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태권도장에서 운행하고 있는 차량 대부분이 적합한 안전시설을 갖추지 않은데다 운전자의 안전의식도 부족해 수련생들이 안전사고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지난 3일 저녁 8시쯤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초등학생 윤모(10)군이 태권도장 승합차에서 내리던 중 차문에 도복이 걸려 80미터를 끌려가다 도로 바닥에 머리가 부딪혀 숨졌다. 차량 운전자는 태권도장 관장이었다. 윤 군은 승합차 뒷바퀴에 깔려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당시 도장 승합차 안에는 보조 사범이 없었으며 초등학생 5명이 타고 있었지만 아무도 윤군이 끌려가고 있는 상황을 알지 못했다.

차량을 운행한 박모 관장은 “아이가 끌려오고 있는지 몰랐는데 차 밖에서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며 손가락질을 해서 차를 멈추고 살펴보니 아이가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고 밝혔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박모 관장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도장 차량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1년 1월에는 경북 문경에서 태권도장 승합차에서 내리던 수련생이 차량 문틈 사이로 옷이 끼여 바퀴에 깔려 숨졌다. 2004년에는 충남 아산의 태권도장 차량이 신호를 무시해 수련생들이 목숨을 잃었다.

대부분의 도장에서는 관장이나 사범이 운전을 하고 수련생을 스스로 차에서 내리기 때문에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학원 통학차량을 운행하려면 보조교사를 반드시 동승시키는 안전기준을 갖춰 어린이 보호차량으로 신고 · 등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어린이보호차량으로 등록할 경우 보험료를 부담해야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도장들은 등록을 꺼리고 있다. 

교통전문가들은 “운전자 이외 보조 교사를 둬 어린이들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도와주고 살펴야 한다”고 하지만, 일선 도장의 현실여건상 보조 교사를 두고 차량을 운행하는 것은 거의 없다. 일선 도장의 현실이 이렇다면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도장 경영 전문가들은 “학교에서도 교통안전규칙을 가르치지만 도장에서도 도장 차량에서 내릴 때 주의해야 할 점을 상기시키고, 안전벨트를 반드시 매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차량을 운전하는 관장과 사범의 안전의식이다. 시간에 쫓겨 차량을 운행할 경우 사고가 날 확률이 높으므로 서둘러 운행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수련생들이 차에서 잘 내렸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게 교통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김령선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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