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19.10.16 수 13:48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기고
영하 50도 북극에서 울려 퍼진 기합소리세계태권도평화봉사재단 이유진 단원이 전하는 북극 지도 이야기
  • TPC=이유진 단원
  • 승인 2016.01.15 12:34
  • 호수 863
  • 댓글 0

세계태권도평화봉사재단 이유진 단원이 캐나다 봉사활동 중 태권도신문 페이스북 이벤트를 통해 북극 파견 후기를 보내와 싣습니다.

----------------------------------------------편집자주

지난해 9월 7일, 세계태권도평화봉사재단(TPC) 중기 단원으로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 태권도 지도자로 파견을 왔다.

태권도를 통한 소통이 너무 행복했던 나는 대학 시절 방학기간을 이용해 TPC 단원으로 네팔과 파푸아뉴기니에서 단기 해외봉사를 했고, 이 경험을 토대로 TPC 중기단원에 합격해 캐나다에서 6개월 간 태권도 지도를 하게 됐다.

캐나다에서는 대한민국 대사관 문화원 인턴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일반 태권도장이 아닌 오타와 세종학당과 York Public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태권도를 지도하고 있다.

생각했던 것과 달리 캐나다에서 지도하는 학생들은 모두 태권도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라 태권도에 대한 인식과 정신을 뚜렷하게 심어줘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지도에 임하고 있다.

TPC 이유진 단원.

느껴지는 부담감만큼이나 감사하고 소중한 경험을 하고 있는 중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됐다.

바로 캐나다 누나부트(NUNAVUT), 베이커 레이크(BAEKR LAKE) 지역(이하 북극)에서 원주민 이누이트(INNUIT) 학생들을 대상으로 태권도 지도를 맡게 된 것.

이누이트는 우리가 흔히 ‘에스키모’라 부르는 북극 원주민을 말하는데, 에스키모는 ‘날고기를 먹는 사람들’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 이곳에서는 쓰지 않는 표현이다.

태권도 지도자로서 북극에 가게 되는 것은 최초이고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며 제안이 왔고, 평생 오지 못할 경험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흔쾌히 승낙했다.

북극으로 출발하는 날 기상악화로 인해 비행기가 결항됐고, 당장 다음날 예정됐던 수업이 취소되는 등 첫 시작이 쉽지만은 않았다.

결국 다음 날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서 총 3번의 비행과 5번의 경유 후에야 북극의 눈을 밟을 수 있었다.

어렵게 도착한 북극 현지 사정은 아주 열악했다. 영하 50도에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비위생적이며, 물, 전기, 가스 사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잘 씻지도, 바깥을 잘 다니지도, 어두움 속에서도 전구를 쉽게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 곳 사람들의 문화였고, 특별한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빠르게 적응 할 수 있었다.

하루 2시간씩 수업을 진행했는데 오후 1시부터 2시까지는 남학생, 2시부터 3시까지는 여학생을 지도했다.

현지 학생들은 부끄러움과 낯가림이 심했고, 그런 학생들과 친해지기 위해 먼저 다가갔다.

북극에서 이누이트 원주민들을 지도한 TPC 이유진 단원.

이누이트 원주민들은 한국이 어디 있는지, 태권도가 무엇인지도 몰랐으며, 내가 그들이 본 첫 한국인이자 그들의 첫 태권도 지도자였다.

긴장되고 설레는 첫 수업, 태권도를 처음 배우는 학생이기 때문에 명상을 시작으로 기본 준비서기, 발차기 준비, 바로, 쉬어 등 태권도 기본자세에 대해 지도를 했다.

수업에 열심히 참여해 준 학생들 덕분에 이튿날부터는 간단한 태권도 용어와 스텝과 발차기를 가르쳤다.

태권도 기술을 습득하기에는 7일은 너무 짧은 기간이기에 태권도 수련을 통한 기쁨과 좋은 인식을 심어주는 데에 목표를 두었다.

북극은 추운 날씨(평소 영하 50도 안팍)로 인해 활동량이 적고 사냥시즌이 아니면 대부분 집안에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이누이트 원주민들은 비만율이 상당히 높았다.

겨루기 선수 출신인 나는 학생들의 활동량을 높일 수 있도록 미트를 이용한 발차기 수련에 시간을 많이 할애했고, 학생들은 금세 땀을 흘리면서도 의외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표현은 안했지만 내가 지도하는 학생들이 태권도를 배우며 즐거워하고 웃는 모습에 가슴이 벅찼고, 수련에 집중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나를 감동시켰다.

셋째 날에는 미숙하지만 풍선과 펌프를 이용해 풍선아트를 선보이며 학생들에게 다양한 풍선을 선물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태어나 처음으로 풍선을 만져봤다며 유독 즐거워했다.
 

이누이트 원주민 학생들과 이유진 단원(가운데).

어느새 7일이 훌쩍 지나가고 북극에서의 마지막 날, 학부모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본동작으로 구성한 작은 태권도 시범을 만들어 시연을 보였다.

네팔과 파푸아뉴기니에서도 그랬지만 북극에서의 마지막 수업은 안도감이나 자축 보다는 아쉬움과 슬픔이 먼저 밀려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북극 원주민들은 영하 50도를 넘나드는 현지에서 힘들게 사냥한 순록고기(CARIBOU)로 환영해주었고, 물이 충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매일 샤워를 할 수 있게 배려 해주는 등 따뜻한 눈빛으로 나를 대해 주었다.

비록 그들의 생활이나 몸에 밴 행동들은 비위생적이고, 청결하지 못할지언정 마음만은 정말 깨끗하고 순수한 사람들이었다.

북극에서 태권도 수업을 통해 그들과 소통했고, 그들이 한국과 우리의 태권도를 알게 되었으며, 북극에서 태권도 기합소리가 울렸다는 것에 큰 기쁨을 느끼며 돌아왔다.

북극에서의 7일은 하루하루, 순간순간에 더욱더 집중하고 행동하고 감사하게 생각하며 살아야겠다는 것을 느끼게 해줬고, 주변을 살필 줄 아는 멋진 여성 지도자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뿌듯했다.

대한민국과 캐나다 국기, 그리고 세계태권도평화봉사재단 기를 들고 기념 촬영 중인 이누이트 원주민 학생들과 이유진 단원.

북극에서 맞이한 2016년 새벽, 가족과 친구, 심지어 인터넷도 연결되지 않아 누구와도 연락하지 못했지만, 오히려 차분히 혼자만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고, 추운 날씨 덕분에 더 욱 따뜻하게 느껴졌던 연한 커피의 향기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다.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준 세계태권도평화봉사재단, 주 캐나다 대한민국 대사관의 후원과 베이커 레이크 체육협회(BLIZZARD)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TPC=이유진 단원  tkdnews@korea.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