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전 11시, 대구시체육회 회의실에서는 대구광역시태권도협회 이사회가 열렸다.

이날 이사회는 법원의 중재로 김영곤 회장과 김 회장 반대측이 '화해조서'에 서명을 한 후 처음으로 열리는 이사회였기 때문에 대구협회의 앞날을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였다.

그러나 이날 이사회는 과연 양측이 2년간 내부 갈등과 분쟁을 끝내고 대화합을 통해 대구 태권도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지 의구심이 들게 했다. 

양측의 가시 돋친 설전과 첨예한 입장 차이는 대구협회의 앞날이 결코 밝지 않다는 것을 예고하는 듯했다. 법원의 조정으로 양측이 화해를 한 것은 형식에 불과해 언제 또 다시 뇌관이 폭발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들 정도였다.

이날 이사회에서도 양측 간에 고성과 설전이 오가자 한 대구협회 원로는 "이게 무슨 화합이냐. 제발 부탁한다. 서로 폭넓게 이해하자"며 호소했다.

더 이상 양측이 대구 태권도 안정과 발전을 위해 '진정한 화해'를 하지 못한다면, 어느 한쪽이 물러나는 수 밖에 없다. 김 회장 측은 앞으로 회장의 직권을 강화해 이사회와 총회를 회장 주도로 밀고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는 더 이상 참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렇게 되면 김 회장 반대 측도 목소리를 더욱 높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한쪽의 기세가 완벽하게 꺾이지 않는 한 대구협회의 파행 운영은 불가피하다.

실정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대구 태권도 발전을 위해 양측이 모두 물러나고 제3의 대안세력이 대구협회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왜 이런 말이 나오는지 양측은 불쾌하게 여길 것이 아니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는 그만큼 대구 회원들의 민심이 떠나고 있다는 방증이 아닌가.

이제 대구협회의 내분은 끝나야 한다. 전국 태권도인의 웃음거리가 된 지도 오래지 않은가. 양측이 대립하고 싸울수록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일선 도장 지도자들과 선수들을 육성하는 팀 관계자들이다.

한 역사가는 "리더는 희망을 파는 상인"이라고 했다. 과연 대구협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현재의 리더들과 집행부 임원들은 대구협회 회원들에게 '어떤 희망'을 주고 있는지 냉철하게 자각해야 할 것이다.

서성원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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