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국기원 홍문종 이사장이 ‘태권도인 여러분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연임 포기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연임 포기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홍문종 이사장.

홍 이사장의 20대 총선 당선 후 국기원 이사장 연임 여부를 두고 국회의원 겸직 금지 등  정치 활동에 대한 부담과 태권도계의 부정적 평가로 연임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던 가운데 이 같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혀 6월 중 국기원 새 이사장 선출 및 신임이사 선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내달 3일로 예정된 이사회에서는 오현득 원장 직무대행이 원장에 선임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우선 홍 이사장의 연임 포기 배경은 크게 두 가지.

첫 번째는 정치적 부담이다. 홍 이사장은 이미 지난 19대 총선 중반 국회의원의 체육단체장 겸직을 금하는 국회법 29조에 따라 국회의장으로부터 사직권고를 받아놓은 바 있다.

대한태권도협회(KTA) 김태환 회장이 이와 관련 지난 1월 29일 총선 준비 등의 사유로 사퇴했으나 홍 이사장은 국기원이 국제단체라는 점을 들어 사퇴에 대한 입장을 미뤄왔다.

그러나 이사장과 정관 승인 등의 권한이 문화체육관광부에 있는 상황에서 국제단체라는 점을 내세워 이사장 재신임을 받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더불어 20대 총선 후 친박과 비박의 복잡한 당내 상황에서 친박인 홍 이사장이 정치적 부담을 사전에 없애기 위해 국기원 이사장직에 미련을 두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지난 30일에는 몇몇 태권도인들이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홍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두 번째는 홍 이사장에 대한 태권도계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홍 이사장은 취임과 함께 LA 출장, 관용차 구입 등을 두고 의혹이 일었으며,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아프리카예술박물관서 이주 노동자들을 착취한 사건이 벌어지는 등 이사장 임기 내내 말썽이 적지 않아 재신임을 통한 연임에 대한 바닥 정서가 부정적이었다.

결국 홍 이사장이 자신의 임기인 내달 16일까지 이사장직을 수행, 이후 공식적으로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국기원 3기 집행부 구성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홍 이사장의 연임 포기를 전제로 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오현득 행정부원장과 또 다른 친박인사로 홍 이사장을 배경에 두고 국기원에 입성한 김철기 감사가 각을 세움과 동시에 차기 이사장 물색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내달 3일 오전 11시, 국기원에서 예정된 이사회에서 오현득 원장 직무대행의 원장 선임이 먼저 판가름 날 전망이다.

이날 이사회는 홍 이사장을 포함해 임윤택, 김철오, 김태일, 황인식, 김상천, 김현성, 오현득, 안병태, 윤상호, 이철규, 황인정 이사 등 총 12명이 이사로 참석할 수 있다.

특수법인 국기원 1기 이사로 연임에 따라 임기가 만료된 이사들이 빠지면서 25인 이내로 구성할 수 있는 이사 숫자의 절반에 못 미치는 이사들이 재적이사에 해당한다.

안건은 첫 번째로 원장 선임의 건, 두 번째로 이사 선임의 건이 올라 있다.

따라서 첫 번째로 원장 선임의 건을 안건에 올려놓은 것은 홍 이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이사들 중 원장을 선임하겠다는 것이며, 결국 오현득 원장 직무대행의 원장 선임이 거의 확실시 되는 상황이다.

오현득 원장 직무대행.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12명의 이사로 이사회를 여는 것이 불법은 아니지만 상근직과 당연직을 포함해 25인 이내로 이사를 구성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임이사 선임을 뒤로 미룬 것은 오현득 직무대행의 원장 선임 걸림돌을 없애겠다는 계산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홍 이사장의 임기 만료와 함께 신임이사 선임, 그리고 차기 이사장 선출 후 원장을 뽑아도 늦지 않음에도 원장 선임을 서두르는 것에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오현득 직무대행이 오는 10월 연임 여부를 두고 논란이 남아 있어 이와 관련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다.

홍 이사장의 연임 포기, 신임이사 선출과 새 이사장 선출, 오현득 원장 직무대행의 원장 선임 강행, 그리고 연임 논란을 두고 국기원 안팎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양택진 기자  winset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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