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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태권도 선수 육성문화 이대로 좋은가?
  • 임태희 용인대 교수
  • 승인 2007.04.02 17:58
  • 호수 540
  • 댓글 1

우리나라의 태권도는 도하아시안게임에서의 우승으로 아시안게임 9연패 달성을 이루었고, 과거 올림픽에서 다수의 메달을 획득함으로써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효자 종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태권도 내부적으로 경기규칙이 박진감 있는 경기 진행을 위해 수정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으며, 네티즌들 역시 재미없는 경기를 더 이상 보기 싫다고 짜증스럽게 속내를 드러내기도 한다.

임태희 교수.

이러한 내용은 국제규모의 태권도대회가 끝나면 언제나 붉어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오늘 필자는 이보다 더 시급히 고려해야 할 문제에 대해 언급하려 한다. 즉 태권도 선수 육성문화에서 오는 병폐에 대해서 말이다.

우리나라 태권도선수들은 국가대표로 발탁되기 위해서 또는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하기 위해서 하루 최소 6시간 이상을 수년 동안 수련하고 있다. 물론 이렇게 오랜 시간 고된 훈련을 했다고 해서 모두가 대표선수로 선발되는 것은 아니다.

2006년 태권도 등록선수 통계자료에 따르면 고등부는 3,315명, 대학부는 1,218명, 실업팀은 약 280명이었다. 이러한 통계치는 3년 기준으로 고등학생 약 2,000명 대학생은 약 990명으로 2,990 정도가 낙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필자의 선수 경험을 비추어 볼 때 태권도 선수로 입문하는 순간 하루 일과 대부분을 운동에 쏟아 부어야만 한다. 즉 학생이 누려야 할 학업권을 포기한 채 말이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몇 몇 지도자나 선수들은 수업결손을 무슨 혜택처럼 생각하기도 한다.

선수를 육성하는 지도자들이 이러한 현상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이유는 사회 저변에 깔려 있는 결과주의와 선수들의 중·고·대학교 진학문제 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필자는 얼마 전 축구꿈나무들이 모여 운동하는 합숙소를 방문한 적이 있다. 이들을 보는 순간 문득 뇌리에 이런 생각이 스쳤다. ‘이들도 역시 태권도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절름발이 교육을 받고 있겠구나’라고 말이다. 하지만 선수들이 하루 훈련일정을 마치고 나서 샤워와 식사를 한 후 과외 수업을 받는 광경을 목격하는 순간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음을 깨닫게 되었다.

낮 동안 운동에만 매진한 학생들의 부족한 학업과정을 보충하기 위해서 학교측에서 선생님들이 방문수업을 할 수 있게 해 주거나 학부모나 코치들이 직접 과외선생을 고용해서 학생들이 못 다한 수업진도를 맞추게 해주고 있었다. 물론 정규수업만큼은 아닐 수 있지만 선수들의 수준에 맞게 차근차근 꾸준히 수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는 것이 축구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축구 합숙소를 꾸리는 다수의 지도자들은 이러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등록선수 중 축구 등록선수가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 이들 중 약 1%만이 대표팀으로 발탁되고 나머지 선수는 졸업 후 새로운 직종에 종사하게 된다는 것이 관계자의 말이다. 즉 이들이 축구가 아닌 다른 분야에 진출 할 가망성을 고려한 조치인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현장을 목격하며 축구의 미래는 참 밝다고 생각했다.

반면 태권도 선수육성 문화는 아직 후진국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워 버릴 수 없다. 자신을 돌아볼 기회도 없이 하루 종일 운동에 매진해야만 하는 현실과 문화 속에서 태권도 선수들이 태권도를 벗어났을 때 과연 그들이 태권도와 관련 없는 일을 하면서 사회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은 할 수 없다.

태권도 선수 육성문화는 신체, 인지, 정서, 사회성을 골고루 발달 시켜가야 하는 성장기 학생들에게 신체적 자아개념만을 과부하적으로 발달시킴으로써 오히려 태권도에 대한 동기수준을 떨어뜨리게 되어 훈련에 대한 열의마저 잃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심리학 이론으로도 설명될 수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motivation) 것을 스스로 결정(self-determined)해서 참여할 때 그 효과는 배가 된다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밝혀진 사실이다.

태권도 선수육성 문화가 전부 훈련지상주의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 D대학에서는 신입생 선수들에게 입학 전부터 고된 훈련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의자에 앉아 있는 ‘책상머리’ 훈련부터 시키고 있다. D대학은 태권도 명문대학이 아니면서도 올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우리는 이러한 사례를 잘 되새겨 보아야 한다. 특히 제도권은 이러한 사례를 심도 있게 연구하고 각 학교와 단체에 보급 전달하여 태권도 선수 육성문화를 바르게 주도하고 계몽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리고 지도자들 또한 이러한 사례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임태희 용인대 교수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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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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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aekwonLee 2007-04-12 01:15:55

    지금은 우리나라 등록선수중 축구선수가 많기때문에 인구비중이 높은 종목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지 않은가 생각이 든다. 태권도는 이미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져있는 우리민족의 스포츠이지만 더욱 관심을 가지고 태권도의 발전은 물론이거니와 더 나아가서 임태희 교수님의 의견처럼 선수들 하나하나 생각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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