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태권도를 처음 배우기 시작할 때 태권도 도복을 입는다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조금 낯선 경험이기도 했다. 그것은 우리의 한복처럼 저고리와 같은 옷도 아니고 그렇다고 평범한 티 셔츠처럼 위로 껴 입는 것으로 깔끔하게 끝나는 생활 옷의 형태도 아니다.

 옷의 목은 브이(V)자 형태로 저고리같은데, 입을 때는 티셔츠처럼 위에서 껴 입어야 하고 다시 하단은 갈라져 있어서 띠를 매어야 한다.

 수년 전에 태권도 학술 세미나에서 모 대학 교수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외국에서 태권도를 수련하는 수련생들은 사범님의 엄격한 지도 하에서 도복을 입는 것을 신중히 하며, 그리하여 도복을 입지 않은 태권도 수련이란 공식적으로 생각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런 외국 태권도인들이 종주국 한국에서의 태권도 선수들 수련을 구경하러 와서는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들 도복이 아닌 츄리닝을 입고 발차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단순한 스포츠 이상의 무도임을 강조하는 태권도에 있어서 이것은 정체성 문제에까지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사태일 수 있다. 그 교수는 즉시 모든 태권도 선수들에게 무조건 도복을 착용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적절한 조치라고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실제로 도복을 착용한 태권도 수련에서 많은 문제가 지적되었다. 땀 흡수가 잘 되지 않고 모습은 수련이 진지해질수록 흐트러졌으며 어떤 신체부위는 도복의 특정 부분에 손상되어서 훈련에 직접적인 지장까지 초래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것은 사실 모든 태권도인들이 아는 부분이다. 해외 태권도인들이 얼마나 태권도를 정신문화로서 존중하는지, 그에 반해서 우리가 태권도를 수련함에 있어서는 도복보다 츄리닝을 선호한다는 것까지 모두 말이다.

 그리고 이것은 태권도의 정체성과 연관된다. 도복을 착용하고 수련함으로써 수련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사실까지도 그러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변한 것은 거의 없다.

 결론적으로 태권도 도복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 도복이 개선되어야 하고, 가능하다면 획기적인 개선을 위해 태권도인들이 전향적으로 고려할 필요도 있다. 다른 모든 사안들과 마찬가지로 태권도 도복의 문제점들 역시 실리와 명분의 차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지금의 태권도 도복의 형태를 유지하는 데에는 어떤 실리와 명분이 있는가? 위에서 두 부분에서 모두 이점이 없다는 것이 대략 드러난다.

 실리에서의 문제를 다른 무술들과 비교해서 생각해 보자. 대표적으로 유도의 도복은 유도의 수련과 직접 관련된다. 도복을 입지 않고 유도를 수련한다면 거의 모든 일상복들은 찢어져서 다시 입을 수 없을 것이다.

 유도복이 일본의 전통의상과 무관한 모습을 가진 것은 이런 실리적인 이유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런 이유가 덜 결부되는 검도복은 일본의 전통의상인 치마바지(하까마)를 착용한다.

 명분에서의 문제를 정리해서 언급하자면, 태권도 도복은 한국의 정신문화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는 듯 하다. 우슈 도복을 보면 그것은 바로 중국의 평범한 일상복과 유사함을 알 수 있다. 가라데 도복은 일본의 전통의상이 아니다.

 그것은 오끼나와의 전통의상이고, 우리의 삼국시대의 전통의상에 가깝다. 실제로 오끼나와의 모든 문물은 고려와 조선에서 강력하게 영향을 받았음은 역사적 사실이다. 다만 태권도계 내의 일부 학자들만이 우리 문화 흠집내기에만 급급해서 모를 뿐이다. 즉 가라테는 바로 우리 문화의 영향권 안에서 생겨난 무술인 것이다.

 태권도 도복은 어떠한가? 우리 전통의상과 별로 닮아 있지 않다. 거기에는 개량식 한복과 같은 현대와 전통의 조화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현대와 전통의 요소가 섞여 있는데 별로 조화롭지 않고, 그래서 한복같지 않으면서 별로 실용적이지도 못한 것이다. 즉 다시 말하지만, 명분과 실리 모두에서 문제점이 있다.

 헤라클레이토스라는 고대 철학자는 “만물은 유전한다”는 명제를 내세웠고 후대에 헤겔의 변증법에 영향을 주었다. 태권도의 도복이나 띠와 같은 것도 변할 수 있다. 그 모든 변화의 중심에서 우리는 매우 우수한 무예를 가지고 있다.

 이 사실에 확신을 가지고 모든 태권도인들은 태권도 도복의 문제를 보다 혁신적으로 고찰할 필요가 있겠다. 다만 아무렇게나 달라져서는 안 되고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에 기초한 원칙에 따라 개선해야 함은 당연지사일 것이다.

이창후 태권도문화연대 회장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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