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태권도위원회 소속의 북한 태권도시범단이 한국을 방문한다. 북한 시범단의 이번 방문은 지난 2002년 9월, 당시 남북장관급회담 합의에 따라 대한태권도협회 시범단이 평양을 방문하자 한달 후 답방 형식으로 서울을 방문한 이후 4년 6개월 만이다.

북한 시범단의 이번 방문은 지난 1월, 사단법인 ITF 태권도협회(회장 유완영)가 북한에 공식으로 초청장을 전달한 것이 계기가 됐다. ITF 태권도협회는 지난 20일 개성에서 조선태권도위원회(위원장 황봉영)와 한국 방문 경로와 편의 문제 등에 구체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ITF 태권도협회 측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다음달 6일부터 9일까지 북한 시범단을 초청해 한겨레통일문화재단(민병석 이사장)과 공동 주최로 7일과 9일, 춘천과 서울에서 태권도 시범 공연을 한다고 밝혔다. 북한 시범단 규모는 시범단원 20명을 포함해 임원, 기자단 등 49명이다.

그러나 이번 방문은 과거와 성격이 사뭇 달라 국내 태권도계에서는 냉담한 시선으로 이들의 방문일정을 지켜보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 당국과 한국 정부의 협조 아래 북한 시범단이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지만 2002년 상황과는 달리 대한태권도협회(회장 김정길·KTA)와는 아무런 사전 교감이나 연관이 없기 때문이다.

국내 태권도계에선 북한 시범단의 실질적인 방문 목적이 북한의 장웅 총재가 이끄는 국제태권도연맹(ITF)의 한국 본부인 ITF 태권도협회의 사단법인 등록을 축하하고 ITF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 ITF 대한태권도협회측은 “지난 1월 마무리된 사단법인 등록을 축하하고 2014년 동계올림픽 평창유치 지원, WTF(세계태권도연맹)와 ITF 태권도 통합문제의 실질적 진행을 위한 후속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북측 대표단의 방한이 이뤄지게 됐다”고 밝혔다.

ITF 태권도협회 김훈 사무총장은 지난 22일 북한 시범단의 일정에 대해 “조선태권도위원회가 대한태권도협회와 국내 행사에 관해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양진방 KTA 기획이사는 “북한 시범단이 한국을 방문하는 것에 대해 할 말이 없다. 우리는 협의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WTF도 장웅 총재를 비롯한 북한 시범단을 반기지 않고 있다.

장웅 총재는 다음달 8일 WTF 사무처를 방문, 조정원 총재와 태권도 통합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WTF측은 “중국에서 통합을 위한 실무회의를 하고 있는데, 두 총재가 별도로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하겠느냐”며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다.

서성원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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