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지난 6일 열기로 한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열지 못해 ‘태권도진흥 및 태권도 조성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태권도특별법) 제정이 다음 달에 열리는 임시국회로 미뤄졌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여전히 태권도특별법과 ‘경주 역사문화도시 특별법’(이하 경주특별법)을 연계해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태권도특별법 제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처럼 태권도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자 태권도공원 조성 사업의 주체인 태권도진흥재단을 비롯해 전북도와 무주군 측은 당혹스런 기색이 역력하다.

태권도특별법 제정이 미뤄질 수록 태권도공원 조성 계획이 차질을 빚는데다 특별법안에 있는 국기원 특수법인 전환과 초등학교 태권도 교과목 채택 등 태권도 진흥을 위한 계획도 늦춰지기 때문이다.

지난 5일 무주 군민들이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을 만나 '태권도 특별법' 제정을 도와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 전북도와 무주군의 입장과 대응 

전북지역 언론과 무주군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비협조를 비판하며 태권도특별법 제정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홍낙표 무주군수를 비롯한 무주군민 100여 명은 지난 5일 한나라당을 방문, 태권도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고, 경주특별법과 함께 태권도특별법을 통과시켜 줄 것을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홍 군수는 "태권도공원 조성사업은 무주와 전북에 국한된 사업이 아닌 182개국 60,00만 태권도인과의 신의와 국익이 달린 국책사업임을 인식해 달라”며 태권도특별법 제정을 범국가적인 사업으로 인식해 줄 것을 호소했다.

김완주 전북도지사도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면담을 갖고, 태권도특별법 통과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 태권도진흥재단의 입장과 대응 

전북도와 무주군 못지 않게 태권도공원 사업의 주체인 태권도진흥재단도 태권도특별법 제정이 늦춰지자 당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태권도진흥재단 이대순 이사장은 한나라당 강재섭 총재 등 지도부를 만나 태권도계의 입장을 전달하는 등 법안통과를 적극 호소하고 있다.

태권도진흥재단의 한 관계자는 지난 7일 태권도특별법 제정을 위해 이대순 이사장 등 진흥재단이 하는 일을 설명하면서 “그런데 정작 나서야 할 태권도계는 왜 조용한지 모르겠다”며 의아해 했다.

이 관계자는 “무주군이 나설 경우, 자칫 정치적인 지역대결로 치달을 수 있어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며 “전국의 태권도인들이 나서서 태권도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것이 훨씬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4월 임시국회서 제정될까 

태권도특별법 제정은 다음달에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이다. 태권도특별법을 경주특별법과 병행 처리한다는 한나라당의 당론에 따라 정략적인 협의가 없으면, 올해 안에 태권도특별법이 제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새어나오고 있다.

대선도 변수다. 앞으로 각 당은 대선에 출마하는 후보를 경선하는 등 본격적으로 대선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국회에 계류 중인 각종 법안에 큰 관심을 갖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4월 임시국회에서도 태권도특별법이 법사위를 통과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는 한 정치인의 말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서성원 기자  dssim22@paran.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서성원 기자
• dssim22@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