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 제1차 임시이사회가 재적이사 21명 중 단 6명만 참석하여 무산되었다.

지난 25일 11시,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이날 국기원 임시이사회 안건은 명예 퇴직자에 따른 예산 전용과 임기가 만료되는 연임 이사들의 자리를 채울 신임이사 선임에 관한 건이었다.

국기원 2016년도 정기이사회 장면.

이 중 주요 안건인 국기원 신임이사 선임과 관련해 국기원 정관 제8조 6항은 ‘....임기만료 시에는 임기만료 2개월 전에 선임하여야 한다. 단, 특별한 사유가 발생할 경우 2개월을 경과할 수 있으나, 임기 만료 1개월 전까지 선임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국기원은 오는 5월 26일부로 연임에 따른 임기가 만료되는 8명의 이사에 대해 신임이사 선임을 정상적으로는 3월 26일 전, 늦어도 4월 26일 이전 마쳐야 했다. 국기원 신임이사 선임은 연임으로 임기가 끝나는 8명 이사뿐만 아니라 태권도진흥재단 이사장으로 국기원 이사를 사퇴한 김성태 전 이사, 그리고 지난 22일 사퇴한 배재성 전 이사까지 포함한다.

지난 25일 국기원 임시이사회 성원 불성립과 무산은 이사 선임에 따른 시한을 정한 정관을 위반한 것이다.

이와 관련 지난 2013년 6월 선출된 홍문종 이사장의 연임 여부와 후임 이사장 물색, 10월이면 임기가 만료되는 오현득 행정부원장에 대한 연임 가능 여부 논란, 그리고 신임 이사 선임과정에서 야당으로 분류되는 임기 만료 이사들을 배제하고 주도권을 잡으려는 복합적인 계산이 깔린 고의적, 혹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결과라는 의심이 일고 있다.

이날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들은 정만순, 오현득, 임신자, 이세창, 한국선, 김철오 이사 6명과 김철기 감사.

정만순 원장과 오현득 행정부원장의 경우 국기원 상근임원으로 어차피 참석해야 하는 상황, 김현성 연수원장은 아프리카 출장으로 불참했다.

국기원 1기 이사 중 정만순, 임신자, 한국선 이사를 제외하고 이규석, 이규형, 김춘근, 최재성, 김명수 이사도 무슨 이유 때문인지 불참했고, 2기 및 신임 이사 중에서는 김철오 이사, 그리고 보선으로 선임되어 5월 26일 임기가 만료되는 이세창 이사만 참석하고 전원 불참했다.

국기원 안팎에서는 이번 이사회 무산에 주도적 배후들도 있다는 의혹도 있다.

국기원 임시이사회 무산의 배경을 살펴보기 위해 현재 재적이사 구성 및 주요 관련자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정상적으로 임기가 만료되는 연임 이사는 정만순 원장을 비롯해 한국선, 임신자, 이규석, 이규형, 김춘근, 최재성, 김명수 이사로 8명이다. 여기에 이미 사퇴한 김성태, 배재성 전 이사가 포함된다.

이어, 지난 2013년 10월 2기 집행부 신임이사로 선임된 임윤택, 김철오, 김태일, 황인식, 김상천 이사가 오는 10월이면 첫 번째 이사 임기가 만료되어 재신임을 받아야 한다.

오현득 행정부원장의 경우 지난 2010년 연임 이사들과 함께 이사가 되었지만 2013년 이사 재신임서 탈락, 이어 같은 해 10월 홍문종 이사장에 의해 다시 이사로 선임되어 연임이냐, 연임이 아니냐를 두고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여기에 2014년 12월 30일 신규이사에 선임된 안병태, 윤상호, 이철규, 황인정 이사가 재적이사에 올라 있다. 이철규 이사는 20대 총선서 국회의원에 당선, 겸직여부가 관건이다.

당시 함께 선임되었던 이세창 이사의 경우 오지철 전 이사의 보선 이사로 오는 5월 26일 임기가 만료되지만 첫 번째 임기로 연임은 가능하다. 문대성 전 이사의 후임으로 들어온 배재성 이사는 이미 사퇴했다.

세계태권도연맹(WTF) 사무총장과 대한태권도협회(KTA) 전무이사는 당연직 이사에 포함되지만 현재 재적이사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홍문종 이사장은 지난 2013년 6월 16일 선출, 오는 6월이면 임기가 만료되어 역시 재신임의 대상이 된다. 홍 이사장의 경우 제20대 총선에서 당선되어 현재 새누리당 대표를 노리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여차하면 국기원 이사장을 내놓을 것이라는 정황이다.

2014년 12월, 국기원 신임이사 선임 투표 장면.

짚어보면 오는 10월이건, 내년 12월이건 임기가 남은 이사들은 오는 5월 26일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들과 함께 신임이사 선임을 결정하는 것에 부정적이다.

국기원 3기 집행부 구성에 그동안 야당으로 분류된 임기 만료이사들과 함께 신임이사를 선임할 경우 신임이사 선임 과정과 이후 국기원 운영에 주도권 독점이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이유는 홍문종 이사장의 연임 여부와 오현득 행정부원장의 연임 논란 등 3기 집행부 구성에 걸림돌을 치우고 싶은 속내가 들어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임기 만료가 예정된 이사들의 임기가 끝나고 난 후, 남은 사람들끼리 신임이사를 선임해야 홍문종 이사장의 재신임, 혹은 새 이사장 추대에 유리하고, 그래야 임기가 남은 사람들, 특히 연임 논란에 휩싸일 오현득 행정부원장의 3기 집행부 집권 구상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결국 지난 25일 임시이사회 무산은 이와 관련한 주도적 배후 인물들의 고의, 혹은 다수의 미필적 고의의 결과라는 국기원 안팎의 해석이다.

이와 관련 이날 이사회에 참석한 한 이사는 “이사회 전날 무산될 것이라는 소문을 들었다. 화가 났다. 증거는 없지만 의도적으로 이사회를 무산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차기 집행부를 구성해야하는 중요한 이사회임에도 불구하고 집행부에서 이를 의도적으로 파행시킨 것이라고 생각한다. 2기 집행부도 똥물 파동 등 비정상적으로 시작되었다. 3기 집행부만큼은 정관에 의해서 정상적으로 구성해야 한다. 이사장, 원장이 중심이 되어 위임이든, 투표든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또 다시 정상적이지 못하고, 치졸하고 졸렬하게 국기원을 이끌려는 이런 파행에 대해 모욕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어 “임원의 선임에 대해 정관 8조 6항은 임기 만료 전에 선임토록 되어있고, 이는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들이 3기 집행부 구성을 위한 이사 선임을 함께 하도록 규정해 놓은 것이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우리를 배제하기 위해 이런 일을 벌인 것이다. 이미 늦었지만 5월 26일 이전에 이사회를 개최해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3기 집행부를 구성하도록 하는 것이 떠나는 이사들의 책임이고 역할이다. 어차피 투표를 해도 주도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이긴다. 그런데 무엇이 무서워 우리들을 배제시키고 자기들끼리 신임이사를 선임하고 3기 집행부를 구성해 또 다시 파행으로 몰고 가는지 의혹이 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국기원 측에서는 “이사회 소집 날짜는 미리 정해져 있었고, 참석 여부 확인 과에서 9-10명 정도가 참석하다고 해 최대한 성원을 시키려고 노력했다. 통상 과거 이사회에서도 몇 명의 이사가 여러 사정으로 불참한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성원이 되지 않은 것은 의외의 일이다”고 밝혔다.

이어 이사회 일정을 조정과 관련해서는 “일단 이사회가 잡혀 있었기 때문에 성원이 불확실해도 열 수 밖에 없었고, 어떻게든 성원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국기원이 다음달 26일 이전 이사회를 소집해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들과 함께 신임이사를 선임할지, 혹은 일각의 의혹대로 3기 집행부 구성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고의, 혹은 미필적 고의의 비정상적인 절차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양택진 기자  winset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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