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을 하든 그 일에 임하는 태도와 자세가 기본이다. 이것이 잘 되어 있으면 이미 절반은 이룬 것이나 다름이 없다.

태권도의 기본자세는 주춤 서기인데, 이건 운동의 첫번째 법칙을 반영하는 것이다. 무릎을 구부리고 자세를 낮추는 것이다. 구부리고 낮추어야 유연성과 탄력성이 생겨 어떤 상황에도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 또 중심이 안정되기 때문에 파워가 나올 수 있다.

뻣뻣하고 높은 자세에서는 아무 것도 안 된다. 무릎 관절이 굽혀지지 않으면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이다. 기본 자세 즉 충실한 관절 구부리기 훈련이 큰 발전을 가능하게 해준다.

마음의 자세는 이 보다도 더욱 더 중요하다. 얼마 전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의 학교에서 학부모 모임이 있어서 갔다가 영재반 담당 선생님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나는 그에게 이렇게 물어봤다. 영재반이 절반이고, 일반반이 절반인데, 그 차이가 뭐냐고. 그랬더니 선생님의 대답은 아주 간단했다. 영재반 아이들은 'They know how to listen.' 그 아이들은 들을 줄 안다는 것이었다. 영재반 아이들은 교실에 들어왔을 때, 뭐라고 지시하면 곧바로 자기 자리에 가서 실시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일반반의 아이들은 몇차례 이야기해도 선생님의 지시에 즉각 따르기 보다는 자신의 하던 일을 한참 동안 하기 때문에 영재반에 비해 많은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는 것이다. 듣긴 듣되 경청을 안 하는 것이다(They hear but they don't listen). 아! 영재반 아이들은 경청하는 마음자세가 되어 있구나.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함께 있던 나의 아내도 나와 같이 동감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게 그들의 마음의 구조상태이며 마음 자세인 것이다. 영재냐 아니냐를 구분 짓는 것은 지능 지수의 차이도 있지만 듣는 능력이나 태도와 깊은 연관성이 있다. 즉. 이들의 생활 습관이나 학습에 임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들의 학습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우선 마음 자세를 바르게 잡아 주어야 한다. 마음의 자세가 낮고 마음의 무릎이 굽혀져 있으면 누가 뭐라고 할 때 듣고 즉각 반응할 수가 있다. 이는 마치 무릎이 잘 굽혀져 있는 자세에서 좋은 태권도 반응 동작이 나오는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그럼 공부도 잘 되고, 대인관계도 잘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세는 그저 그냥 생겨나지는 않는다.

태권도 수련은 사람의 말을 잘 들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태권도의 가장 기초적인 동작에 그런 원리가 들어 있다. 발차기 등을 수련하면서 자세를 먼저 낮추고 관절을 구부리고 꺾는 훈련을 한다. 이는 몸만이 아니라 사범님의 지도에 대해 마음을 낮추고 겸손함으로 사범님의 지도에 귀를 귀울여 듣고 믿는 태도까지를 요구하는 것이다.

마음을 낮추어 겸손하기 위해서는 신체의 관절들을 꺾고 구부리는 것 같이 자신의 마음을 꺾고 낮추는 것이다. 그런 훈련 방법은 태권도 도장이 가지고 있는 특유한 방법이며 아주 좋은 장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교육을 하는 기관은 이곳 미국에 그리 많지 않다. 이렇게 태권도는 신체 자세를 익히되 마음의 자세까지 제대로 갖출 수 있게 도와 준다. 또한 태권도 수련은 몸에서 힘을 빼고 가벼운 느낌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기술을 운용할 때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힘 조절은 호흡과 깊게 관련되어 있다. 바르고 리드미컬한 호흡을 요한다. 차기에 앞서 호흡을 먼저 내쉬고 난후 다시 들이킨 공기의 압축과 함께 모든 동작들이 폭발하도록 하는 연습은 수련생들로 하여금 가장 이상적인 동작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러한 원리를 터득하고 익히는 것은 단순히 태권도 동작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기술만 익히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다. 먼저 호흡을 내쉬는것을 익히는 것은 자아(아집) 또는 자신의 생각을 먼저 내려놓고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을 말한다. 선생님의 마음이나 지시 전달 사항을 귀담아 듣는 학생의 성적이 나쁘다는 것은 뭔가 잘 못 되어 있을 것이다. 부모님의 의중을 올바르게 헤아리는 자녀가 부모님을 공경하지 않는다는 말은 잘 들어 보지 못했다. 또한, 지도하는 학생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사범님이 태권도장 운영에 실패했다는 이야기는 별로 들어보지 못했다.

그래서 손자는 지피지기 백전불태라고 했을 것이다. 경청하는 자세는 성공을 좌우하는 훌륭한 전략이 되기도 한다.

경청을 잘 하는 사람은 성공적인 삶을 산다. 어느 위치에서 어떤 대상을 대하든 또 어떠한 상황에 처해 있든 상대의 의중을 꽤뚫어 보는 사람은 필요한 위치를 선점한다. 그러나 남의 말을 그저 그냥 듣거나 행하기 이전에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사람은 대하는 상대나 환경의 요구에 옳바로 대처하지 못한다. 확실한 서비스를 제공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마음으로 듣는 기본자세가 잘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공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이나 느낌에만 충실하지 않고 외부의 분위기나 흐름을 감지하는 즉 감성이 아주 잘 발달된 사람들이다.

이러한 사실은 가까운 주위에서 쉽게 발견 할 수 있다. 가장 적절한 반응은 바로 최고의 서비스와 직결될 수 있다. 힘은 낮추고 구부리는 데서 나온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겸손하고 유연하고 낮은 마음의 태도와 자세를 갖추어야 상황에 알맞는 반응을 할 수 있다. 남의 말을 잘 들어야 마음을 알 수가 있다.

나는 38년 동안 도복을 입고 벨트를 맸다. 수많은 도복과 벨트가 나의 땀과 모든 것을 씻어갔다. 지금은 욕망을 위해 도복을 입지 않기 위하여 나 스스로를 경계한다. 도장에 들어서 하얀 도복으로 갈아입으면서 마음을 하얗게 비운다. 그리고 무릎을 꿇을 때 마음도 같이 꿇어 진실된 마음에 더 가까이 가기 위해 기도한다. 허리에 벨트를 맬 때 나는 마음에도 벨트를 맨다. 허리는 중심이다. 모든 힘다운 힘은 허리에서 나온다. 허리의 힘이 손과 발로 전달되는 것이다.

허리에 벨트를 매는 것은 마음에 매는 것이다. 벨트를 매면서 나는 나의 욕망이 아닌 사랑의 마음에 매고 나를 찾아온 수련생들 앞에 선다. 그들의 필요를 더욱 더 잘 경청하기 위해서이다.

심대석 기자  dssim22@paran.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심대석 기자
• dssim22@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