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무조건 학교에서만 하는 것인 줄 안다. 공부는 무조건 외우고 쓰는 것 인줄로만 안다. 지식을 익히는 것만이 공부의 전부인 것으로 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공부란 것이 바로 이런 것들이다.

그래서 공부는 머리가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공부는 머리가 좋아야 잘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영재교육이 실패하는 이유도 나는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공부를 머리로만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머리에만 과부하를 주는 것이다. 머리가 그렇게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몸을 만들고 공부하는 자세와 태도를 만들어 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공부는 머리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학교공부는 물론 머리를 중심으로 하는 지식교육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사회 전체가 학업성취도를 성적으로만 평가하기 때문에 우선은 즉각적 성적이 나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런 단기간의 혹은 미시적인 학업성과를 떠나 큰 공부는 결코 머리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공부는 몸으로 하는 것

왕희지와 왕헌지 부자의 이야기는 유명하다. 동서고금을 통 털어 가장 위대한 서예가로 뽑히는 이 왕 씨 부자는 18독의 물을 먹으로 갈아 없애야만 글씨를 좀 쓸 수 있게 된다고 표현했다.

추사 김정희 선생의 공부 방법에도 평생 10개 이상의 벼루를 다 닳아 없앴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18독의 물을 먹으로 갈아 없애고 10개의 돌벼루를 닳아 없애려면 얼마나 많은 반복과 반복이 필요하겠는가? 그리고 그것을 그렇게 만드는 것은 결코 머리가 아니라 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왕희지와 추사 김정희의 공부도 바로 몸의 공부였다. 공부의 근본적 토대가 바로 몸 자체라는 것이다. 몸이 따르지 못하면 공부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같은 시간을 공부를 해도 몸이 튼튼하면 더 집중력이 생기고 더 효율이 오를 수밖에 없다.

전기 생리학자들은 뇌가 지식의 모든 것을 담당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로버트 베커 같은 사람은 인간의 모든 세포의 미토콘드리아 안에는 지능을 담당하는 기능이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몸이 깨어있고 몸이 건강하고 튼튼하면 어떤 지식이든 더 잘 흡수하고 더 오래 저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유아들에게 손짓발짓을 하면서 동요를 하게 하면 그냥 노래로만 하는 것 보다 훨씬 빨리 익히고 훨씬 오래 저장하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전화번호를 외울 때도 단순히 숫자만을 외우는 것 보다 번호판을 누르는 손의 감각과 시각정보를 함께 입력하는 것이 더 쉽게 외어지고 오래 저장되는 것이다.

그래서 두 가지 이유에서 도장은 공부를 강화시켜주는 곳이 되는 것이다.

도장은 몸의 공부가 이루어지는 곳

공부는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가 하는 것이다. 옛날 선비들은 공부하는 자세를 흩트리지 않고 바른 자세로 공부하는 것을 중요시 여겼다. 책상에 앉아 자세가 흐트러지거나 근력이 약해 쉽게 피로해지면 금방 지루해지고 견디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면 마음이 흐트러지고 마음이 흐트러지면 집중력과 의지가 떨어지고 몸도 더 피곤해지는 것이다. 몸이 견뎌야 공부를 하겠다는 마음도 견디는 것이다.

태권도 수련은 수련생들에게 몸과 마음의 일관된 자세를 익히고 바로 잡는 역할을 해준다. 바른 자세와 마음가짐은 모든 공부의 가장 기본이 되고 근본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도장은 태권도의 수련을 통해서 공부할 수 있는 자세와 몸을 만들어 주는 곳이 되는 것이다.

같은 시간을 앉아서 공부를 해도 덜 피곤하고, 더 오래 동안 앉아서 공부를 할 수 있는 자세와 몸은 만들어지는 것이지 누구나 다 그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런 의지를 몸으로 실천하는 근본적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도장은 몸이 깨어있고 정신과 몸이 일치되게 해주는 몸의 공부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몸을 강화하고 튼튼하게 해주는 것은 몸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공부의 효율을 더 올려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태권도 수련은 몸과 마음을 조화롭게 일치시키는 것을 근간으로 한다. 모든 공부의 근본이 되는 것이다.

학교공부가 지식공부라면 도장 공부는 몸의 역량을 넓히는 더 큰 공부가 되는 셈이다.

류병관 전문위원(용인대 태권도학과 교수)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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