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을 하루 앞두고 선수단 숙소인 중국 베이징시의 룽 팰리스 호텔 로비에서 본지를 탐독하고 있는 말끔한 양복 차림의 노신사가 눈에 띄었다.

그는 11년간 통가에서 태권도 정착화에 힘써온 백윤필(68)사범.

“저희 신문 보고 계시네요. 멀리서 오셨나요” 라고 기자가 묻자 그는 “통가에서 왔습니다. 너무 멀고 어려운 생활환경 탓에 이런 기회가 있을 때만 신문을 볼 수 있다”며 너털웃음 짓는다.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것만으로 큰 보람이라는 그는 처음에 선교 활동을 목적으로 통가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고 한다.

- ‘통가’는 매우 낯선 나라인데.
△ 한국서 보낸 우편물이 도착하려면 20일 이상이 걸린다. 상당한 거리다. 많이 알려 지지 않은 국가다. 남태평양 상에 위치한 아주 작은 섬나라로 통가어와 영어를 사용하며 인구는 10만 명이 조금 넘는다. 주민들 대부부분이 코코넛을 재배하는 GNP가 1,460$(US)인 빈국이다.

- 그럼 이런 멀고 힘든 통가에 와서 왜 태권도를 보급하게 된 건가.
△ 미국에서의 태권도사범생활을 정리하고 기독교에 매료돼 한국에서 전문인 신학교 1년 과정을 마친 후 선교활동을 하고 싶었다. 어떤 방식의 선교활동을 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다. 그때 뇌리를 스친 것이 ‘태권도선교’였다. 기독교를 접해본 적 없는 그들에게 태권도를 통해 손쉽게 접근해 복음을 전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들었다. 

- 태권도를 가르치면서 어려움은 없는가.
△ 통가의 경제력은 최빈국 수준이다. 수련생들이 몸에 맞는 도복을 입기도 힘든 실정이다.  수련비 역시 무료로 가르친다. 수련생들이 코코넛 나무를 3개씩 자신의 집주위에 심어주는 것으로 대신한다. 훈련장비 역시 많이 부족하지만 수련생들의 열정이 대단해 지도하는 시간  만큼은 부족함을 못 느낀다.

- 현지에서 태권도의 반응은 어떤가.
△ 통가에서는 국왕의 취임식 때 마다 1천명의 태권도 수련생들이 시범을 보인다. 지금까지 가르친 제자들 중에는 올해 통가 체육부장관이 된 사람도 있다. 통가의 태권도는 국왕으로부터 정식으로 인정받은 스포츠다. 정부 측 지원이 대단하다”

- 통가의 국기로 태권도가 인정을 받은 건가.
△ 현재 통가의 국기 스포츠는 럭비다. 작은 규모의 대회지만 지난해 9월 충북 진천에서 20개국 1천명의 선수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제5회 세계태권도화랑문화축제 품새 부분에서 통가 선수들이 상위 입상을 했다. 또 이번 세계선수권대회까지 참가할 정도의 기량을 갖춘 선수들까지 있어 머지않아 통가의 국기로 태권도가 자리 매김 할 것이다.”

- 태권도가 정착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던 것 같다.
△ 통가에 태권도를 보급한지 올해로 11년이다. 처음 태권도와 선교활동 두 가지를 다해 낼 수 있을지 두려웠다. 지금은 현지에 작은 교회도 설립한 상태다. 태권도와 선교활동 두 가지 모두 어느 정도 이뤄졌다. 아직도 일선에서 땀 흘리며 직접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다. 앞으로의 남은 생도 통가태권도 발전에 힘쓸 것이다.

정대길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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