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지 않은 체구에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년 신사’는 화장실을 가는 것을 제외하곤 경기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단상에 앉아 있었다.

이런 모습은 하루뿐만이 아니었다. 대회가 시작된 18일부터 22일까지, 그것도 경기가 시작된 오전 9시부터 경기가 끝난 오후 10시까지 그는 경기장을 좀처럼 떠나지 않았다.

대회 둘째 날인 지난 19일, 이대순 부총재가 경기를 보던 중 뭔가 적고 있다.

식사도 그 곳에서 했다. 눈이 침침해지면 안경을 벗고 눈가를 문질렀고, 목이 마르면 차(茶)를 마시며 경기를 관전했다. 간혹 메모도 했다.

‘노년 신사’는 바로 이대순 세계태권도연맹 부총재(74). 태권도공원 조성의 주체인 태권도진흥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그는 좀처럼 자신의 권위도 내세우지 않았다.

이런 모습을 지켜본 한국의 태권도인들은 “태권도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분”이라며 그의 인품을 높이 샀다. 주위에서는 “10시간 넘게 경기를 지켜보려면 체력이 강해야 하는데, 몸이 탈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염려하기도 했다.

지난 23일, 인천국제공항을 혼자 빠져나오는 이 부총재에게 다가가 기자가 물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경기를 지켜보고 있으면 힘들지 않으세요?”  

그는 이렇게 말했다.

“힘들지, 왜 힘들지 않겠어. 하지만 바쁜 일이 많아 총재가 자리를 비우면 (부총재인) 나라도 경기장에 있어야지. 모든 것을 조직위원회에 맡길 수는 없잖아. 만약 돌발 상황이라도 발생하면 어떡해. 그래서 경기장에 있는 거야.”

서성원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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