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WTF(세계태권도연맹) 사무차장에서 명예 퇴진한 후 자신의 친정인 서울시태권도협회로 되돌아온 임윤택 상임부회장 겸 전무이사를 지난 3일 서울시협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6년 만에 복귀한 그의 태권도 철학과 발전을 위한 비전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 6년 만에 서울시태권도협회로 복귀했다. 감회가 새로울 텐데.

“WTF에서 근무할 때는 사무차장이었지만 직원에 불과했기 때문에 독창적인 업무추진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서울시협회에서는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할 전무이사와 상임부회장을 겸직하고 있다.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 서울시태권도협회를 선도해야 할 지도층의 한 사람으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먼저 그동안 내부의 크고 작은 갈등을 치유하고 화합에 우선순위를 두겠다.”

- 서울시협회 복귀를 두고 태권도계 일각에서는 서울시태권도협회를 장악했다고 표현하고 있다. 좋은 의미의 장악이 아닌 듯하다.  

“나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태권도 발전을 위해 나름대로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아직도 나를 비하하는 발언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아시다시피 태권도계 사람들은 워낙 밤(술)을 즐긴다. 이 때 태권도 발전 논의는 뒷전이고 무조건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남을 비방한다. 마음을 터놓고 서로 대화를 하면 나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것으로 본다. 나는 언제든지 대화할 준비가 돼있다.” 

- 술을 싫어해 밤에 좀처럼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업무 이외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많은 태권도인들이 궁금해 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한다. 주말이면 경기도 곤지암 주말농장에서 농사도 짓는다. 또 가톨릭 신자로서 항상 기도하며 마음을 추스르고 있다. 그래서 가급적 술자리를 하지 않는다. 가족들과의 약속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비방하고 흉을 봐도 가족들만큼은 나를 믿어줬다. 그게 가족이다. 어떻게 가족들보다 술을 좋아하겠는가. 또 술은 다음 업무에 많은 지장을 초래한다. 술로 맺어진 인연으로 인해 업무의 원칙과 일관성을 잃고 싶지 않다.”  

- 서울시협회가 앞으로 더 많은 발전을 위해 개선돼야 할 점이 있다면.

“앞에서 언급했듯이 일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화합이 중요하다. 현재 25개 구지부 중 일부 구지부가 서울시협회가 추진하는 업무에 대해 무조건 반대를 하고 있다. 그동안 누적된 감정이 풀리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인내하면서 그들과 대화하고 태권도 발전이라는 대의명분을 갖고 설득해 나가겠다. 이제 구지부의 중심인 전무이사들이 대부분 30대 초중반이다. 그만큼 사고방식도 젊어졌다. 같이 얽힌 매듭을 풀어나가겠다.”

- 최근 열린 각 시도협회 전무이사협의회에서 일부 시도협회 전무이사가 서울시협회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타 시도에서 서울시협회가 지방 응심자의 심사접수를 방치하고 있다는 게 그 이유로 알고 있다.

“16개 시도협회 중에 1~2개 시도의 응심자들이 최근 서울시협회에 심사를 접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서울시협회가 이들을 불러들인 게 아니다. 문제는 그 시도협회에 있다. 굳이 자신들이 소속돼 있는 협회를 외면하고 서울시협회로 심사를 접수해야 할 이유가 없다. 협회가 권위주의에서 벗어나 그들을 포용하고 요구를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서로 이해와 조율을 통해 각 시도협회에서 원만한 심사가 이뤄졌으면 한다.”

-  대한태권도협회 도장지원특별위원회 구성에 대한 소견은.

“도장지원에 대한 프로젝트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도장활성화를 위한 직접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연구가 시급하다. 수도권 지역의 일선 지도자들의 높은 지도 수준을 반영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물론 지방 소도시의 지도자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 세계연맹 사무차장으로 재직하던 시절부터 줄곧 전자호구 도입을 주장해왔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

"태권도 꿈나무들의 날개를 잘못된 심판판정으로 인해 꺾고 싶지 않았다. 전자호구의 몸통부위에서의 정확한 인식은 심판들보다 앞선다는 확신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태권도인들의 화합의 장이 될 태권도 경기가 힘과 청탁에 물들어 가는 현상을 전자호구가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 지난달 27일 열린 전무협 회의에서 올해 전국체전에서 몸통부위 전자호구를 사용하자고 제의하며 시도협회 전무들의 동참을 유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올해 광주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에서 전자호구는 반드시 사용돼야 한다. 거의 대부분의 각 시도협회 전무들도 전자호구 도입에 찬성했다. 부심 세 명이 몸통, 얼굴, 주먹의 세 가지 득점을 실수 없이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전자호구를 사람과 기계, 어느 한쪽으로 맞추어 가기보다는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변화를 꾀해야 한다. 탁상공론이나 시범경기식으로의 전자호구 평가보다는 실제 경기를 통해 얻어낸 실질적 결과물을 세계태권도연맹 집행부로 보내 적극적인 움직임도 이끌어 낼 것이다.”

- 마지막으로 서울시태권도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들이 나를 ‘승부 조작’이라는 밀실로 빠뜨린 적도 있다. 전자호구의 도입을 위한 나의 노력이 진실을 밝혀줄 것으로 생각한다. 태권도 발전을 위해 항상 헌신할 준비가 돼있다.”

정대길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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