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동후 세계태권도연맹(WTF) 사무총장이 지난 2일 조정원 총재에게 직접 사표를 제출했다.

2004년 10월 5일 사무총장에 임명된 뒤 2년 2개월 만이다. 문 총장은 사표를 제출한 뒤 개인 짐을 챙겨 자리를 뜬 뒤 현재(5일)까지 출근을 하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조 총재가 곧 사표를 수리할 것이라는 여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문 총장 사표 제출 이후 태권도계의 관심사는 후임 사무총장이다. 2001년 제주에서 열린 제15회 정기총회 이전까지는 선거를 통해 사무총장을 선출했지만, 이후 총재가 사무총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했다. 때문에 총재가 후임 사무총장을 임명하는데 아무런 걸림돌이 없다.

조 총재는 늦어도 이번 주 안으로 문 총장의 사표수리 여부를 결정하고 후임 사무총장을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 총재의 뜻과는 무관하게 후임 사무총장과 관련해 많은 인물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현재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물들에 대해 태권도계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WTF를 이끌만한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당분간 사무총장을 임명하지 않은 채 대행체제로 갈 수 있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지만 설득력은 없어 보인다. 당장 오는 12일 문 총장이 일방통행 식으로 결정한 대도와 ATM사가 개발한 전자호구 시연회가 있으며, 2월이나 3월 중 WTF가 공인한 L사가 개발한 전자호구 테스트 이벤트를 실시해야 한다. 

게다가 5월 18일부터 22일까지 북경에서 제18회 세계선수권대회가 예정돼 있어 대행체제로는 이러한 굵직굵직한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어렵기 때문에 조 총재가 후임 사무총장을 임명할 공산이 크다.

대행체제가 아닌 사무총장 임명이라면 조 총재는 WTF 사무처 직원들 간의 갈등과 반목을 없애고 발전적 미래를 제시할 수 있는 인물을 심사숙고해 임명해야 한다. 앞으로 WTF에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조 총재는 더 이상 이를 사무총장이나 차장에게 책임을 돌려서는 안 된다. 이러한 점에서 미뤄볼 때 어쩌면 문 총장은 희생양이다.

사실 WTF 사무총장이 사표를 내야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 전체적인 책임은 총재에게 있다. 당시 태권도계의 여론을 무시하고 사무총장을 서둘러 임명한 장본인이 바로 총재다. 그리고 사무총장을 나무 꼭대기에 올려놓고 흔들어 댄 사람들도 총재의 측근들이 아니라고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무총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조 총재 또한 태권도 발전을 최우선으로 고민해야 한다. 태권도계의 갈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마당에 각 국가협회와 대륙연맹이 공식적인 승인도 없는 대회에 참석해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축사까지 하는 행동은 태권도인들에게 어떠한 방법으로도 납득시킬 수 없다. 때문에 태권도계 여론은 조 총재가 태권도 발전은 뒷전이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되기 위해 태권도를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즉흥적인 공약남발도 문제다. 태권도사관학교, WTF 본부 신축부지 확보 등은 어떠한 진척도 없다. 막상 추진하다보니 WTF 내에 이처럼 큰 프로젝트를 실행할 수 있는 인물이 없어 슬그머니 덮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 모두가 태권도인들을 실망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후임 사무총장은 이러한 프로젝트는 물론 태권도 발전을 진정으로 고민하고, 태권도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적임자를 물색해 임명해야 하는 게 조 총재의 과제다.

김창완 기자  wtkd@paran.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창완 기자
• wtkd@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