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武道)는 실제로 다양한 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그 가치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여전히 무도가 ‘문(文)’과 ‘무(武)’ 그리고 ‘신체(身體)’와 ‘정신(精神)’의 이원적 구분의 하부 영역으로 평가되는 그릇된 인식으로 바라보는 시각들 때문이다.  

신체적 활동을 정신적 활동의 하부영역으로 보는 이러한 인식은 마음은 비물질적 영적 실체이고 몸은 물리적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물질적 실체이며 사람은 이 두 실체들의 비록 신비스럽기는 하나 밀접한 결합체라고 보는 데카르트적 이원론(二元論) 이후 계속되어 왔다.

이런 생각은 다만 영적 실체를 ‘지각들의 다발’로 해석했을 뿐 흄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의 이런 형이상학적 인식 논리들의 일단들은 언제나 무도를 단순한 신체의 무가치한 작용으로 치부하는 오류들을 범하고 있었다(Armstrong,2002). 또한 몸은 순전히 물리적인 메카니즘을 따르며 동물은 의식은 가지고 있지만 자동장치라고 생각하는 헉슬리의 고전적 이론들의 실체들도 인간의 지적 능력과 신체적 능력에 대한 분할적 이론들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들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을 단순히 신체와 정신의 영역으로 구분하는 생각들은 초기의 서양철학에서는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왔다. 그러나 이런 생각들은 플레이스(U.T.Place), 스마트(J.J.Smart), 파이글(H. Feigl)등이 의식의 문제와 물리주의의 문제에 대한 깊은 회의들을 나타내면서부터 지적되어 오다가 결국은 동양의 일원적 유기체론을 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연결되게 되었다.

결국 의식의 문제와 물리주의의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논쟁들이 정신과 신체의 역동적 상호작용 문제를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는 차원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동양의 다양한 철학적 가치들이 서양의 이원론적 사고 혹은 분석적 물리주의를 뛰어넘어 통합적 유기체의 역동적 생명활동을 설명하는데 있어 더욱 합리적이라는 생각들이 동양과 서양의 통합과 문화의 재창출이라는 과정으로의 새로운 생각과 사고들을 생성하고 있다.

무도는 동양의 대표적 문화다. 문제는 이것을 서양의 이분법적 각도에서 보면 다분히 신체적, 혹은 물리적 현상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동양무도의 대부분이 오히려 그런 신체 현상들을 방출해내는 내면의 정신적 절차와 과정을 중요시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들은 동양무도 전반에 걸쳐서 두드러지게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신체 관련된 형이하학적 물리현상으로만 국한하려는 보편적 인식들이 팽배해 있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동양 무도사상들은 보편적인 신체 기법의 발현들이 그저 단순한 신체활동이 아니라 결국 내면을 닦고 수양하는 정신적 과정의 발현이요 총체적 혹은 일원적 표현이라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수행은 신체를 통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정신을 담고 있고, 이것은 “신체의 제 능력을 훈련함으로써 자기의 혼(魂)속에 새로운 자기 또는 정신의 활동을 자각시키고 탄생시키는 에너지”라는 개념으로 설명되어 지기도 한다(유아사야스오, 1990).

손병규(1994)는 “동양무술에서 추구하는 무술과 예술의 ‘재주’는 신체에 내재하는 감각능력을 높여주는 실천적 훈련일 뿐만 아니라 정신의 힘을 높여가는 인간형성의 길”이라고 물리적 기술의 발현을 정신영역의 확장선상에서 설명한다. 또 한기욱(1995)도 무도수련의 기본을 “호흡과 동작이 일치되고 나면 다음에는 의식과의 일화가 이루어진다.”고 하여 신체적 단련과 수련의 상황이 궁극적으로 정신을 포함하는 몸 전체의 단련으로 이어짐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본질적인 모습들에 대한 제대로 된 해석을 현대 무도를 바라보는 인식들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인식들이 여전히 무도는 신체적인 문화이고 정신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끼는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전통 무도를 표방하는 무술단체들이 수련의 목적으로 내건 가치들은 대부분 수련을 통한 정신의 강화 혹은 심신의 조화로운 발달을 들고 있다.

‘氣天門기천문’은 ‘기천의 도학은 몸으로 얻는 깨달음’이라고 명기하고 있고, ‘마한머루’도 ‘무도인은 자기영혼을 벗어나야 하고 자기정신을 해방해야 한다.’(용인대학교 무도연구소,1998)고 하여 정신을 극복하기 위한 수련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이런 생각들은 몸의 수련을 통하여 각 무도들이 추구하는 어떤 정신적 가치를 자연스럽게 추구해 낼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대 부분의 무도들이 명확하게 어떤 정신을 표방하고 그것을 신체의 수련을 통해 만들어 내고 완성해 간다는 것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무도 수련으로 체득(體得)되는 정신적 가치가 없는 것으로 여겨져서도 안 된다. 이택후(1990)는 ‘기능의 숙련은 자유감을 생산하는 기초가 된다.’고 강조한다.

반복된 신체훈련의 숙달이 정신적 성취감 혹은 정신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무도의 수련이나 스포츠의 훈련과정에서는 당연하게 일어나는 과정이다. OShea는 강한 의식의 집중이 충추 신경계의 근 신경 강화를 촉진하여 더 큰 힘을 발휘하게 하고 반면에 Power Zone의 신체적 발달은 정신적 능력을 강화한다고 하였다.
  O'Shea, P.(1995). Quantum Strength & Power Training. Patrick's Books, OR참조.

이것은 어떤 무술적 행위가 충분히 정신적 영역으로 접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맹자가 ‘仁인’을 설명하면서 “仁者인자는 화살을 쏘는 행위와 같다, 자기를 바로 한 연후에 화살을 쏘는 것이다”라고 말한 것과 같다. 화살을 쏠 때 자세를 바로 잡고 마음을 진정하고 호흡과 의식이 집중되어야만 화살이 바로 날아가는데 그런 끊임없는 궁술의 연마가 정신수양의 측면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해석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동양무술들에서 나타나는 정신성의 문제는 어디에서나 일맥상통한다. 이런 논쟁의 핵심은 첫째는 무도를 수련하면 자연스럽게 표방하는 정신이 만들어 질 수 있느냐?는 문제와, 둘째는 각 무도들의 구체적인 정신적 목표와 가치가 체득될 수 있도록 수련구조가 이루어져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서든 무도 수련이 단순한 신체적 활동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편견은 오류로 지적 될 수밖에 없다.

정신의 문제는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은 실제의 문제 이어야 한다. 우리는 쉽게 “사무라이 정신” 이라는 표현을 하고 그것을 인정한다. 그렇다면 일본 검도의 실체를 누구나 정신적으로도 인정하는 아이러니한 딜레마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야모도무사시(宮本武藏)의 ?오륜서(五輪書)?에 나타난 정신적 실체를 사무라이 검술의 경지로 해석하고 그것을 모든 경영과 생활에 이용하려는 것은 이러한 잘못된 생각들에 반하는 또 다른 모순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중국의 모든 무도들은 일관되게 심신합일(心身合一), 내외합일(內外合一), 형신합일(形神合一)을 주장해 왔다. 무도의 수련에 신체와 정신이 분리 될 수 없음을 주장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의 태권도를 중심으로 하는 전통무예들에서 나타나는 수련의 정신적 승화와 중국 무술의 정신적 가치 그리고 일본 검도에서 나타나는 사무라이 정신을 중심으로 동양무술의 정신성을 고찰하고 무도 정신의 구체성을 확립하고자 하는 시도는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류병관 용인대 태권도학과 교수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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