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북한이 주도하고 있는 국제태권도연맹(ITF)을 이끌고 있는 장웅 총재의 행보가 거침이 없다.

장 총재로서 지난 6일  북측태권도시범단과 함께 방한한 후 서울 한남동에 있는 ITF 태권도협회(ITF 한국지부)를 방문한 후 8일에는 WTF 본부를 찾아 조정원 총재와 오찬을 했다. 그리고 9일에는 김운용 전 WTF 총재를 신라호텔에서 만나는 등 다소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 어떤 의도로 이런 행동을 하는지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국내 태권도계에선 태권도 통합 과정에서 장 총재가 주도권을 잡고, ITF 한국지부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고 해석하고 있다.

지난 9일 신라호텔에서 장웅 ITF총재(왼쪽)가 김운용 전 WTF 총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ITF 한국지부는 옥동자”

장 총재는 지난 6일 황봉영 조선태권도위원회 위원장 등 북측 관계자 10여 명과 함께 서울 한남동 ITF 태권도협회 중앙도장을 방문했다.

그는 이날 “ITF 한국지부는 갓 태어난 옥동자와 같다”며 “잘 자라날 수 있도록 여러 사람들의 성원을 부탁한다. ITF가 국내에 정식으로 첫선을 보이 것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ITF 태권도를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지난 8일에는 ITF 렁 와이 멩 부총재,리용선 사무차장 등과 함께 서울 삼성동 WTF 본부 를 방문, 조 총재를 비롯한 WTF 임직원과 환담한 뒤 인근 인터콘티넨탈호텔로 자리를 옮겨 오찬을 함께 했다.

이날 장 총재는 지난달 31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논의한 '태권도통합조정위원회' 구성과 관련, 두 기구의 태권도 기술 및 행정 통합에 대해 조 총재와 의견을 나누었다.

그는 "우리 민족 간의 분위기가 좋고, 베이징 조정위원회에서도 합의가 이뤄져 태권도통합이 좋아질 길조라고 본다"고 분위기를 북돋웠다.

이에 조 총재는 "장 총재님처럼 저도 개성 등을 거쳐 평양을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방문 의사를 전하자 장 총재는 "단번에 올 수 있다"고 말해 조 총재의 평양 방문을 환영했다.

● “김운용 선생을 찍어라”

장 총재는 9일 신라호텔에서 김운용 전 총재를 만났다. 두 사람은 지난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이후 3년 7개월 만에 공식적인 만남을 가졌다. 이번 만남은 장 총재가 먼저 제안해 이뤄졌다.

김 전 총재는 이날 많은 취재진들이 모여들자 “장 총재 덕분에 모처럼 카메라 세례를 받는 것 같다”고 하자 장 총재는 “날 찍지 말고 김운용 선생을 찍어라”고 화답했다.

그 후 두 사람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등 국제 스포츠계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 받았지만, WTF와 ITF 통합에 대해선 공식적인 자리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서성원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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