워 지도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선행돼야 할 것은 어학능력이다. 

-  미국의 태권도장에 대해 설명하면.
△ 미국의 70% 이상의 도장들이 순수 태권도만을 가르치지 않는다. 변화해 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재 미국 땅을 처음 밟는 한국 지도자들 중에는 앞차기(front kick), 돌려차기(spin kick) 옆차기(side kick) 조차 영어로 말하지 못하는 지도자들이 많다. 어학은 필수다. 준비되지 않은 지도자들이 미국을 찾게 되며 겪게 될 국가 간 문화적 차이는 자신들에게 치명적인 결과로 다가올 것이다.

- 미국에서 15년 넘게 태권도장을 운영해 오고 있다. 자신만의 지도철학이 있을 텐데.
△ 미국 도장에서 사범은 ‘스타(star)’다. 도장 내의 모든 수련생들이 나에게 예(禮)를 표하며 허리를 숙이며 인사하는 것은 “당신을 존경 한다”는 마음에서다. 우리도장은 예의와 인성이 모두 갖춰지고 난 뒤에 태권도를 배울 수 있게 한다. 

- 미국 도장과 한국 도장을 바라보면서 어떤 차이점을 느끼는가.
△ 미국의 태권도는 아직까지 무도다. 우리도장의 수련생 분포를 보면 60(중장년층) : 40(유소년층)의 비율이다. 하지만 한국 도장은 그렇지 못하다. 보육시설기능으로 전락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도장을 예로 들면 1단을 취득하는데 2년 반에서 3년의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한국은 대부분 1년 내외다. 심사시간에서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평균 1인당 3~4시간이 소요되는데 반해 한국에서의 심사시간은 너무 적다. 오래전 수련생들을 데리고 국기원에 왔을 때 때마침 승단 심사가 있어 수련생들에게 종주국에서 치러지는 태권도 승단 심사를 보며 안 좋은 인식을 갖게 될까봐 노심초사 했던 기억도 있다.

- 미국대표팀 부단장으로 왔다. 이번 전국체전에 임하는 각오는.
△ 10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한국계 2세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메달을 획득한다면 좋은 일이지만 이들이 대회를 출전한 궁극적인 목적은 한국을 알고 가는 것이며 또 자신의 실력 향상이다.

정대길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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