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신문사는 1998년 5월, 태권도계의 문제점을 도출하고 대안책을 모색하기 위한 「태권도학과 교수 좌담회」를 신문사 회의실에서 열었다.

이날 좌담회는 용인대, 경희대, 한국체육대, 경원대 등 4개 대학 8명의 교수가 참석, 5시간에 걸쳐 태권도 행정-학술-도장부문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책을 제시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그동안 태권도계는 좋은 의견을 제시해도 수용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았다"고 진단하고 "능력있고 소신있는 사람들이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태권도 관련 학술세미나 및 연구활동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태권도학회가 정상화돼야 한다고 한결같이 지적했다.

류병관 교수는 국기원-세계태권도연맹-대한태권도협회의 구조적 모순과 업무의 불명확성을 지적한 뒤 “행정가, 학자, 사범, 언론인 등이 별도의 '협의체'를 구성해 태권도 발전을 위한 아이템을 수용해 집약된 의지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며 「태권도 바로 세우기」를 강조했다.

강성철 교수는 “정체(停滯)되어 있는 태권도계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기 위해선 '연구회' 같은 순수모임이 하루빨리 구성돼야 한다"며 류교수가 제안한 '협의체' 구성에 동의했고, 전익기 교수는 "국내 3개 기구는 시대 흐름에 발빠르게 대처하고 앞날을 예견하는 사업을 펼치지 못했다"며 "태권도 발전을 위해선 21세기에 걸맞는 인선(人選)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술분야에서는 태권도학회의 활동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참석자들은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태권도학회를 무조건 비판하기보다는 정상활동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쏟아야 한다며 하루빨리 회원총회를 열어 학회를 재정비하자고 합의했다.

이승국 교수는 “태권도학과에서 학문을 전공하는 학자가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고, 전익기 교수는 "태권도학회를 조속히 재정비한 후 학술진흥재단에 등록해 공신력있는 학술단체로 거듭 태어나자"고 강조했다. 학술진흥재단에 등록하려면 2백명의 정회원이 확보돼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낙희 교수는 “태권도학회는 책임감을 가지고 일할 사람이 꾸려가야 한다"며 연구분야를 세분화하기 위한 분과를 별도로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고, 양진방 교수는 "기존 태권도학회를 부활하기 위해서는 기존 학회의 평생회비와 명단 등 그간의 활동사항이 명확하게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한편 대한태권도협회 법인화와 관련 이봉 교수는 “한때 법인화를 위해 분주하게 뛰어다녔다"며 94년 법인화 추진과정을 술회한 뒤 "법인화는 행정의 투명성, 사업의 일원화, 자립기반 등을 위해 필요하다"며 특히 회원이 주주(株主)가 되기 때문에 "직접민주주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도자 자질개선을 위해서는 몇 십 년 동안 지속되어온 행정체제가 혁신돼야 한다며 진부한 교육내용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등 ‘지도자 양성과정'을 개편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후 태권도 교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태권도계 현안과 학문 진흥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자리는 한 번도 없었다.

서성원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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