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태권도인들이 태권도 종주국 한국을 방문해서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어디일까? 

아마도 국기원이라는 대답에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것이다. 국내에서 태권도의 상징성을 나타낼 수 있는 장소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 국기원은 해외 태권도인들이 방문할만한 유일한 장소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국기원은 세계태권도본부라는 상징성만 존재할 뿐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국기원 기념관은 해외 태권도인들을 비롯한 일반 관광객들이 국기원을 방문할 때마다 관람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시설과 전시물품은 너무 미흡한 상황이다.

국기원 기념관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정말 태권도의 종주국임을 보여주는 국기원 기념관은 만들 수 없는 것일까. 기념관의 현 주소와 개선방안을 생각해 본다.[편집자 주] 

1991년 11월 30일 개관한 국기원 기념관을 국내외 많은 사람들이 관람하고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제 구실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국기원 기념관의 어제와 오늘 

국기원 기념관은 1991년 11월 30일, 64평의 규모로 개관했다. 개관 이후 지금까지 15년 동안 사마란치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비롯해 IOC 집행위원들, 각국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위원장, 세계태권도연맹(WTF) 회원국가협회 회장, 각국 대사 등이 국기원 기념관을 방문했다. 국기원측은 현재까지 6만여 명의 국내외인들이 국기원 기념관을 방문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기원을 방문하는 대다수의 해외 태권도인들은 국기원 기념관을 마치 순례 코스처럼 둘러보고 있으며, 한국이 태권도의 종주국임을 알고 있는 일반 관광객들도 자주 둘러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국기원 기념관이 보여주고 있는 내용은 국기원이 표방하고 있는 세계태권도본부라는 상징성과는 거리가 멀다. 국기원은 내외 관광객들의 방문에 대해 거의 무방비 상태로 기념관을 방치하고 있다.

결국 국기원 기념관은 국기원을 찾은 방문객들이 잠시 시간을 때우는 곳으로 전락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관리되고 있는 형편이다. 

● 1997점의 전시물품 다양하지 못해 

국기원 기념관에는 과연 어떤 것들이 전시돼 있을까? 국기원측은 국기원 기념관 전시물이 태권도 선수의 도복 및 호구, 기타 장비들은 물론 올림픽을 비롯한 주요 국내외 대회의 우승컵, 상장, 메달, 우승기, 배지, 사진, 도서, 신문기사, 음향, 영상물 등 태권도 관련 자료들로 구성돼 있어 한눈에 태권도의 변화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국기원 기념관에 소장돼 있는 자료들은 여타 기념관에 비해 다양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그 수도 현저하게 부족한 상태다.

지난 7월 태권도공원 연구용역팀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기원 기념관에 소장하고 있는 전시물품은 432종류, 총 1997점이었다. 432종류를 세분화하면 기념품 119종 306점, 액자 및 사진 124종 789점, 기념패 및 접시 52종 116점, 감사패 9종 9점, 메달 14종 138점, 기념메달 8종 19점, 앨범 2종 2점, 도서 23종 100점, 트로피 23종 26점, 문서 및 증서 49종 49점, ID 카드 3종 3점, 경기용품 3종 3점, 기타 3종 437점 등이다.

1997점 중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등 각종 국제대회 포스터와 메달, 기념품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기타로 분류한 ‘배지(437점)’만 보더라도 전시물품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또한 국기원 기념관 전시물품 중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액자 및 사진의 경우 김운용 전 IOC 위원의 것이 많아 태권도가 걸어온 발자취를 느끼기보다는 한 개인의 일대기를 보여주는 듯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국기원 기념관에는 1997점의 물품들이 전시돼 있지만 다양하지 못하고 그 수도 현저하게 부족한 상태다.

● “이전할 장소 없고 증축도 불가능” 

현재 국기원 기념관 관리는 국기원 기획조정실에서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기획조정실은 국기원 기념관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았다.

국기원은 지난해 국기원 기념관 외부 도장 및 휀스 공사에 2백 3십여만 원을 지출했고, 올해 TV 1대와 VTR 2대만을 설치했을 뿐 근본적인 개선작업에는 착수하지 않고 있다. 국기원 식당 위 2층에 위치한 조그만 국기원 기념관을 이전할 장소도 없고, 건물 자체가 무허가 건물이기 때문에 증축도 불가능한 상태다.

또한 국기원 기념관은 관람객들이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곳이 아니어서 상주하는 근무자도 없이 입구를 자물쇠로 잠가놓고 있다. 방문객이 관람을 요청할 때 직원이 문을 열고 들어가 설명해 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 기념관의 개선방안 

이전 장소도 없고 증축도 불가능한 국기원 기념관의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개선이 불가능하다는 변명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세계태권도본부가 보여줄 수 있는 현재의 기념관은 너무나 초라하다. 국기원을 찾아와서 실망할 국내외 태권도인들을 생각한다면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기념관의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 자체가 국기원의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태권도공원 조성과 함께 국기원 이전 문제가 거론되고 있고 앞으로 태권도특별법이 통과된 이후 국기원의 이전 문제가 구체화되면 국기원과 기념관에도 당연히 커다란 변화가 따르게 된다. 그런 상황에 대비해서라도 국기원은 안일하고 근시안적 자세에서 벗어나 태권도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쉽게 접근해 태권도의 모든 것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전시공간을 만드는데 철저한 연구와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현 상황에서도 국기원 기념관의 대폭적인 개선은 불가능할지 몰라도 전시물품의 추가적인 수집 노력과 전시물품의 효율적인 배치와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태권도와 관련된 각종 서적과 논문이 해마다 쏟아지는데도 불구하고 정작 국기원 기념관이 소장한 서적은 100권뿐이다.

국내외에서 발행되는 태권도 관련 서적과 논문을 수집해 소장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면 태권도 학술연구에도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된다. 국기원이 정관에서 밝히고 있듯이 태권도의 학술연구 활성화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조직체라면 학술연구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수집, 소장하는 것은 필수적이며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국기원은 IOC의 국제올림픽아카데미(IOA ; International Olympic Academy)와 같이 태권도의 교육 및 연수관련 사항, 학술연구, 홍보사업 등 경기단체에서 접근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담당하는 게 사명이다.

국기원은 특정부분에 치우침 없이 태권도 자체의 발전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라 말할 수 있으며, 국기원 기념관은 이러한 모습들을 투영하는 장소라 말할 수 있다. 따라서 국기원 기념관을 관람하면 태권도의 과거와 현재의 이해는 물론 미래까지도 쉽게 가늠할 수 있는 진정한‘태권도 기념관’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홍철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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