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태권도시범단이 2002년 10월 방문 이후 4년 6개월 만인 지난 8일, 쉐라톤 워커힐 호텔 내 에메랄드 홀에서 130명의 ITF 초청객들이 참석한 가운데 7일 춘천호반체육관에서의 첫 공연에 이어 두 번째 공연을 가졌다.

국제사범 5단 김성기씨가 오른발 뒷차기로 10cm 두께의 송판을 격파하고 있다.

시범에 앞서 황봉연 조선태권도연맹위원장은 “이번공연은 남·북 태권도의 신뢰를 두텁게 하고 민족 화합과 단합을 위한 중요한 자리다”며 “대결의 산물이 아닌 통일의 본보기가 되야한다”고 역설했다.

김명월 조선태권도전당 안내원이 25명 북측태권도 시범단원을 빠짐없이 소개하고 시범은 시작됐다. 2002년 첫 공연에서의 광개, 계백틀(품새)의 품새 시연과 건강체조(태권체조), 위력격파와 대결(투기호신술), 남녀성호신술 등의 기본 틀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2002년 방한했을 때 남측의 세련된 기교를 조금 받아들인 탓인가. 이번 북측의 남성호신술에서는 관객 중 여자 한명을 즉석에서 섭외해 무대 위에서 그를 보호하는 남성미 넘치는 공연을 펼쳐 긴장감을 더했고, 남녀 호신술에서는 드라마틱한 배경과 여성이 남성을 지켜주는 흥미 있는 스토리 구성을 통해 관객의 폭소를 자아냈다.

이런 변화에 대해 ITF의 한 관계자는 이번 시범을 위해 지난 3월 개성에서 관계자 회의를 열어 △과격한 시범 부분을 축소 △남측과의 기술적 차이를 강조 △ 관객들과 함께 할 프로그램 개발을 사전에 논의 했다고 밝혔다.

이날 북측 태권도시범공연 중 관람객들을 숨죽이게 한 시범은 단연 2002년 첫 공연에서 각목으로 온몸을 두들겨 패 논란이 많았던 4단 박성호 외 4명이 시연한 ‘속도격파, 몽둥이대결’이다.

관중들의 입에서는 연신 탄성이 들려왔고, 보는 이들은 자리를 들썩였다. 2002년 이 시연을 본 국내 태권도계의 냉담한 반응과는 사뭇 달랐다.

오른손날로 붉은색 벽돌 두개를 격파하는 모습.

ITF의 한관계자는 “태권도의 단련을 보여주는 최고경지의 시범이다”며 단순히 보여 주기위한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여기에 북측 태권도의 ‘위력격파’가 한결 더해 술렁이는 장내를 얼어붙게 했다. 10cm두께의 송판을 발날로, 빨간 벽돌 두 장을 한 손날로, 10장의 기왓장을 손등으로 격파하는 동안 관객들의 탄성은 곳곳에서 터져났다.

한편 서울 공연에서 국내 태권도 인들이 참석하지 않은데 대해 심대현 ITF이사는 “이번 방문은 ITF인들만의 축제이며 만찬의 자리도 겸하고 있다. 국내 태권도계에서도 긍정적·호의적 반응 이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정대길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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