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동후(59) 세계태권도연맹(WTF) 사무총장이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2일 새해 첫 출근과 동시에 조정원 총재에게 사표를 제출한 뒤 사무처 직원들에게 직접 사의를 표명한 것.

문 총장은 직원들 앞에서 사의를 표명하며 가끔 감정에 복받쳐서 울먹이기도 했고, 이러한 모습을 지켜본 대부분의 직원들은 숙연해졌다고 전한다.

문동후 WTF 사무총장이 지난 2일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아래쪽 사진은 문 총장이 지난 2005년 7월 한국에서 열린 집행위원회에서 조정원 총재와 함께 위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모습.

그는 시종일관 밝은 모습을 유지하려 애쓰면서 “좋은 기억만 갖고 가겠다”며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직무실로 돌아와 직접 개인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문 총장의 사의표명에 대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고 말한다. 이날 오후 기자를 맞이한 문 총장은 오히려 환한 웃음과 함께 무거운 짐을 벗은 듯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그에게 사의표명의 배경에 대해 묻자 “새해를 맞이하면서 여러 생각들을 하게 됐다. 고심 끝에 (조정원)총재님께 사표를 제출했다”고 담담히 소회를 밝혔다. 문 총장은 “총재님의 말씀(직무정지 지시)을 들은 후 주말 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사무총장을 시작했던 날부터 지금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고 그 가운데에서 과연 내가 무엇을 했는지 돌이켜 봤다. 그 누구를 탓하기보다 나에게 책임이 있고 이번 계기에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았던 무거운 짐을 떨쳐버린 듯 “지금 심정은 홀가분하다. 어떤 이유든지 나와 사이가 별로 좋지 못했던 사람들도 진심으로 잘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가 여느 해보다 중요하며 모든 태권도인들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올해는 WTF와 태권도에게 가장 중요한 해다. 전자호구 도입, 세계선수권대회, 세계품새선수권대회, 세계예선대회 등 추진할 사업들이 많다. 이 모든 사업들이 WTF의 몫만은 아니다. 태권도인들 모두의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WTF 사무총장을 역임했던 한 사람으로서 태권도계를 떠나서도 태권도에 대한 애정을 갖고 지켜볼 것이다. 태권도 경기장에도 직접 가서 일반 관중의 한 사람으로 관람하겠다”며 태권도에 대한 애정을 밝혔다.

문 총장은 지난 2일 사의를 표명하고 개인 짐을 챙겨 퇴근한 후 이튿날인 3일부터 출근하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 조 총재가 문 총장의 사표수리 여부를 밝히지 않아 변수가 남아있지만 돌아가는 여러 정황들을 감안하면 문 총장의 퇴진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만약 이번 주 중 조 총재의 결정에 따라 사표가 수리되면 문 총장은 지난 2004년 10월 5일 이금홍 전 사무총장의 후임으로 WTF 사무총장에 선임된 지 2년 2개월 만에 물러나게 된다.

 지난달 26일 조 총재가 사무처 직원 전원에게 내린 직무정지의 지시가 문 총장의 사의표명에 직접적인 동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문 총장은 신정 연휴 동안 심사숙고 끝에 자신이 물러나야만 조 총재가 사무처 직원들간에 만연된 내부갈등의 해법을 찾기 쉽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결단을 내린 것으로 추측된다.

문 총장은 지금까지 WTF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면서 태권도계 정서를 모르고 이로 인해 많은 문제를 야기시킨다는 갖가지 음해성 시비에 시달려왔다.

WTF와 관련해 발생했던 일련의 사건들 중심에도 항상 문 총장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사퇴설에 대한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일각에서는 문 총장의 사의표명을 두고 사무처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으로서 WTF 사무처 직원들간 내부 갈등을 방치했기 때문에 책임지는 것이 마땅하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이보다는 자신들의 사익(私益)을 위해 문 총장을 일방적으로 비난하고, 의도적으로 흠집을 냈던 태권도계의 분위기에 더 큰 문제가 있다는 자성론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문 총장의 사의표명은 외부 인사가 태권도계에 정착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단적인 실례이고, 차기 사무총장 선임 인사의 폭 역시 그만큼 좁아질 것이 분명하다.

김홍철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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