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들이 일제히 기립박수를 쏟아낸다.

정갈하게 도복을 입은 한 백발의 노인이 경기장 위로 올라섰다. 얼핏 보아 진갑(進甲)은 훨씬 넘겨 보인다. 지난 19일 제2회 WTF세계품새선수권대회 파견 국가대표선수선발전 개인장년2부에 출전한 최성호(71)씨.

관중석의 모든 이들은 숨죽이며 그의 품새에 빠져들었다. 고령의 나이가 믿겨지지 않는 절도 있는 손동작, 자신의 몸을 한 바퀴 회전해 돌아서 차야만 하는 돌개차기 발동작, 모두 완벽하게 소화했다. 52년 동안 하루도 수련을 게을리 해 본적 없다는 그를 경기가 끝난 후 만났다.

최성호 씨.

-71세의 나이에 경기 출전에 관중들의 반응이 대단하다.

△평생도전하며 사는 것이 나의 삶이다. 도전은 나의 태권도 정신이기도 하다. 경기 중에 보내주신 환호에 크게 감사한다. ‘70’이라는 고령의 나이에 대한 격려가 아닌 태권도에 대한 도전정신에 관한 것이길 바란다.

-경기 내용면에서 장년부(50세 전후)선수들과 겨뤄 전혀 뒤처지지 않았다.

△1955년 충주고등학교에서 태권도를 처음 접한 후 지금까지 하루도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예전 품새와 많이 달라 경기에 참가하기위해 힘든 부분이 있었다. 경기를 하기에 내 몸은 전혀 불편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어 발차기 하는데 어려움은 있지만 젊어지고 건강유지 하는데 태권도보다 더 좋은 운동은 없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수련한다. 관절에 이보다 더 좋은 운동이 있을까 라는 생각도 한다.

-참가결심에 따른 주변의 반응은.

△자식들과 37년간 나와 함께한 주변의 경찰관계자들 모두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잘못하면 다쳐요. 라는 자식들의 걱정도 있었지만 태권도에 대한 나의 열정을 알기에 지금은 든든한 후원자다.

-경찰생활을 하며 태권도 보급에도 힘썼나. 

△1961년 순경시험에 합격한 후 91년부터 95년까지 미국 시카고의 치안영사로 발령받게 됐다. 92년 LA폭동이후 흑인사회와 한인사이가 갈등과 위화감이 극에 달한 터라 한인들에게 호신차원의 태권도보급을 시급했다. 이러다 죽는 것이 아닌가라는 불안감속에서 태권도를 지도했다.

-할머니시범단과 같은 노인태권도가 언론에 소개되고 있는데.

△정말 좋은 현상이다. 태권도는 신체, 정신 모두 노인들에게 가장 좋은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나의 관절 마디마디가 50대 못다. 노인들 중 누군가가 나를 보며 태권도를 수련하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다.

-도전은 계속할 건가.

△내 몸이 허락할 때까지 참가할 것이다. 태권도인에게 태권도정신이 무엇인지 태권도수련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알게 해주고 싶다.

정대길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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