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신 당선자, ‘반 이승완 연대’ 넘어서야

지난 11월 28일, 사단법인 대한민국태권도협회(KTA) 제28대 회장에 최창신 전 차관보가 당선되었다.

예상보다 많은 득표수를 받아 주변을 놀라게 했고, 반면 경합을 벌였던 이승완 전 KTA 회장의 낙선은 새로운 태권도 시대의 변화를 예고했다.

이승완 전 KTA 회장과 최창신 당선자.

이 전 회장은 태권도신문(주) 회장 출신이다.

최 당선자는 이 전 회장의 50년 지기이며, 태권도신문(주)에 10년 가까이 고문직을 수행하며 신문 편집을 주도했다.

지난 2월부터는 이 전 회장이 KTA 회장에 출마하면서 태권도신문(주) 대표이사 겸 회장을 맡았다.

두 사람이 KTA 회장 선거에서 서로를 향해 승부수를 띄울 것이라는 예상은 좀처럼 쉽지 않았지만 세상에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없었다.

최 당선자가 태권도신문(주)을 떠나기 전 회식자리에서 회사 식구들에게 남긴 출마의 이유는 비록 KTA 회장 출마의 까닭으로는 납득이 가지 않는 두 사람 간 감정상의 문제였지만 그것 역시 출마의 이유일 수 있다.

항간에 떠도는 말처럼 큰 그림이 이미 그려지고 있었다는 말을 믿을지에 대한 판단은 좀처럼 쉽지 않다.

모든 떠도는 말이 이유가 될 수도 있고, 또 이유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번 선거에서 최 당선자의 승리 요건을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요인은 이 전 회장에 대한 반감이다. 이 전 회장 주변 인물들에 대한 평가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전 회장과 주변에 대한 반감을 기반으로 하는 최 당선자 캠프의 ‘반 이승완 벨트’ 사수 전략은 주효했다.

이 전 회장 캠프와 달리 낮은 자세로 선거에 임한 읍소 전략 역시 뛰어났다. 최 당선자가 40대 유권자와 통화한 내용을 전해들은 후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트로이의 목마 전략도 압권이었다.

비록 이 전 회장 캠프에서는 지지를 약속 받은 몇몇 시도협회로부터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할지라도 그 시도협회는 이미 이 전 회장을 지지할 의사가 없었다.

이에 비해 이 전 회장 캠프는 선거 운동에 안일했고,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했다. 선거 운동의 방식 역시 낡았고, 선거 운동을 총괄하는 총책임자 역시 따로 없었다.

최 당선자처럼 새 인물에 대한 기대감도 없었고, 표심을 흔들 색깔도 바래고 불분명했다.

결국 시도협회와 연맹체 중 상당수는 새로운 인물을 선택했다.

162명 선거인단의 선택이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라고 예측되었던 지도자 및 선수들 역시 시도협회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 당선자에 대한 기대감은 크다.

신문기자, 문체부 차관보, 2002 한일월드컵 조직위 사무총장을 거쳐 세계태권도연맹 상임고문에 전자호구특별위원회 위원장까지 맡고 있는 경험은 KTA에 분명 큰 힘이 될 것이고, 그간 흐트러졌던 사무국의 조직을 재정비해 새롭게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태권도신문(주)에서 직접 겪은 최 당선자의 합리적 보수주의자의 면모 역시 앞으로 기대감을 갖기에 부족함이 없다.

다만 직접 겪어본 경험으로 최 당선자에게 바라는 단 한 가지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판단이다.

이 바람은 이 전 회장이 당선되었어도 내용과 강도는 다르겠지만 마찬가지이다.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는 최창신 당선자.

최 당선자는 간혹 그 주변의 사람이 기회주의자이든, 혹은 최 당선자의 생각과 달리 합리적인 인물이 아니든 믿어야 할 이유 한 가지가 있으면 믿지 말아야 할 아홉 가지의 이유를 중시하지 않는다.

물론 그런 경우가 많지는 않았지만 아주 간혹 고민스러웠던 적은 있었다.

당연히 앞으로 최 당선자에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믿어달라고 찾아오고 다가올 것이고, 이미 주변에 있을 것이다.

이번 선거의 최대 승부처가 최 당선자 스스로의 장점뿐만 아니라 이 전 회장과 주변에 대한 반감이 결정적이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선거를 전후해 최 당선자의 태권도계 주변 인사들과 지지세력, 그리고 외곽세력이 누구인지의 윤곽도 어느 정도는 드러났다.

부디 최 당선자 본인처럼 정직하고, 합리적인 인물들을 잘 가려 중용해 태권도인들에게 큰 사랑을 받길 기대한다.

그러나 태권도계 내부든 외부든 비리나 부정 의혹을 달고 있는 인사, 과거 기득권 세력과 초록이 동색인 인물들을 중용한다면 최 당선자는 ‘반 이승완 연대’로 얻은 승리 그 이후의 새 시대를 열 수 없을 것이다.

태권도인 누구도 그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시대가 원하는 새로운 변화를 바란다.

양택진 기자 winset7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