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부가 있는 각 대학의 교수 중 심판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며 거세게 항의하는 교수들은 누구일까?

많은 사람들은 태권도 감독 보직을 맡은 류병관 용인대 교수(46)와 전정우 경희대 교수(46)를 손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들은 지난달 27, 28일 대한태권도협회(KTA)가 국기원에서 주최한 2007년도 국가대표 선수선발 최종대회에서 “심판 판정에 문제가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특히 심판 판정이 너무 잘못됐다고 판단하면, 주저하지 않고 경기장으로 들어와 심판부 관계자들과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등 거칠게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고성과 삿대질, 욕 등이 오고가기도 했다.

	▲ 지난 2005년 2월, 태능선수촌 태권도 훈련장에서 열린 국가대표 1차 선발전에서 류병관 용인대 교수가 심판 판정에 거세게 항의하는 모습.

● 류병관 “내 항의는 정당”…전정우 “오죽하면 항의하나” 

류병관 교수의 거센 항의는 KTA 관계자들이 난감해 할 정도로 ‘파괴력’이 크다. 경기가 끝난 후 독기를 가득 품은 얼굴로 경기장에 내려오면 KTA 관계자들은 “또 한판 붙겠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의 항의 스타일은 ‘경상도 사나이’답게 거칠고 야성적이다. 항의를 당차게 하는 이유는 ‘판정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항의는 정당하다’는 소신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류 교수가 흥분하면 어느 누구도 말릴 수 없을 정도다. 그보다 나이가 많은 KTA 관계자와 설전을 벌일 때도 “경기를 보고 얘기하라. 왜 소청도 못하게 하느냐”며 쏘아붙인다. 그래서 류 교수의 항의를 제지하고 설득하는 것은 대부분 그와 친분이 있는 용인대 출신의 KTA 관계자들이다.

전정우 교수는 류 교수도 보다는 덜 하지만, 심판 판정에 항의를 하면 깐깐하고 집요하게 자신의 주장을 설파한다. 지난달 27일 남자부 헤비급 패자전 허준녕(경희대)과 김학환(한국가스공사)의 경기에서 심판들이 허준녕의 얼굴 득점을 인정하자 이에 반발하며 분노를 터뜨렸다.

그리곤 심판부 관계자들과 그 경기를 촬영한 비디오를 판독하며 “이것 봐라, 얼굴에 맞지 않았는데 왜 득점이 인정되느냐”며 울분이 삭이지 못했다.

류 교수는 지난 15일 항의를 자주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심판 관계자들은 IOC와 WTF가 전자호구를 왜 도입하려고 하는지 알 것이다. 항의가 거칠다고 뒤에서 욕하기 전에 통렬한 반성부터 해야 한다. 정확한 타격에 의한 득점만 주기로 했으면 동일한 판정 잣대로 일관성있게 적용하면 된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지 않기 때문에 항의를 하는 것이다.”

전 교수는 지난 15일 남자부 헤비급 허준녕과 김학환의 경기를 거론하며 울분을 삭이지 못했다.

“허준녕은 얼굴에 맞지 않았다. 심판들이 불성실하게 판정을 하고, 준녕이가 맞았다고 우겨대는 바람에 항의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거칠게 항의를 하는 것은 비판하기 전에 항의 사태의 발단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심판의 오판으로 선수들의 앞 날을 막아서야 되겠는가.”

● “문제있는 심판 기용 말아야”…“판정번복, 심판 징계 필요” 

그러나 이런 이유에도 불구하고 두 교수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명색이 대학 교수인데, 욕을 하는 등 너무 심한 게 아니냐”는 소리도 들린다. 또 항의하는 모든 경기가 자신들의 생각처럼 모두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항변한다.

지난달 27일 남자 헤비급 허준녕(경희대)과 김학환(한국가스공사) 경기에서 심판들이 허준녕이 얼굴을 맞았다고 인정하자. 경기가 끝난 후 전정우 경희대 교수(왼쪽에서 두번째)가 경기장에 내려와 항의하고 있다.

이런 비판에 대해 류 교수는 “뒤에서 나의 행동을 욕하는 사람들은 비겁하다”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내가 한 항의 중 잘못된 것은 없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소청을 하려고 하는데, 소청도 못하게 한다. 나보고 욕을 많이 한다고 하는데, 나는 욕 먹을 짓을 하는 사람에게만 가려서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중요한 경기에서 심판의 실수로 이상하게 경기가 진행되거나 엉뚱한 결과가 나오면 나도 모르게 우발적으로 항의를 한다”고 하면서도 “오죽했으면 교수가 경기장에 내려가 항의를 했겠는가. 나는 경희대 선수들과 학생들의 억울함을 대변한 것”이라고 밝혔다.

KTA의 심판 관계자는 심판 판정에 비판과 항의만 하지 말고 대안까지 제시해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에 대해 류 교수는 “그동안 수없이 대안을 제시했다. 우선 문제를 일으킨 심판들을 쓰지 말고, 이긴 선수가 이기고, 패한 선수가 지도록 일관성있게 판정을 하면 된다”고 꼬집었다.

전 교수는 “공정하게 판정하려는 집행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소청을 해도 심판들의 ‘사실판단 착오’를 적용, 잘못된 판정을 번복하지도 않고, 심판도 징계하지 않는다. 문제가 있는 심판은 심판위원장의 직권으로 징계를 주는 등 제도적인 장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주장과 제시에 대해 KTA 집행부를 비롯한 심판 관계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책을 마련할 지 주목된다.

서성원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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