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기관에서 규정으로 정해 놓는 것을 공정(公定)이라 한다.

태권도 심사는 태권도 진흥 및 태권도공원 조성 등에 관한 법률(약칭 태권도법) 19조에 따라 국기원이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고, 국기원은 국내 심사에 대해 대한태권도협회(KTA)와 위임 계약을 체결하고, KTA는 17개 시도협회와 재위임 계약을 체결한다.

국기원과 KTA는 심사 관련 규정을 갖고 있으며, 시도협회는 이를 준수해야 한다. 이를 공정(公定)심사라 한다.

그런데, 국내 시도협회 중 도장 등록수와 예산 규모에서 가장 큰 경기도태권도협회가 공정(公定)심사를 휘저으며 대학 동문회 심사를 수년째 버젓이 하고 있다.

문제는 결국 심사비다. 친목단체인 대학 동문회는 응심자 모객행위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고, 경기도협회는 이를 통해 배를 불리며 세력화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징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정(公定)심사를 파괴하고 있는 실태를 파헤쳐본다.                                                                     ------------편집자주

지난 3월, KTA는 경기도태권도협회를 대상으로 미등록도장 심사에 대한 ID를 일 년간 정지시켰다.

징계 사유는 경기도협회 내 대학 동문회의 불법 심사에 대한 것이었다.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 2014년 체육단체 특별감사를 통해 이 같은 편법 심사를 철회할 것을 시정 요구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특정단체와 자의적 심사위임 계약 체결·시행, 즉 KTA와 경기도태권도협회가 체결한 심사위임계약에는 심사운영권을 소속 시,군,구에만 위임하도록 하고 있으나 소속 시,군,구가 아닌 2개의 특정 대학교 태권도 총동문회에 심사 운영권을 위임하여 승품(단) 심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KTA와 심사위임계약을 위반하여 자의적으로 특정단체와 체결한 심사위임 계약을 철회할 것”을 밝혔다.

이후 국기원과 KTA는 심사 관련 규정을 지속적으로 정비했지만, 이 와중에도 경기도태권도협회가 두 대학 동문회의 심사 행위를 공모 및 방조하자 지난 3월 KTA는 비정규심사 중 미등록도장 심사에 대한 경기도협회 ID를 일 년간 정지시켰다.

그러나 최근 경기도협회에서 여전히 두 대학 동문회 심사가 경기도협회 기관심사 형태로 버젓이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용인대 종합체육관서 열린 심사 장면.

문제를 제기하는 측에서는 관련 내용을 국무총리실, 문화체육관광부 4대악 신고센터, 그리고 수원지방검찰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협회 관계자는 “동문회 심사라고 하지 마라. 왜 동문회 심사이냐? 우리는 기관심사를 보고 있는 것이다. 대상은 경기도 내 등록도장이다. 용인대건 경희대건 동문회가 모집해 오는 지는 우리가 알 바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경기도 내 등록도장 수련생임을 확인하기 위해 주민등록초본을 받아 확인을 거쳐 경기도협회 ID로 접수하고 있다. 미등록도장을 접수 할 경우 책임은 동문회에서 지기로 각서를 썼다. 타지방이나 타무술, 그리고 미등록 도장에 대한 심사는 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취재 결과 지방에 있는 한 태권도장은 실제 용인대 동문회를 통해 심사를 접수했고, 응심생의 초본도 제출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안산시와 송탄시의 미등록 도장도 지난 11월 용인대 동문회를 통해 심사를 본 것으로 확인되었다.

경기도협회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해당 응심생은 주소지가 지방으로 주민등록초본 확인 과정에서 접수에 제동이 걸린다고 했지만 해당 응심생은 심사에 참여했고, 합격했다.

더욱이 KTA 심사관리규정 제3조에 따르면 비정규 심사에 속하는 기관심사는 ‘학교, 군경 등을 대상으로 소속 시도 내에 한하여 정규심사와 별도로 실시’토록 되어 있으며, 이 중 학교는 ‘초,중,고,대 소속 재학생’으로 한정하고 있다.

따라서 기관심사라 하더라도 KTA 규정에 정한 기관 심사의 범위에서 벗어난 행위이다.

이에 대해 모 대학 동문회 회장은 “우리가 보는 심사는 경기도협회 정규심사이다. 비정규심사이고, 기관심사이고 하는 것은 모르겠다. 그리고 지방이나 타무술, 미등록도장은 접수를 받지 않는다. 도대체 누가 지방에서 올라와 심사를 봤다는 것이냐? 그리고, 이 모든 문제는 과거에서부터 잘못되어 온 심사 제도로 인해 벌어진 것이고, 우리는 그저 도장을 위해서 심부름을 해주었던 것뿐이다. 예전부터 해오던 것을 한 것뿐이지 우리가 무슨 큰돈을 벌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국기원과 KTA, 그리고 17개 시도협회의 심사 제도의 허점과 과거 기득권 세력들의 심사 행위 탓으로만 돌리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경기도협회도 대학 동문회도 이러한 심사 과정에서 적절치 않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이 돈의 정확한 사용처와 명분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룰 예정이다.

과거 심사 제도의 허점과 기득권 세력들의 심사 그림자를 틈 타 공정(公定)심사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양택진 기자  winset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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