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대한태권도협회와 (구)전국생활체육태권도연합회가 통합한 사단법인 대한민국태권도협회(KTA)가 김종운 처장의 직급과 호봉 책정을 두고 홍역을 앓고 있다.

이승완 회장(오른쪽)과 김경덕 상임부회장이 김종운 처장 문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장면.

일부에서는 ‘연합회 죽이기’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써가며 갈등을 부채질 하고 있고, 임시이사회서는 통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연합회 측 이사들이 의사 진행을 방해한 끝에 급기야 거친 언성과 몸짓이 오가는 구태까지 벌어졌다.

김종운 처장 파동을 빌미로 차기 통합회장 선거에서 이득을 보려는 측에서 배후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과연 협회와 연합회 사이의 사무처 통합, 그리고 연합회 사무처 직원들의 직급과 호봉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한 개인의 직급과 호봉 조정이 정치적으로 비화되고 있는 것일까?

협회와 연합회는 정부의 체육 단체 통합 정책에 따라 지난 5월 25일 우여곡절을 거쳐 통합에 이르렀다.

양 단체 통합추진위원회의 합의 내용에 따라 임원 선임은 이사는 양 단체 20명씩 총 40명, 감사는 양 단체 2명씩 총 4명을 선임하기로 하였으며, 2016년도 사업계획 및 예산 심의 결과에 따른 올해 사업은 양 단체에서 각각 진행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양 단체 사무처는 전문체육과 생활체육 2처로 구분키로 합의했고, 양 단체 기구 및 조직을 발전적으로 유지키로 정했다.

이에 따라 연합회 사무처 직원 3명은 생활체육 사무처로 통합 협회에 합류했다. 그러나 합의서 내용 중 어디에도 고용승계라는 말은 등장하지 않는다.

즉, 양 단체 사무처의 인원 감소 없이 2처로 구분해 통합하는 것일 뿐 기존 연합회 직원들의 직급과 호봉을 그대로 승계한다는 의미의 고용승계는 합의된 바 없다.

더욱이 연합회의 경우 임의단체로 해산 절차를 밟았고, 사실상 예산 규모가 수십배 차이 나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에 따른 통합은 실질적으로 협회의 흡수 병합 과정이었다.

다만 통합의 정신을 살려 회장과 상임부회장의 구분, 그리고 임원의 수를 동등한 조건으로 하였다.

이어 연합회 사무처가 지난 6월 30일까지 기 업무를 정리해 7월 1일부터 KTA 사무국으로 출근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이후 직급과 호봉 체계가 다른 연합회 사무처 직원들의 직급과 호봉을 결정하기 위한 인사위원회(위원장 김우규)가 열렸다.

양 단체 사무처를 그대로 유지하되 협회와 연합회 사무처 직원들 간 직급과 호봉의 형평성을 따져 이를 조정하기 위한 인사위원회였다.

기존 협회의 직급과 호봉 체계는 9급 1호봉에서 1급 10호봉, 연합회는 7급 1호봉에서 1급 16호봉이었다.

(구) 대한태권도협회와 (구) 생활체육전국태권도연합회의 합의서.

이 과정에서 김종운 처장은 2급 4호봉으로 과장 한 명은 5급 1호봉 과장, 직원은 KTA 공채 채용 직원들의 기준에 비추어 직급과 호봉이 조정되었다.

단, 통합추진위 합의 과정의 정신에 비추어 김종운 처장의 직책은 조정하지 않고 그대로 처장직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김 처장은 인사위원회에서 연봉이 600만원 상향조정되었고, 과장은 동결, 그리고 직원은 연봉이 160만원 줄어들었다.

인사위원회의 결정이 나자 김 처장은 2급 4호봉으로 정해진 자신의 직급과 호봉을 인정하지 않았고, 현재 1급 10호봉인 김무천 국장과 1급 4호봉인 류호윤 부장의 중간인 1급 6호봉 또는 7호봉을 요구하며 인사위원회 결정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인사위원회 심의 내용을 김 처장이 수용하지 않자 7, 8월 월급이 지급 보류되었다.

KTA 이승완 회장은 갈등을 풀기 위해 김경덕 상임부회장과 김무천 국장으로 하여금 이를 원만히 풀 것을 지시했다.

이어 리우올림픽이 끝난 후 귀국한 이승완 회장은 김종운 처장이 여전히 자신의 직급과 호봉을 수용하지 않자 더 이상 월급 지급을 보류할 수 없어 인사위원회 결정에 따른 월급을 지급토록 결정해 8월 말 2개월분 월급이 지급되었다.

일부에서는 기왕에 양 단체 사무처가 합쳐졌으니 말이 나오지 않게 김종운 처장에게 1급 1호봉이라도 주는 것이 나았다는 의견도 물론 있다.

그러나 현재 1급 10호봉 김무천 사무국장과 1급 4호봉 류호윤 부장의 경력, 그리고 양 단체 사업의 양과 업무량, 그리고 서로 다른 직급 및 호봉 체계에 따라 일방적으로 연합회 직원들의 고용을 승계하는 것은 기존 협회측 직원들의 직급과 호봉에 비추어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또한 연합회 사무처가 지난 2014년 이후 단체 통합을 염두에 둔 정황이 의심되는 25%의 연봉 인상을 실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이 과정에서 세액신고는 실제 연봉의 50%만을 신고해 세금을 줄였다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연합회 전체 예산의 30% 이상이 직원 3명의 연봉으로 지급되는 예산 운영의 불균형과 함께 그동안 연합회 운영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졌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더불어 당초 연합회 예산이 1년 5억이라고 밝혔지만 실제 통합을 하고 보니 1,000만원의 적자를 지고 있는 것도 확인되었다.

결국 연합회를 존중해 2처로 사무처를 구분하고 김종운 사무처장의 직책은 유지하되 연합회 사무처의 직원들의 직급 및 호봉 체계를 그대로 승계 할 경우 조직의 체계가 무너진다는 것이 이번 인사위원회 결정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현재 대한체육회는 이 사안에 대해 “상위단체에서 개입할 수는 없는 문제”라는 입장이다.

실제 대한체육회 역시 직급 및 급여가 미결정 상태로 통합 전 각 단체 예산으로 급여를 지급하고 공정성을 위하여 외부 자문 용역을 실시 중이다.

빙상연맹의 경우 연합회 사무처 과장을 대리 직급으로 낮추어 부여했으며, 급여는 빙상연맹 기준으로 정했다. 육상연맹의 경우 연합회 사무처 처장을 과장급으로 고려하고 있으며, 직원들의 급여 수준 역시 연맹 직원들의 급여 수준을 참고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사무처는 통합 정신에 따라 그대로 유지하되 직급과 호봉의 결정은 각 단체의 직급과 호봉 규정에 따라 조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돌연 김종운 처장의 인사위원회 불복 파동이 지난 2일 이사회로 불똥이 튀었다.

지난 2일 이사회서 김종운 처장 파동을 발단으로 이사들 간 거친 언성이 오가는 장면.

통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연합회측 이사들은 보고사항과 심의안건 중에 김종운 처장의 파동을 거론하며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발언을 이어갔고, 기타토의에서 논의하자며 미뤘지만 분위기는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기타토의 과정에서 윤웅석 부회장과 박상구 이사 간 거친 설전과 몸싸움 직전까지 가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사회가 끝난 후 일각에서는 이번 김종운 처장 파동이 단순히 개인의 직급과 호봉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연합회 이사들에 대한 장악력이 강한 김종운 처장의 직급 및 호봉 파동을 빌미로 차기 통합회장 선거에서 이득을 보려는 일부 인사들의 노림수가 배후에서 맞물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양택진 기자  winset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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