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는 지난 2005년 7월 8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17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2012년 런던올림픽 참가종목으로 채택됐다.

하지만 태권도는 축구, 육상, 수영 등 일부 인기 스포츠종목처럼 매 올림픽대회 참가종목 결정에서 결코 안심할 처지가 아니다.

특히 IOC가 가맹단체들의 개혁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만큼 태권도 역시 이에 부응하는 개혁을 진행하는 한편 중장기적인 대비책을 수립해야만 진정한 ‘올림픽 영구종목’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09년 9~10월 중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IOC 총회에 앞서 태권도는 2016년 올림픽 참가종목으로 채택되도록 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본지는 지난 2005년 6월 IOC가 발표한 평가보고서를 중심으로 올림픽과 관련 태권도의 현재 상황을 진단해보는 기획특집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조정원 WTF 총재가 IOC 총회장에서 IOC 위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 미디어 노출을 위한 노력 필요 

지난 2005년 6월 13일 IOC는 태권도를 비롯한 28개 하계올림픽 종목과 가라테, 스쿼시 등 5개 추가 승인종목에 대해 항목별로 평가한 보고서를 발표한다.

IOC 프로그램위원회가 작성한 256페이지 분량의 종목별 평가보고서는 IOC 위원들에게 배포되어 2012년 올림픽 참가종목 결정에 지침서 역할을 담당했다.

2005년과 같이 IOC는 오는 2009년 코펜하겐 IOC 총회를 앞두고 가맹단체들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작성하고 발표할 예정이다.

IOC의 평가보고서는 각 종목별로 역사와 전통, 보급률(보편성), 인기도, 이미지와 환경, 선수 복리, 개발(IF 발달현황), 비용 등 7개 항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태권도는 IOC 프로그램보고서에 부정적인 내용이 일부 있었지만 세계태권도연맹(WTF)이 개혁위원회 건의안을 적극 홍보하고 반영함에 따라 극단적인 상황을 피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보고서에서 평가가 좋지 못했던 항목은 TV 시청률, 관련기사 보도, 중계권료 지급, 올림픽 총 수입, 마케팅과 방송으로 얻어지는 수익률 등이었다.

특히 관련기사 보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세계대회에 대한 대륙별 TV 방영권 구입 국가와 이에 따른 판매 수입은 전혀 없었다.

결국, IOC가 평가한 보고서에서 태권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 내용은 ‘미디어 노출’로 귀결이된다.

따라서 WTF는 미디어 노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해 실천해 나가야만 IOC의 부정적인 시각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평가 좋았던 항목들도 관리해야 

IOC 평가보고서에서 태권도가 타 종목에 비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항목은 올림픽 입장권 판매, 회원국 수 등이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과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총 9만 2천장의 입장권(시드니 4만1천장, 아테네 5만장) 중 98.4%가 판매됐고, 타 종목과 비교한 평가표에서도 시드니올림픽 공동 3위, 아테네올림픽 8위를 차지해 입장권 판매가 높이 평가됐다.

따라서 2008년 북경올림픽에서도 입장권 판매를 촉진해야만 긍정적인 평가를 유지할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회원국 수는 179개 국가협회가 가입돼 있고, IOC 가맹국인 202개국(현재 203개국) 중 175개국이 가입돼 있어 전체 14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회원국 수는 190개국 이상을 확보해야만 IOC에서도 높게 평가받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할 사안이다.

● 부각되지 않지만 중요한 사안들 

IOC 평가보고서를 살펴보면 특별히 부각되지 않지만 가볍게 치부해버릴 수 없는 중요한 사안들이 발견된다. 남녀 구성 비율, 선수위원회 존재 및 활동 등이다. 

특히 IOC는 의사결정기구, 올림픽 선발전 참여 등 다양한 측면에서 남녀 비율을 평가하고 있다. 당시 WTF는 집행위원회 위원 전체 40명 중 여성 집행위원은 2명이었다. 또 올림픽 선발전 참여선수의 남녀 비율도 여자선수가 남자선수의 참여율보다 낮다고 평가됐다.

WTF는 2005년 4월 13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총회를 기점으로 집행위원들을 대거 교체했지만 여성 집행위원은 마리아 로자리오 버렐로 카스티요(Maria Rosario BORELLO CASTILLO) 과테말라협회 회장과 카린 엘 무어(Carine EL-MURR) 레바논협회 회장 두 명 뿐이다.

또한 IOC는 선수위원회의 존재유무, 구성방법, 의사결정 참여 여부에 대해 관심을 갖고 평가보고서에 포함시키고 있다. WTF는 선수위원회를 구성했지만 구체적인 활동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의사결정 과정에서 제외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 경기 흥미, 판정의 공정성은 기본 

모든 국제스포츠경기는 관중들의 흥미를 유발해 관심을 유도하고, 판정의 공정성을 확보해야만 인기스포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IOC 평가보고서도 일반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면 경기의 흥미 유발과 판정의 공정성 확보라는 사안을 가장 중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보고서에서는 관심과 흥미 유발을 위한 조치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중요성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또한 심판 자격, 선정, 훈련, 평가 등 심판과 관련된 제반사항들을 일일이 평가해가며 판정의 공정성을 중시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앞서 문제점으로 지적한 ‘미디어 노출’도 경기의 흥미 유발, 판정의 공정성 확보 등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경기 자체에 흥미가 없으면 관중들이 외면하게 되고 이는 바로 미디어의 외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WTF는 전자호구 도입으로 판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경기의 흥미 유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뚜렷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008년 북경올림픽에서 관중은 물론 언론매체 시청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도록 경기규칙 개정이 시급해 보인다.

지난 2005년 7월 IOC 집행위원회 모습.

● 태권도 3대기구가 함께 협력해야 

IOC가 평가하는 주된 대상이 WTF이긴 하지만 태권도가 올림픽 참가종목으로 지속적으로 잔류하기 위해서는 태권도 3대 기구의 협력이 절실하다.

평가보고서 항목에서는 제외됐지만 IOC는 태권도와 관련된 모든 정보들을 취합하고 있으며, 국내의 좋지 못한 소식들도 매스컴을 통해 전달되고 있다.

따라서 태권도 3대 기구가 제각기 목적사업을 서로 인정하면서도 태권도의 올림픽 잔류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태권도 3대 기구간의 긴밀한 협조체제는 태권도 자체를 더욱 내실화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특히 태권도계의 고질병처럼 만연돼 있는 내부적인 갈등을 자제하고, 모든 태권도인들이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진취적인 자세로 변화를 끊임없이 추구해야한다.

또 올림픽 참가종목 결정의 국면에 처했을 때 당면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일시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태권도 종목을 개선하고 발전시켜 나간다는 중장기적인 계획을 강구하고 실천해 나가야만 매번 제기되는 위기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김홍철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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