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종주국은 한국. 그렇다면 세계에서 태권도의 인기가 가장 좋은 나라는 어디일까? 이란이라도 해도 틀린 답은 아닐 것이다. 그만큼 이란은 태권도 강국의 반열에 올라섰고, 정부의 지원도 각별하다.

● 이란의 태권도 역사와 현황 

이란은 군대와 경찰을 훈련시키기 위해 태권도를 도입했다. 1971년 이란의 초청을 받아 국군태권도교관단 자격으로 파견된 김수련 소령과 김정훈, 함광식 대위는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있는 육군공수특전단에 기거하면서 이란의 군 간부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쳤다.

이란은 중동 국가 중에서도 태권도 발전 속도가 빨랐다. 특히 국제대회에 출전한 남자 선수들의 경기력은 한국 선수들을 위협할 정도였다.

1986년 이란대표팀을 이끌고 86 서울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강신철 코치는 당시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태권도 종목에서 종합 2위를 목표로 했는데 목표대로 달성하게 되어 대단이 기쁘다. 이번 대회를 대비해 키가 큰 이란 선수들에게 발차기 공격을 집중적으로 훈련시켰고, 경기 상황에 따른 임기응변식 두뇌플레이를 하도록 가르친 것이 주효했다. 제자 사범 250여 명이 현재 이란 곳곳에 흩어져 태권도의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자랑했었다.

현재 그는 이란 태권도를 발전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이란에서 특급 대우를 받고 있다.

이란태권도협회 플로가르(S.M. Pouladgar) 회장은 2002년 <태권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란 태권도 현황에 대해 “이란의 국기(國技)는 현재 레슬링이지만 앞으로 태권도로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며 “최근 5년간 100만 달러의 예산을 들여 태권도 발전과 선수를 위해 투자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도협회의 산하 단체로 있던 태권도 부문은 1987년 독립 협회로 거듭났다. 80년대 중반 3만 명 정도였던 태권도 인구는 150만 명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기원 규모를 능가하는 태권도센터도 건립해 운영하고 있다.

● 태권도 실업 리그전 활성화 

전국 규모의 태권도 실업팀 리그전이 매주 펼쳐진다. 종주국인 우리나라에서도 하지 못하는 실업팀 리그전은 1999년부터 시작돼 이란 태권도의 수준을 높이는 발판이 됐다. 모싹(이란 석유성 남부 지사팀 감독)은 KBS 전주총국과의 인터뷰에서 “리그전은 이란 선수들에게 정신적으로나 기량 면에서 상당한 향상을 가져 다 주었다”며 “태권도를 향한 이란인들의 열정은 엄격한 이슬람 율법도 가로막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란태권도협회 플로가르(S.M. Pouladgar) 회장은 실업 리그전에 대해 “실업팀은 항공사, 통신사 등 16개 팀이 있으며, 청소년 팀은 26개가 있다”며 “97년 전부터 여성 청소년 팀을 육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금메달리스트는 이란 회사인 쌈완에서 나온 최신 모델의 자동차를 준다. 그리고 은메달, 동메달 리스트도 각기 자동차를 준다. 그리고 우수 선수들에게는 각종 장학금 혜택을 준다”며 정부에서도 태권도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피소드 하나. 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 이란 태권도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이슬람 신자들이 금식해야 하는 라마단 기간에도 한 달 동안 소집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이란태권도국가대표팀은 감독부터 코치까지 모두 이란인이 맡고 있다. 외국의 국가대표팀의 대부분이 한국의 감독과 코치를 선임한 것에 비하면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이란태권도대표팀 감독은 “현재 이란의 태권도는 외국의 도움이 없이 충분히 자급자족할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처럼 정부가 태권도를 지속적으로 지원해준다면 앞으로는 기량이 더 향상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이란에서 열린 제19회 이란혁명기념 국제태권도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가한 수성구청태권도단 양경덕 감독은 “이란의 태권도 열기는 대단하다”며 “대회가 열리는 동안 이란 관중들이 꽉 들어차 이란 선수들을 응원했다. 이란의 방송사 등 매스컴의 취재 열기도 대단했다”고 말했다.

서성원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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