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벽 6시면 전교생이 태권도 수련을 하는 고등학교. 학생들 맨 뒤에는 61세 교장이 늘 제자들과 똑같은 태권도복을 입고 함께 기합을 지르는 고등학교.

지난 4월부터 1, 2학년 230명 전교생이 태권도를 수련해 온 대구 일마이스터고등학교 이윤재 교장과 38명의 학생들이 지난 17일 2016 대구시태권도협회 6차 심사에서 첫 응심에 도전했다.

1단에 도전한 이 교장과 학생들, 그리고 이미 유단자로서 승단에 도전하는 학생들까지 총 39명, 그리고 이들을 포함한 230명 전교생의 새벽 태권도 수련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이윤재 교장(왼쪽)의 승단 심사 겨루기 장면.

대구 교육청 장학관을 지낸 바 있는 이 교장은 대구동부공업고등학교 교장 취임 후 지난 2014년 맞춤형 마이스터고 변경 추진과 함께 태권도 수련 도입을 추진했다.

2015년 대구 일마이스터고로 교명을 변경한 후 대구시태권도협회를 찾은 이 교장은 자신의 생각을 구체화시킬 의지를 밝혔고, 이어 대구시 교육청 우동기 교육감을 만나 담판을 지었다.

이 교장은 “마이스터고는 대한민국 미래 기술을 이끌어갈 명장을 육성하는 학교다. 고등학교 졸업 후 사회로 진출하는 학생들에게 체력과 예절, 그리고 ‘명장의 인성’을 함양시킬 수 있는 계기로서 태권도를 이미 염두에 두고 있었다. 대구시 교육청과 대구시태권도협회, 그리고 우리 학교 간 3자 MOU를 실현시켰고, 이번에 승급에 합격한 70여 명의 학생 중 나를 포함해 39명이 첫 심사에 도전했다”고 밝혔다.

이 교장의 취지에 공감한 대구시협회는 전교생에게 태권도복 지원과 함께 4명의 강사를 선정해 파견했고, 대구시 교육청은 예산을 마련했다.

2학기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기원을 통해 태권도 시범학교 예산을 지원받아 학생들의 태권도 수련을 지원했다.

전원 기숙생활을 하는 학생들은 처음에는 졸린 눈을 비비며 태권도 수련에 참가했고, 일부 학생들은 몰래 숨기도 했지만 새벽 6시 전부터 기다리고 있는 이 교장과 이영채 체육교사의 독려로 어느새 모두 태권도 수련에 동참했다.

특히, 국방부와의 협약을 통해 군 특성화 부사관제도로 매년 50명 정도가 군에 입대하게 되면서 태권도 수련은 필수가 되었다.

짐작할 수 있듯 매일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했던 학생들은 새벽 태권도 수련과 함께 두 그릇씩 밥을 비우기 시작했고, 점점 태권도에 빠졌다.

유단자들은 따로 태권도 동아리를 만들었고, 지난 가을 축제에서는 반별로 겨루기와 품새 대항전을 벌일 정도로 활성화되었다.

대구 일마이스터고의 새벽 태권도 수련이 정착되고, 학교 폭력 없는 학교로 이름이 나기 시작하는 등 효과가 나타나자 우동기 교육감은 대구시 소재 40여 개 기숙형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오전 운동 프로그램을 마련할 할 경우 별도 예산을 편성해 지원키로 결정했다. 

밀려드는 태권도 MOU 제안에 대구시협회는 8개 구군지회와의 연결을 통해 이를 지원할 계획이다.

대구 일마이스터고 전교생의 태권도 수련 장면.

여기에 또 하나.

대구 일마이스트고등학교는 전교생 태권도 졸업 인증제를 도입했다. 이미 내년 신입생 입학 설명회를 통해 고교 3년 동안 태권도 2단을 따는 인증제를 마련했다.

이를 위해 내년이면 정식 태권도장이 완공될 예정에 있고, 대구시협회는 태권도복뿐만 아니라 미트 등의 용품도 지원할 예정이다.

대구시협회 안종수 회장은 “교육현장에서 할 수 있는 태권도협회 차원의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일마이스터고의 태권도 수련이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어 대구가 교육 수도라는 이름에 걸맞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구시협회가 모든 노력을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제자들과 함께 코트에 나란히 서 1단 심사를 마친 이윤재 교장은 “너무 긴장했다. 갑자기 다음 동작이 생각나지 않기도 해 진땀을 흘렸다. 막상 심사장에 와서 제자들과 함께 심사에 참여하니 뿌듯하다. 내년부터는 우리 학생들이 심사를 볼 때 학교 예산으로 심사비 보조도 추진할 생각이고, 중국 산업체 견학 시에는 우리 학생들과 함께 태권도 시범도 선보일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마이스터고는 기존 실업계 고등학교를 발전시킨 고등학교로서 일과 학습을 병행하여 해당분야의 기술장인을 육성하려는 고등학교이다. 바이오, 반도체, 자동차, 전자, 기계, 로봇, 통신, 조선, 항공, 에너지, 철강, 해양 등 다양한 기술 분야의 마이스터고가 전국각지에 있다.

양택진 기자  winset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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