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도둑·뱀·공해가 없고, 향나무·미인·바람·물·돌이 많아 3무(無)5다(多)의 섬이라 불리는 울릉도. 그 섬에서 태권도를 수련할 수 있는 유일한 태권도장이 있어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울릉도 도동에 있는 동아태권도장. 원은철(30) 관장은 2001년, 2002년 일반부 경남대표선수를 하다가 2003년 달랑 도복 하나 들고 울릉도로 갔다.
태권도장을 경영한 공로로 제1회 울릉군민상 특별공로상을 받았던 김정태(73) 관장이 건강이 좋지 않아 울릉태권도장의 문을 닫은지 벌써 2년이 된 시기였다. 원 관장은 지금 김 관장의 뒤를 이어 울릉도에서 유일하게 태권도장을 열고 태권도 보급에 열정을 쏟고 있다.
경상남도 남해가 고향인 그는 고향에 있는 동아태권도장에서 울릉도에 도장을 개관하겠다는 목표로 6년 동안 사범 생활을 했고, 울릉도에 같은 이름의 도장을 개관했다. 젊은 시절 집안과 주위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울릉도로 갈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태권도에 대한 애정이 컸기 때문. 동해에 외롭게 떠 국토의 막내둥이와도 같은 울릉도에서 태권도를 가르치고 싶다던 자신의 소박한 꿈을 이루었다.
이웃 일본과의 독도 소유권 시비가 벌어져야만 관심을 받곤 하는 울릉도. 태권도대회에 출전하는 원 관장의 수련생들은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적힌 도복을 입고 있어 눈길을 끈다.
아내 김혜경(29)씨, 아들 원성빈(2)과 함께 울릉도에 삶의 터전을 닦은 원 관장과 지난 18일 전화인터뷰를 했다.
-울릉도에 도장을 개관해야겠다는 생각을 언제 하게 되었는가.
△군에 입대하면서 진로 고민을 했다. 군·사단 대표로 태권도대회에 출전하면서 태권도가 내 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태권도 선수로 활동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국가대표를 꿈꾼다. 나 역시도 그랬지만 국가대표가 되지 못했다. 그래서 태권도가 불모지인 곳에 가서 태권도를 보급하고, 후배를 육성해 국가대표로 양성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경북과 경남 지역을 탐색 하던 중 섬에서 태권도를 배우는 것이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울릉도를 선택하게 됐다.
-지인도 없는 곳에서 도장을 개관하느라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도장을 개관했다. 도장을 하기로 결정한 장소가 오래전부터 비어있어서 거미줄을 치우는 것부터 페이트칠까지 직접 했다. 후배가 도와주기는 했지만 인력이 부족해 준비기간이 한 달가량 소요됐다. 호구 4개, 관절보호대 4개, 미트 4개, 도복 30벌로 도장을 시작했다. 돈이 모자라 6개월 동안 도장 간판도 걸지 못했다. 하지만 준비기간에 현수막을 걸어 홍보를 해서 수련생 15명으로 시작했다.
-도장에 다니는 수련생들이 대회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들었다.
△중등부 5명, 고등부 2명이 대회에 출전했으며 초등부 6명은 내년부터 출전시킬 예정이다. 올해 경북신인선수권대회 고등부 경기에서 김승민(헤비급)이 금메달, 중등부 경기에서 박민규(미들급)가 은메달을 획득했다. 대회에 출전해서 1위에 입상한 것이 처음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출전했던 대회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대회 출전 준비는 어떻게 하는가. 육지에 사는 선수들은 스파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만 울릉도에 사는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연습할 기회가 적을 것 같다.
△도장 수련생들의 지도 시간이 부족해 2005년부터 고등학교 태권도부 후배 박상수(28)사범과 함께 수련생들을 지도했다. 박 사범이 있는 동안 대회 준비를 위해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 두 달 전, 박 사범이 도장을 그만두고 육지로 나갔기 때문에 앞으로는 중·고등부 수련생들이 수련하는 저녁 시간에 대회 준비훈련을 할 예정이다.
-승단심사나 대회 참가를 위해서는 육지로 나와야 한다. 지리적인 여건 때문에 불편한 점은 없는가.
△경기하는 시간보다 대회 장소까지 오가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더 길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대회에 참가하지 못한다. 포항에서 울릉도까지 가는 배가 하루에 한 편밖에 없다. 배 시간을 놓치거나 태풍경보, 태풍주의보로 인해 배를 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승단심사도 마찬가지였다. 작년부터 경북태권도협회에서 현지 사정을 고려해 울릉도로 심사위원을 파견해 승단심사를 보기도 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태권도를 하고 계속 하고 싶은 학생들은 육지의 태권도부가 있는 학교로 보냈다.(포항 흥해공고에 조민규, 흥해중에 김진영, 장지종 등 유학 중) 앞으로도 태권도를 계속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육지에 있는 학교로 추천할 계획이다. 아직까지는 울릉도에는 정식 학교 태권도부가 없다. 앞으로 정식 태권도부를 창단해 울릉도에서 국가대표선수가 나올 수 있도록 힘쓰겠다.
김령선 기자 lovelyca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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