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새해 벽두, 최홍희는 <태권도신문>에 ‘태권도는 세계 평화에 기여해야 한다’는 요지의 신년사를 팩스로 보내 왔다. 이 신년사에서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이상적인 인류사회의 건설을 위해 만들어진 태권도는 나날이 성장하여 지금은 지구촌 어디에서나 수많은 태권도 수련생과 애호가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태권도는 스포츠가 아니라 동양사상에 근거한 철학과 민족정신에 기초한 순수 무도이며 임기응변의 스포츠인 가라테식 사이비 태권도는 이제 발을 들여 놓을 수가 없다.

태권도 24틀의 마지막 틀인 통일은 우리 민족의 간절한 염원인 통일을 상징하는 틀이다. 원컨대, 새 천년 새 세기를 맞아 반세기가 지나도록 아직도 분단되어 있는 조국의 통일을 기하기 위해 힘껏 노력해야 한다. 고귀한 무도인 태권도가 세계 평화와 복리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 보급하는데 앞장 서 주기를 바란다."

자신을 가리켜 태권도 창시자라고 일컫는 그의 자존심과 자부심이 잘 나타나 있다. 신년사 중 임기응변의 스포츠인 가라테식 사이비 태권도는 평소 그의 논리를 봤을 때, 한국 주도의 세계태권도연맹 태권도를 비하한 것으로 보인다.

최홍희는 국제태권도연맹(ITF)은 무도를 지향하고, 세계태권도연맹(WTF)은 스포츠를 지향한다고 확신했다.

“나는 태권도를 무도라고 생각하고 있지. 내가 만들 당시에도 이것은 단순히 상대를 이기는 것에 목적을 둔 스포츠가 아닌 이기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이야. 스포츠와 무도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은 (국제태권도연맹이 가입되어 있는) 세계무도연맹의 성격을 봐도 알 수 있고….” <월간 말誌 2000년 9월호 참조>

1972년 캐나다로 망명한 최홍희는 80년대 초 북한에 태권도를 보급했다. 이런 이유로 인해 그는 국내 태권도인들로부터 빨갱이 친북인사로 매도됐다.

그런 최홍희가 2000년 8월 KBS TV <일요스페셜>과 가진 인터뷰에서 "내가 죽기 전에 반드시 태권도 통합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그는 84년부터 지속적으로 국제태권도연맹과 세계태권도연맹과의 통합을 위해 노력해 왔다며, 남북 통일이 이야기되다 보면 반드시 태권도 통합 문제가 나올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확언했다.

당시 그는 남북 정상 회담을 계기로 화해 무드가 조성되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태권도 통합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그해 9월, 최홍희는 <태권도신문>이 서면으로 질의한 인터뷰에서 "태권도가 남북 통일의 초석이 되는 것은 나의 소망이다. 태권도가 통합되면 고국(한국)에 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홍희는 친북인사로 평가받는 것에 대해 조국애와 민족애를 내세웠다. 그는 북한도 엄연히 내 조국이라며 내 조국의 내 제자들에게 내가 만든 태권도를 보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냐며 반문했다. 이 말 속에는 태권도를 정치적인 시각에서 다루지 말고, 민족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신념이 숨어 있는 듯하다.

최홍희는 세계태권도연맹과 국제태권도연맹의 통합에 대해 先통합-後이해점 타결을 제안했다. 세계태권도연맹과 국제태권도연맹이 통합 선언을 한 뒤 통합위원회를 결성해 이해점을 타결해야 한다는 것.

이에 대해 이종우(전 국기원 연수원 담당 부원장)는 가당치도 않은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이종우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인정하고 있는 단체는 세계태권도연맹이지 국제태권도연맹이 아니다. 세계태권도연맹이 국제태권도연맹을 흡수하면 모를까 화해와 통합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국제태권도연맹은 북한 태권도가 아니라 단지 최홍희 개인의 조직일 뿐이다. 국제태권도연맹을 인정하고 협상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이행웅씨가 이끌고 있는 미국태권도협회(ATA)도 협상의 대상이 돼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서성원 기자  dssim22@paran.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서성원 기자
• dssim22@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