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있는 국제유단자협회(IBBF) 블랙벡트 회원들의 태권도종주국 연수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이들과 수년간 교류하며 우정을 쌓아온 이상기씨(성일태권사관학교 관장)가 지난달 26일 이들을 성일태권사관학교로 초청, ‘태권도 종주국의 현주소와 과제’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다음은 좌담회 요지.
·사회 : 이상기=이렇게 시간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태권도종주국인 한국을 몇 번이나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종주국의 태권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유진 마쿼트(7단)= 다섯 번 방문했습니다. 태권도종주국인 한국에서 태권도가 일반인들에게 비인기 종목이라는 사실에 엄청 놀랐습니다. 어린이 놀이방이 돼 버린 일반 도장을 방문해 보고는 실망감이 극에 달했습니다.
그마나 서울체고, 한국체대를 비롯하여 각 대학의 태권도 학과가 그런 대로 전통성의 맥을 있고 있어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무도로서의 태권도가 아니라 금메달에 집착하는 스포츠에 열중하는 것 같아 일본 유도처럼 스포츠에 매몰되는 것 같아 안타까워했습니다.
·에릭 그린퀴스터(6단)=한국과 한국인을 매우 사랑하기에 7번 방문하였습니다. 10일간의 지옥훈련을 통하여 자신감과 백절불굴의 정신을 배웠습니다. 특히 지리산, 치악산, 백운대의 등정을 잊을 수 없고, 한국 문화와 음식은 압권이었습니다.
·이상기=각 대학의 태권도부는 각종 대회에 참가해 금메달을 획득해야 하기 때문에 무도보다는 스포츠를 추구하는 게 당연합니다. 다만 태권도종주국인데, 무도가 퇴보하는 것은 저도 안타깝습니다. 한국 태권도에 대해 칭찬보다는 쓴소리를 더 듣고 싶습니다.
·에릭 그린퀴스터=지난해 9월 올림픽공원 제2경기장에서 열렸던 코리아오픈국제태권도대회에 관중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관중에게 외면당한 스포츠를 본 적이 없기에 종주국 태권도의 허상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팠습니다.
·브랜트 죠드헤임(6단)=6번 한국을 방문하였습니다. 사진으로 보던 국기원의 위용과 실제로 가서 보았던 초라함이 방문자들을 위축시켰습니다. 자물쇠로 잠긴 세계 유일의 태권도 기념관은 창고처럼 볼품이 없었으며 전시품은 8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지금은 수리해 고쳤지만 기둥에서 빗물이 떨어져 양동이를 받쳐 놓은 것을 사진으로 찍 어 보관하고 있습니다. 국기원의 각 부서 사무실을 표시한 간판도 방문객들의 눈에 띄게 예쁘게 디자인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마이크 리(6단)=태권도 이야기에 앞서 한국에서의 반미감정을 먼저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위하여 미군 3만 8천명이 사망했으며 6만 여명의 부상자가 생겼다는 것을 한국인들이 알아줬으면 고맙겠어요.
·이상기=죄송합니다. 정치적인 이야기는 이번 토론회와 맞지 않습니다. 자제해 주십시오.
태권도를 수련하는 태권도인으로서 그동안 한국을 방문하면서 느꼈던 한국 문화와 태권도에 대해 솔직히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스펜서 브랜트(6단)=한국 음식을 너무 좋아 합니다. 특히 갈비와 불고기, 매운 김치도 너무 맛있습니다. 비빔밥은 세계적인 건강음식입니다.
다만 한국에는 관광할 만한 곳이 거의 없습니다. 서울에서는 서울타워, 인사동, 청와대, 경복궁, 남산한옥, 명동, 비원 그리고 경주의 불국사를 관광코스로 다녔습니다만 별로입니다. 서울타워는 다시 단장하여 보기가 좋은데, 이태원은 쇼핑하기 편리한 곳이지만 호객꾼들이 많아 다시 가고 싶지 않습니다.
·이상기=오늘의 주제가 종주국 태권도의 현주소이기 때문에 태권도에 대해서도 한마디 해주기 바랍니다.
·스펜서 브랜트=용기있는 사람들이 한국 태권도를 개혁해야 합니다.
미국서는 태권도가 무도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의 인성교육에 태권도만한 운동이 없다고 칭찬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어떻습니까.
몇 달 전, 7단 심사를 받으러 가서 황당함을 느꼈습니다. 품새가 모두 조금씩 다르고 이론이 엇갈려서 혼돈에 빠졌습니다. 태권도 교본과 CD도 대체 누구 것을 따라야 하는지, 그리고 과학적인 설명도 없는 동작은 바로잡아야 합니다.
·이상기=이 사람 저 사람의 말에 현혹되지 마시고 국기원의 교본을 따라 주시고 기회가 있으면 국기원 지도자 교육을 받기 바랍니다.
·테드 핏쯔먼(6단)=제가 막내이므로 좋은 이야기를 하면서 끝내고 싶습니다.
한국의 지하철은 너무 깨끗합니다. 앞에서 반미감정을 이야기 했지만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친절하고 우호적이었으며 미국을 동반자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태권도를 통한 선린외교의 매체로서 세계평화에 이바지하는 태권도인이 되어야 합니다.
·이상기=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자리를 많이 만들겠습니다.
서성원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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