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 사무국은 지난 9일 기획조정실로 협조문을 보내 국기원연구소 연구원의 채용 공고를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달라고 요청해 왔다. 이 채용 공고를 보면 ‘신용불량자’는 연구원으로 채용할 수 없다는 단서가 명시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 협조문을 놓고 국기원 내부는 큰 혼란에 휩싸였다. 사무국과 기획조정실의 분위기도 냉랭했다는 후문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국기원연구소의 한 연구원이 ‘신용불량자’이기 때문에 즉시 해고하고, 대체 연구원을 채용해야 한다는 해괴한 논리다. 

연구원의 해고 사유가 단순히 ‘신용불량자’이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이는 명분과 정당성이 전혀 없는, 일반적인 사회 상식으로 봐도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근로기준법 27조 1항을 보면,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없이 해고(解雇)하지 못한다’고 되어 있다. 기자가 여러 채널을 통해 ‘신용불량자’가 해고의 정당한 사유가 되는지 알아봤지만, “해고 사유는 정당하다”고 말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노무사는 “신용불량과 해고는 전혀 무관하다”며 “당사자가 경리나 회계 등 돈과 관련된 업무를 하는 사람이라면 위험성이 있지만, 신용불량자라고 해서 해고를 해도 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견해에 국기원의 일부 임직원들도 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업무 능력이 현격히 떨어지거나 형사상 불미스런 일과 연관되어 있다면, 해고 사유가 될 수도 있지만 신용불량자이기 때문에 해고해야 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기원의 한 관계자는 “그 연구원은 열심히 일하고, 능력이 좋다는 평가를 여러 곳에서 듣고 있다”며 “사무규정에도 없는데, 신용불량자이기 때문에 해고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강변했다.

만약 그 연구원을 해고한다면, 이는 국기원의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실상을 고스란히 드러내 많은 태권도인들로부터 조롱의 대상이 될 것이다.

또 소문처럼 L소장과 연구원의 불화로 인해 이런 파동이 발생했고, 평소 연구원이 못마땅했던 사무국의 핵심 관계자까지 이 파동에 깊숙이 관여했다면, 이것은 국기원 내부의 암투와 권모술수가 횡행하고, 더 나아가 국기원이 건강한 조직이 아니라는 것을 드러내는 꼴이 될 것이다. 

국기원연구소에 많은 애정을 갖고 있는 엄운규 원장은 연구원이 신용불량자라는 이유로 해고하지는 않을 것이다. 기자는 확신한다.

서성원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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