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태권도 제도권의 최대 이슈는 문동후 전 WTF 사무총장의 후임으로 어떤 사람이 사무총장이 되느냐 하는 것이다.

후임 사무총장은 조정원 총재의 선택에 달려 있다. 따라서 많은 태권도인들은 “이달 안에 후임 총장을 선임하겠다”고 말한 조 총재가 어떤 결단을 내릴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조 총재가 생각하는 후임 총장의 자격 기준은 뭘까?

조 총재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후임 총장의 자격 기준에 대해 “국제 감각이 가장 중요하다”고 못 박았다. 

그는 “WTF는 국제스포츠기구이고 182개국의 회원국을 추스르면서 나아가야 하기 때문에 국제 감각이 가장 중시된다”고 밝혔다. 조 총재는 또 기자들이 외국인 총장 선임 가능성에 대해 묻자 “WTF 규정에 외국인 총장이 오지 못한다는 규정은 없다”며 “외국인 총장이 오기 위해선 주택 문제 등이 해결돼야 하기 때문에 현실성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 말을 종합해 보면, 후임 총장은 국제 감각을 갖춘 국내 인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국제 감각’을 강조한 조 총재의 말을 유추해 보면, 최소한 영어를 할 줄 알고 국제 스포츠계의 실정에 밝은 사람이 후임 총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단순히 ‘국제 감각’을 후임 총장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

문동후 총장과 3명의 사무차장이 물러난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이냐 하는 것도 후임 총장을 선임하는 기준이 돼야 한다.

이번 WTF의 인사 파문은 사무처의 내부 갈등 때문이다. 따라서 후임 총장 선임의 중요한 기준은 사무처의 갈등을 치유하고 통합할 수 있는 사람, 그래서 사무처 직원간의 유기적인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조 총재를 행정적으로 잘 보좌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단순히 ‘국제 감각’만 내세워선 후임 총장을 선임하면 또 다시 사무처 내분이 일어날 수 있고, 조 총재의 리더십에 흠집을 낼 수도 있다.   

2년 전, 문동후 전 총장이 사무총장으로 선임됐을 때, 조 총재는 그의 국제 감각과 행정력을 높게 샀다. 그러나 문 전 총장은 어떻게 됐는가? 불명예스럽게 퇴진했다. 여기에 딜레마가 있다. ‘국제 감각’은 후임 총장의 자격 기준 중 하나일 수 있지만 최우선 기준은 아니다.

후임 총장의 자격 기준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조 총재의 의중을 잘 읽어내고, 곁에서 든든하게 힘이 되어주며, 사무처를 통합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태권도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실정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혜안과 도덕성을 갖추면 더할 나위가 없다.

제도권 주위에서는 조직(세력)을 갖춘 사람은 조 총재가 선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태권도계 실정에 밝고 조직력을 갖춘 사람이 어떤 측면에서는 조 총재에게 이로울 지도 모른다. 조 총재를 충실히 보좌하고, 각종 현안을 매끄럽게 추진하며 사무처를 통합할 수 있는 사람이 후임 총장이 되어야 한다. ‘국제 감각’만 중시하다 보면 또 다시 낭패를 볼 지도 모른다.

서성원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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