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저우(鄭州)서쪽 방향의 소림사(少林寺)로 가기 위해 정저우 소피텔호텔을 출발한 시간은 오전 9시 30분. 제남국제공항에서 호텔까지 6시간 가량 소요되는 것까지 계산하면 정저우를 거쳐 소림사에 도착하기까지 버스로 7시간 이상 걸린 셈이다. 소림사로 가기 위해 국기원 소속으로 간 전국시도협회 회장단 일행 30여 명과 함께 버스에 몸을 실었다.

권법의 자세를 하고 있는 승려의 모습이 담긴 동상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시도태권도협회 회장단.

버스로 이동하면서 현지 가이드는 소림사가 지금처럼 유명해진 것은 1989년 스용신(釋永 信)방장이 소림사의 주지로 취임하면서부터였다고 설명했다. 스용신 방장은 사찰좋은 제품을 생산하고 마케팅을 활발하게 펼치는 기업처럼 운영함으로써 종교와 문화를 알려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었고 이것이 오늘날의 소림사를 만들었다.

소림사는 1928년 군벌항쟁기에 석우삼(石友三) 군벌에게 파괴되어 불타버리고 옛 모습은 남아 있지 않다고 밝혔다.

소림사와 가까워질수록 무술 권법의 자세를 잡고 있는 승려의 모습이 담긴 안내판이 속속 등장한다. 아스팔트가 깔린 도로 위를 달려 어느 덧 소림사로 들어가는 첫 번째 관문인 톨게이트에 도착. 관문을 통과하자 무술의 본고장답게 무술학교들이 나타났다.

햇볕이 내리쬐는 날씨에도 수련을 하는 학생들이 무술학교 운동장에 가득했다. 현지 가이드는 소림사 주변에 35개의 무술학교에서 무술을 배우는 학생은 1만 5천여 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5악 중의 하나로 꼽히는 숭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는 곳에 위치한 소림사. 입구 옆에는 달마대사의 동상이 우직하게 서 있었다.

버스에서 내리자 숭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일행을 맞이했다. 소림사 입구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려야 할 정도로 명성에 비해 규모가 작았다.

매표소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자 안내판에 중국어, 영어 밑에 한국어도 써 있었다. 현지가이드는 서둘러 일행을 무술공연장인 단무청으로 안내했다.

단무청으로 가는 길, 소림무술학교 수련생들이 수련을 마치고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몇몇 수련생들은 수련도구 및 청소도구를 들고 다녔다. 찢어지고 낡은 매트를 들고 가는 모습을 보니 수련 환경이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단무청 내부는 원형 공연장으로 200여개의 좌석의 마련되었지만 좌석이 꽉 차 늦게 도착한 관객들은 서서 봐야 했다.

여자 진행자의 소개로 공연이 시작됐다. 초등학생도 안 됐을 것 같은 앳된 승려가 팔을 360도 회전하며 유연성을 과시, 기인열전에나 나올 법한 무술을 선보였다. 암전이 된 다음에 등장한 승려들은 점프와 텀블링을 하며 무대 위를 뛰어다녔다.

무대를 지켜보던 조영기 전라남도태권도협회 회장은 “태권도는 공격과 방어의 선이 분명하고 힘이 강하다. 공연을 보니 무술이 무용이나 마술처럼 보인다. 태권도가 훨씬 낫다”고 평가했다.

절도 있는 태권도 동작과는 다르게 무술공연에서 선보이는 무술을 보고 소림사를 무술의 본고장이라 칭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승려 두 명이 무대 위로 등장, 마술을 할 때 보조가 하는 것처럼 보조 승려는 유리판을 들고 관객들에게 유리판에 아무이상이 없음을 보여줬다. 곧이어 보조 승려가 유리판 뒤에 풍선을 갖다 대자 분위기는 점점 고조됐다. 승려는 유리판 뒤에 있는 풍선을 눈 깜짝할 사이에 못으로 터뜨렸고 관객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진행자는 관객 3명을 무대 위로 초대했다. 무대 위로 올라온 관객들은 승려들과 함께 짝을 지어 섰다. 승려들의 어려운 무술 동작을 따라하는 관객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공연장은 웃음바다를 이뤘다.

무술공연이 막바지에 다다르자 진행자는 관객들을 상대로 무술 DVD를 판매하며 공연의 막을 내렸다.

공연을 관람한 시도협회 회장들은 “소림사 무술이 태권도에 못 미친다”고 입을 모으며 씁쓸한 표정을 내비쳤다.
 공연 시간 30분 동안 탄성을 내지를 만한 순간을 기다렸지만 그런 순간은 오지 않았다.

관객을 무대 위로 초대하고 DVD를 판매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정작 무술 공연 시간은 10분가량밖에 안 됐다. 관객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공연장에는 안내·안전 요원은 없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공연을 보고 공연장을 빠져나와 소림사로 향했다.

김령선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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