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기관에서 규정으로 정해 놓는 것을 공정(公定)이라 한다.

태권도 심사는 태권도 진흥 및 태권도공원 조성 등에 관한 법률(약칭 태권도법) 19조에 따라 국기원이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고, 국기원은 국내 심사에 대해 대한태권도협회(KTA)와 위임 계약을 체결하고, KTA는 17개 시도협회와 재위임 계약을 체결한다.

국기원과 KTA는 심사 관련 규정을 갖고 있으며, 시도협회는 이를 준수해야 한다. 이를 공정(公定)심사라 한다.

그런데, 국내 시도협회 중 도장 등록수와 예산 규모에서 가장 큰 경기도태권도협회가 공정(公定)심사를 휘저으며 대학 동문회 심사를 수년째 버젓이 하고 있다.

문제는 결국 심사비다. 친목단체인 대학 동문회는 응심자 모객행위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고, 경기도협회는 이를 통해 배를 불리며 세력화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징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정(公定)심사를 파괴하고 있는 실태를 파헤쳐본다.                                                                  ------------편집자주

경기도협회와 대학 동문회가 기관 심사를 빙자해 공정심사의 틀 밖에서 심사를 공모하는 가장 큰 핵심은 결국 심사비를 통한 수입이다.

한 대학 동문회가 문자로 발신한 심사관련 공지에는 1품 기준, 57,900원의 심사비를 받는 것으로 되어 있다. 여기에는 “국기원, 대한태권도협회 심사비인상으로 ***태권도연합회도 심사비가 인상되었다”는 설명까지 곁들여져 있다.

한 대학 동문회 회장은 자신들이 이 과정에서 9,000원에서 10,000원을 따로 떼어 받고 나머지는 경기도협회에 입금한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1품 기준 15,000원을 동문회에서 떼어간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대학 동문회 정기총회 자료를 보면 2010년도 승품단 심사 수익금은 총 7,755명에 총 수입금액 79,814,300원으로 되어 있다. 2011년도 비슷한 규모이며, 2012년도의 경우 경기도협회 심사 지원금 매달 1,500,000원을 포함해 총 수입금액이 148,125,800원으로 되어 있다.

적지 않은 금액이며, 문화체육관광부의 특별감사에도 나온 바처럼 동문회에 시군구 심사 재위임 형태가 실제 일어났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한 대학 동문회 회장은 ‘우리가 하는 심사는 심사를 제때 보지 못하거나 불이익을 받은 일선 도장을 위한 서비스를 하는 것이지, 절대 비즈니스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2012년 정기총회 감사결과에 따르면 “승품,단 심사수익금을 확대하고 심사진행비의 절감방안이 절실하며...2012년도에 심사응시인원이 월등히 많아 수익금이 늘어났지만...”이라고 적시되어 있다.

동문회 운영과 관련해 심사수입금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사업이라는 뜻이다.

모 대학 동문 연합회의 심사비 관련 문자 내용.

지난해 경기도협회의 심사지원금(혹은 심사보조비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운다.)이 중단된 이후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진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에 따르면 “1품 기준 57,900원 중 15,000원을 동문회에서 떼고 42,900원이 경기도협회로 들어간다. 여기에는 일선 시군구 심사처럼 회원기금회비(관장에게 받는 별도의 기금회비)가 포함되어 있다. 즉, 타지역, 타무술, 미등록 심사자를 대상으로 등록도장 회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회비를 경기도협회에서 받고 있는 것이다. 동문회에서 그동안 받아오던 심사지원금이 끊기자 동문회 측에서 이를 갖고 경기도협회에 항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경기도협회는 동문회 측에 심사 집행과 관련해 이제 경기도협회서 직접 하기 때문에 심사지원금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여기에 항의하는 측에서는 약 13,800원(인재육성 및 포상, 태권도지도자 복지, 상조, 운영비)의 회원기금회비를 경기도협회에서 받을 이유가 없다고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잡한 듯 보이지만 핵심은 동문회 심사를 통한 심사비를 나누는 과정에서 양측에 갈등이 있었고, 결국 갈등의 핵심은 돈이라는 정황이다.

과거 경기도협회 대의원총회 과거 결산자료에서도 동문회로 들어가는 심사지원금, 혹은 심사보조비로 의심되는 항목이 발견되었다.

심사기득권을 둘러싼 갈등, 여전히 논란이 있는 미등록 심사의 허점을 헤집으며 동문회는 동문회대로, 경기도협회는 경기도협회 대로 눈먼 심사비를 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심사제도의 개선과 심사질서의 확립을 내세우는 국기원과 KTA의 노력이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치는 까닭은 결국 심사비 때문이다.

이 같은 내용을 국기원과 대한태권도협회(KTA)에서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기원은 국내 심사권을 위임한 KTA에 관련 민원을 이첩하고, 조사할 것을 요청했지만 KTA 역시 내부 상황은 복잡하다.

KTA 최창신 회장이 지난 선거에서 자신을 지지했던 경기도협회 김경덕 회장을 상임부회장에 선임했기 때문이다.

결국 KTA가 경기도협회와 동문회의 기관심사를 빙자한 편법 심사의 진상을 조사하고 이를 바로 잡을 의지가 있는지가 관건이다.

양택진 기자  winset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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