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3.12.8 금 09:53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창을 열고] 품새 DVD vs 태권도교본
  • 이경명 태권도문화연구소장
  • 승인 2006.01.16 00:00
  • 호수 483
  • 댓글 0

두 개의 태권도 지침서는 하나의 원리에 근거하고 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제각각인 듯하다. 그럴만한 까닭이라도 있는 걸까?

품새 DVD는 2004년 (주)다트피쉬코리아에서 제작, 세계태권도연맹(WTF)의 공인을 받아 이미 세계화되고 있다. 더군다나 세계연맹은 오는 9월 서울에서 열리는 제1회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를 위해 네 차례 품새국제심판강습회를 통해 274명의 심판을 양성한 바 있다.

그것에 담긴 동작규정은 두 차례 가진 공청회에서 결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태권도교본》(2005)은 국기원에서 18년 만의 긴 침묵을 깨고 발간한 《국기태권도교본》(1987)의 수정증보판이다. 지난 9월에 간행된 태권도교본의 수정된 부분은 단지 기본동작과 품새 편이다. 그것은 동작규정과 일부 동작의 개정이 전부일 듯하다.

새 교본에 따른 동작의 일부로 인해 두 단체의 시각차가 균열을 보이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태권도교본 중요 변경 사항” 제하로 대한태권도협회 계간지 ‘태권도’지 2005 제147호에 특집으로 게재된 것이 홍보의 유일한 실적일 것이다. 신구 교본 간 대표적으로 변화된 품새동작을 중심으로 간략하게 정리한 것에 따르면, 개념수정 및 정리 10개항, 용어수정 2개, 품새수정 및 변경 5개, 그리고 새 용어 추가 4개 등이 그것이다(32~37쪽).

구랍 29일과 30일 양일간에 걸쳐 세계연맹 사무처 회의실에서 열린 품새특별위원회 회의에서는 관점의 차이로 특히 두 위원 간에 고성이 오갔다는 후문인데 고수(高手)로서 기술 해석상의 차이를 드러냈다고 보기는 어려운 듯하다.

이종관 부장은 “국기태권도교본이 발간된 만큼 교본을 중심으로 해서 품새대회가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 국기원의 입장이다”, 박수남 위원장은 “국기원에서 발간한 국기태권도교본이 태권도의 교과서로 인정받고 있는 만큼 품새 DVD와 국기태권도교본의 차이점을 줄이고 허용범위를 확대하는데 중점을 뒀다”는 것으로 ‘절충안’이 채택되었다는 태권도신문의 보도(2006. 1. 2 제481호)는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고 있다(‘태권도교본’이 바른 이름임).

이 과정을 지켜본 양식있는 태권도인들은 국내 저질 정치인들의 그것과 조금의 차이도 분별할 수 없다는 쓴 소리이다. 국기원의 입장으로는 마땅히 새 교본에 따라 경기규정을 정해야 한다는 원론적 주장일 터이다. 하지만 교본이 발간됐다고 보급기간의 유예도 없이 고집한다는 것은 무리수가 아닐 수 없다.

교본이란 무엇인가. 태권도교본에 대한 ‘일부’ 오류지적을 필자는 이미 지면을 통해 밝힌 바 있으나 오류의 전부를 찾아낸 것은 아니다. 지금도 찬찬히 교본을 들여다보며 발견되는 오류에 놀라곤 하는데, 품새 DVD vs 태권도교본 간의 한판 겨루기가 자못 가소로웠다.

《국기태권도교본》(1987) 33쪽에 「국기태권도」라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휘호가 실려 있다. 하지만 《태권도교본》(2005)에는 그것이 삭제되었다. 그리고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석연찮게 교본의 이름에서 ‘국기’마저 삭제되었다.

세계태권도본부로서 국기원의 ‘국기’라는 이름의 위상에 변화의 조짐이 있는 것은 아닌지? 태권도교본 1면에는 “국기원 원로와 함께한 원장님” 제하의 사진 한 장이 돋보인다. 이제 그 많은 원로들은 다 어딜 갔는가?

최근 국기원 정문이 복원되었다. 태권도 하드웨어가 튼튼히 되고 있는 모습에 반해 소프트웨어적 측면은 아직도 여물지 않는다. 국기원 웹사이트에는 아직도 《국기태권도교본》의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새 교본이 간행된 지 반 년이 가까워 오고 있는 데도 그런 것에는 아량도 없는 걸까? 그러면서도 품새 DVD와의 겨룸에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듯싶다.

 정녕 국기원에는 ‘국기’ 태권도가 보이질 않는다. 이 국제화의 시대에 고유 전통문화의 정체성을 찾아볼 수 없다.

이경명 태권도문화연구소장  kekisa@naver.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경명 태권도문화연구소장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