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창핑체육관에서 열린 제18회(여자11회)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첫날 여자부 밴텀급 결승에서 첫 금메달을 안겨준 정진희(21·조선대). 대회가 끝난 다음날인 19일 그를 창핑경기장에서 만났다. 그는 인터뷰를 하는 내내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입가에 미소가 가득했다.

정진희.

첫날 경기에서 박효지(한국체대)가 예선탈락하면서 여자부 경기의 침체를 예상했으나 그가 우승하면서 태권도계는 안도했다.

준결승에서 안드레아 리카(스페인)을 4-1로 누르고 결승진출. 준결승에서 무릎을 다쳐 부어올랐지만 결승에서 청 위슈안(대만)을 6-4로 이겼다.

“이번 대회가 지금까지 출전했던 대회 중에서 가장 큰 대회였다.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는데 목표를 이루고 금메달까지 따서 기쁘다”며 밝게 웃었다.

그가 경기를 펼치려 하자 관중석에서 “오빠가 왔다!”는 응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정진희 선수의 오빠 정영로(25)씨. 현재 길림대 경제경영학과 교환학생으로 공부 중인데 친구들과 함께 동생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에 왔다.

그는 “오빠가 응원을 해줘서 큰 힘이 됐다”며 “오후 5시(한국시간 6시)부터 경기를 계속 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든 게 사실이었다. 결승이 가장 힘들었지만 결승에 올라오기까지 어려움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중국 선수가 대만 대표에게 졌다는 얘기를 듣고 첫 경기를 여유 있게 했다.

양 발을 모두 잘 써서 상대선수에 따라 자세를 바꿀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는 그는 “끝까지 집중하라”는 코치의 요구에 부응한 결과 세계 최고의 자리에 설 수 있었다.

대학교 1학년 때 찾아온 침체. 경기에 나갈 때마다 좋은 성적을 얻지 못했다. “잘 될 때는 잘 되고 안 될 때는 안 된다. 몸이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을 때 답답하다”며 기복이 심한 것이 자신의 단점이라고 얘기했다. 성적이 부진할 때마다 조선대 교수들은 야단치기보다는 “네가 최고다”라며 격려해줬다.

그는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선수 중에 유일한 조선대 소속 선수이다. 광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학교에서 혼자 나와서 꼭 우승하고 싶었다. 어렵게 대표선수로 뽑힌 거라서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며 “부모님처럼 지켜주신 광주체고 왕광연 코치, 조선대 교수님들께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제, 광주 태권도 선수들에게 그는 꿈이다. 최연호(국군체육부대)가 그의 우상이었던 것처럼.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아빠가 담배를 끊겠다고 약속했다”며 “내년 올림픽에 출전하게 되면 꼭 우승해서 아빠에게 술을 끊겠다는 약속도 받고 싶다”며 얼굴을 활짝 폈다.

그의 경기는 끝났지만 다른 선수들의 경기가 남아있기 때문에 그는 경기를 뛰는 것보다 더 바쁘다.

“빨리 가서 경기 하지 않은 선수들 미트 잡아줘야 한다”며 준비운동 하는 곳으로 발길을 서둘렀다.

김령선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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