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를 묻을 각오로 이 곳에 온 만큼 선명하고 투명하게 조직을 이끌어가겠다. 지켜봐 달라."

세계태권도연맹(WTF) 양진석 신임 사무총장은 지난 22일 WTF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고 "쉬쉬하는 조직은 건강할 수 없다. 선명한 조직으로 나가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우직하게 열심히 일을 해서 보람을 느끼고 싶다. 억지로 자리를 차지하거나 일을 뜯어 맞추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총장으로서 능력에 한계를 느끼거나 보람을 느끼지 못하면 언제든지 떠날 각오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양 총장은 "코테마데라시 시의원 임기가 올해 11월까지인데, 총장직을 수행하려면 사표를 내야 하기 때문에 일주일 일정으로 미국에 다녀와야 한다"며 미국에서 돌아오는 대로 총장 업무에 전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기자간담회 요지.

지난 22일 양진석 WTF 총장이 앞으로 청사진을 밝히고 있다.

●사무총장직을 수락하게 된 배경 

△양 총장=돈을 벌기 위해 직장 개념으로 총장을 맡은 것은 아니다. 또 명예가 필요해서도 아니다. 태권도 세계화에 기여하겠다는 생각으로 이곳에 왔다. 우직하게 열심히 일을 하면서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고 싶다. 내가 총장으로 오자 주위에서는 '경희대 라인'으로 왔다고 하는데, 나는 누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누구의 말을 잘 듣기 위해서 돌아다니는 사람이 아니다.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이 곳에 왔다.

●사무총장을 맡은 소감과 각오 

△양 총장=주위에서 염려하는 것 중의 하나가 오래 전에 조국을 떠나 외국 생활을 했기 때문에 한국의 (태권도계) 정서를 너무 모른다는 것인데, 앞으로 열심히 배우겠다는 자세로 이 곳에 왔다. 물론 괜히 이 곳에 온 것이 아닌가 걱정도 했다. 하지만 태권도인들은 '심플(simple)'하다. 총장직을 맡은 후 여러 선배들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면서 의욕도 더 생기고 각오도 새로워졌다.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할 테니 지켜봐 달라.

●조정원 총재와의 관계 설정 및 역할 분담 

△양 총장=총장직을 맡기 오래 전부터 조 총재와 태권도에 대해 많은 의견을 주고받았다. 나는 총재의 장점과 단점을 잘 안다. 총재의 말을 잘 듣는 총장보다는 '감시'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감시한다'는 것은 총재가 옳게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하고, 잘못 갈 때는 진언을 해서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총재의 말을 잘 듣는 사람이 되기 위해 이 곳에 오지 않았다. 지켜봐 달라.

●사무처 조직개편과 인적 쇄신 

△양 총장=사무처 식구들은 모두가 소중하고 능력있는 인격체들이다. 다만 업무 파악을 하다 보니 성격에 맞지 않는 부서에 가 있는 직원들도 있다. 직책은 생산성이 있어야 한다. 직원들의 적성 등을 고려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더 필요할 때 외부 인사를 영입하겠다.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하고, 책임을 묻는 행정을 펼치겠다. 미국인 스티븐 캐페너씨는 업무가 따로 정해진 건 없다. 총장 보좌역으로 필요한 요소요소에 활용할 생각이다. 풀타임으로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 주 3일 근무할 것이다.

●저개발 회원국가 지원 방안 

△양 총장=이 문제는 총장으로 오기 전에 총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눠 생각이 같다. 총재는 태권도를 배우고 싶은데 도복이 없어 제대로 태권도를 수련하지 못하는 저개발국가의 현실에 매우 가슴 아파했다. 나도 어릴 적 구두닦이를 하면서 냉대와 천대를 받았기 때문에 이런 문제에 관심이 많다.

기본적으로 저개발국가를 지원해 태권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이를 위해 도복을 무료로 보급하고 WTF가 지도자에게 급료를 주고 저개발국가에 파송할 계획이다. 이것만은 꼭 지키겠다. 물론 저개발국가에 대한 지원은 한 순간에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WTF의 사명은 올림픽 정식종목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인류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본다.

서성원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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