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태권도협회(KTA) 겨루기 대회에 영상판독이 도입된 지 7년.

세계태권도연맹(WTF)이 지난 2009년 코펜하겐 세계선수권대회부터 전자호구 도입과 함께 즉시비디오판독제(IVR)를 도입했고, 이듬해부터 KTA 역시 영상판독제도를 도입했다.

2016 소년체전에서 영상판독관들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장면.

전자호구에 이은 전자헤드기어, 차등점수제, 그리고 잦은 경기규칙 변화와 함께 7년째에 접어든 영상판독.

WTF는 대회에 위촉된 국제심판 중 베테랑 심판이 돌아가며 비디오판독관을 맡고 있으며, KTA는 초창기 부의장단이 영상판독관을 맡다가 지금은 기술전문위원회 내 별도의 영상판독위원을 위촉하고 있다.

이제는 자리를 잡을 법도 한 영상판독제도.

그러나 국내 겨루기 경기장 안팎에서 심판부와 영상판독위원 간 미묘한 갈등의 기류가 흐르고 있다.

주부심의 실수나 기능적 미숙이 있을 경우 세컨드의 영상판독신청을 통해 영상을 다시 보며 판독관이 이를 바로잡고, 궁극적으로 공정한 승부를 위해 도입된 영상판독제도이지만 어느새 심판부와 영상판독위원 간 상하관계, 때로는 힘겨루기로 비춰진다.    

이와 관련 지난 2014년 김세혁 전 전무이사 시절 영상판독위원을 친정체제로 구축했을 당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시 김 전 전무는 일선 경기 현장에서 오래 떨어져있던 경기인 출신 인사들을 대거 영상판독위원으로 위촉했다.

잦은 경기규칙의 변화로 인해 일선에서 조금만 떨어져 있어서 흐름을 놓치기 쉬운 겨루기 경기 특성상 전문성에 적지 않은 논란이 일었고, 경기인 출신을 우대한다고 했지만 기술전문위원회, 특히 심판부 내에서 불만이 적지 않았다. 

물론, 이전에 기전위 부의장단이 영상판독관을 겸했을 당시에도 전문성, 편파성 등에 문제가 제기되었고, 때문에 아예 태권도 외부에서 영상 전문인력의 투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되었다.

그러나 2014년부터는 부의장단 대신 영상판독위원이 별도로 위촉되면서 전문성뿐만 아니라, 심판부와의 또 다른 갈등이 도드라지기 시작했다.

가장 큰 갈등 요소는 영상판독위원들의 전문성과 권위에 관한 문제이다.

현재 겨루기 규칙에 따르면 머리 득점 중 헤드기어에 의해 감싸지지 않는 안면부에 대한 득점 유무, 한계선 밖으로 나간 행위와 넘어진 행위에 대한 경고, 주심의 경고 행위 후 이에 대한 영상판독 신청, 그리고 테크니컬 포인트에 대한 부분을 제외하고 영상판독을 신청할 수 없다.

전문성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심판부의 경우 심판 자격 취득에서부터 시작해 위원장까지 올라가는 과정이 사다리로 이루어져 있다. 영상판독위원의 경우 별도의 자격 취득 과정이 필요하지 않다.

따라서 심판 판정과 영상판독 판정 사이의 해석의 차이와 함께 전문성과 권위에 대한 갈등이 쌓이는 것이다.

또한 판독위원들이 영상판독을 통해 주부심 판정에 대한 최종 판단을 한다는 점에 비추어 준 부의장급 역할을 하면서 심판부에 대한 견제 혹은 감시의 역할을 하는 것 역시 갈등 요소다.

물론 심판의 경기 운영에 대한 필요한, 그리고 합리적인 견제는 필요하다. 그러나 전문성과 권위에 대해 공유되지 않는다면 갈등의 요소는 항상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몇 가지의 대안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영상판독위원들에 대한 자격 취득 과정에 대해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2016 소년체전에서 세컨드가 주심에게 영상판독을 신청하고 있는 장면.

영상판독을 통해 심판들의 판정에 대해 최종 판단을 한다는 점에서 전문성을 담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판독의 권위를 세울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다.

또 다른 방식은 상임심판 중 베테랑 심판들을 영상판독위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WTF의 경우와 유사하다. 그러나 베테랑 심판들만 영상판독위원으로 위촉할 경우 동일집단인 심판부에 대해 팔이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따라서 기술전문위원회 부의장단과 함께 2명으로 구성해 소통과 견제, 그리고 전문성과 권위를 담보하자는 의견도 있다.

지금처럼 영상판독을 통해 번복된 사항에 대해 심판부와 영상판독위원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분위기 역시 일정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더 좋은 방식의 대안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차기 기전위 구성 과정에서 심도있게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양택진 기자  winset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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