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인가, 다른 사람과 동업으로 여행사를 열게 되어 1984년 4월 여행객을 유치하기위해 이집트 카이로에 가게 되었다. 이집트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려 할 즈음 정기영 사범을 만났다.

젊은 시절 안헌기 사범(왼쪽)의 수련 모습.

물론 정기영 사범 이전에 정성홍 사범이 있을 때에도 이집트 서수들을 그리스 아테네에 데리고 오면 훈련을 도와준 적이 있었는데 아마도 후임으로 파견된 것 같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카이로에 온지 얼마 안 되는 정사범이 이집트 경찰을 데리고 시범을 한다며 며칠 도와주기를 청하여 거절하지 못하고 태권도와 정사범을 위해 자비로 호텔 비용을 내가며 머물렀다.

정사범은 해외사정에 밝지 못했던 때라 성심성의껏 도와주고 나는 아테네로 돌아왔다.

싸이프러스는 터키와 그리스 사이에 있는 조그마한 섬나라로 1974년 8월 그리스와 터키분쟁으로 분단 된 한국 이외는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이며 그리스말을 사용하는 나라이다.

1983년 태권도를 배우기 위해 아테네에 온 싸이프러스 학생 한명을 가르치다 보니 싸이프러스에 태권도를 보급해 달라는 요청을 받게 되었다. 결국 싸이프러스의 수도인 레프코시아로 초청을 받아서 1983년부터 1990년까지 도와주었는데 조그만 도장을 차려 태권도를 시작할 때 가라데의 극성스러운 방해공작으로 도장 유리창이 부서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학생들을 부둥켜안고 위로도 하고 학생들이 울기도 여러 번 될 만하면 유도협회와 가라데의 방해공작이 수도 없이 반복됐다.

태권도가 유도 가라데협회에 예속되어 있다가 올림픽 스포츠가 되고 서야 단독협회가 생겨나기까지 그 어려움을 형용할 수 없이 많았다. 밑천이 없으니 맨주먹으로라도 세계태권도 보급에 앞장서왔기에 현재의 싸이프러스의 태권도가 있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또한 지금은 레바논과 국제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이스라엘로부터 초청을 받고 제3의 세계같은 이스라엘을 가기로 결정한다. 어렵게 비자를 받고 이스라엘 공항에 도착하니 검색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다시 돌아오고 싶을 정도였는데 그 순간 까다롭고 성질이 날 정도로 꼬치꼬치 캐 붇는 내나라 한국이 생각났다.

분단국가이든 대치국가이든 상황은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마음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입국수속을 마치고 공항 밖으로 나가보니 남자고 여자고 할 것 없이 긴 총을 어깨에 메고 다니는 삼엄한 분위기였다. 목적지인 시내로 향하는데 운전하던 학생이 쇠파이프를 꺼내드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레바논 지역을 통과 할 때는 잘못하면 불시에 테러나 돌멩이 세례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쇠파이프를 꺼내들고 방어 자세를 취하면서 지나간다는 것인데 이곳도 긴장상태를 늦출 수 없는 지역 가는 곳마다 쉬운 나라는 없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내 나라에서 그냥 눌러 살았다면 이러한 경험은 하지 못 하였을 텐데 나에게 크고 작은 다양한 체험을 하게 해준 태권도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

이스라엘 특공무술과 함께 태권도 시범을 마치고 난 느낌은 남녀 구분없이 내던지기도 하고 아무데나 차고 주먹으로 치는 것을 보고 좀 충격적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스라엘의 특공무술의 매서움을 느끼게 했다.

그리스로 돌아가는 길 그때는 더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야 했는데 비행기 표는 누가 샀느냐 짐은 누가 쌓느냐는 등의 귀찮은 질문공세에 신발을 벗기는 것은 그렇다 치고 팬티까지 벗어야 하는 불쾌하기 짝이 없는 대우까지 당하면서 오직 태권도 보급을 위한 노력이 있어 이스라엘의 태권도가 창설되었다.

88년 서울 올림픽 유치기념 태권도 시범을 그해 1월 1일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보물 1호인 아크로폴리스 파트레논 신전 앞에서 하기로 했다. 허가를 받는 일도 있었지만 시범생 동원이 제일 어려운 관건이었는데 휴가기간이라 학생들이 거의 아테네를 떠나있는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개인 경비를 써가며 일간스포츠 소년한국일보 특집기사 제작에 몸을 사리지 않고 협조를 했더니 김성우 한국일보 사장으로부터 얼마 후 감사패가 전달되었다.

안헌기 사범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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