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태권도계에서 태권도장을 직접 운영하며 태권도를 가르치는 여성 지도자는 100명 안팎이다.

작년 국기원에서 승단(품)을 한 여성 수련 인구는 남성 수련 인구의 약 9.7%에 해당한다. 따라서 태권도 인구 10명 당 여성 태권도인은 1명도 채 안 된다.

이런 가운데 옹골차게 일선 태권도계에서 활동하는 여성 태권도인이 있다. 그 주인공은 서울시 성동구에 위치한 두산태권도장 박은미(28·5단) 관장. 박 관장은 여성 지도자로서 사범 생활 10년의 노하우를 갖고 도장 경영에 발을 내밀었다.

박은미 관장(왼쪽)이 수련생들과 마주 앉아 전방 낙법을 가르치고 있다.

‘여성’이라는 인식 때문에 초반에 수련생과 학부모 사이에 남성 지도자보다 못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극복하기 위해 박 관장은 꼼꼼한 지도 방식과 실력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박 관장은 도장을 인수 받을 당시 산만한 몇몇 수련생들 때문에 난감했다. 박 관장은 “대화를 통해 닫혀 있는 마음의 문을 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련생이 모범적인 행동을 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칭찬을 해준다”며 수련 시간에 수련생을 돋보이게 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초등학생이 방과 후 평균 3개의 사교육을 받고 있는 현실에서 태권도를 주 5회 배우게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인지한 도장은 주 2회·3회 수련을 하는 수련생들도 모집하고 있다. 박 관장은 “주 5회 수련을 하는 수련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도장을 그만두는 수련생들이 많아진다. 장기간 수련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린 수련생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박 관장은 5, 6세의 수련생도 지도한다. 힘들고 강하게 지도하다보면 수련생들이 힘겨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래서 박 관장은 강도 높은 수련보다는 수련생들에게 흥미를 주는 태권도를 선호한다.

월요일-품새와 낙법, 화요일·수요일-태보와 태권체조, 목요일-기본동작과 쌍절곤, 금요일-음악줄넘기 이외에 학교체육 등 음악적인 효과를 더해 수련생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수련하도록 유도한다. 또한 매주 수요일 웅변 지도를 통해 수련생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준다.

남매 정광수(11)군과 정희수(8)양은 도장에 함께 다닌다. 정희수 양은 3개월 전부터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했다. 정광수 군은 “동생과 싸울 때 희수가 태권도를 배우고 나서 힘이 더 세졌다는 것을 느낀다”며 멋쩍은 듯 웃었다.

여성 지도자로서 새침한 여성 수련생들의 심리를 잘 파악하기 때문인지 박 관장이 도장을 맡은 이후 여성 수련생들이 증가했다. 시범단과 성인부를 둬 난이도가 높은 기술을 구사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새내기 도장 경영자 박 관장은 주변 도장에 뒤지지 않기 위해 다른 도장 공개심사를 참관하며 발로 뛰고 있다. 박 관장은 “관장이라는 직함이 주는 책임 의식과 사명감을 갖고 도장을 이끌어나가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김령선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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