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북단 노스다코타다주 파고시에서 열린 창무관 세계태권도대회를 참관한 이상기 성일태권도사관학교 관장의 글을 2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11월 11일은 태권도의 이정표가 세워진 날이다 .

미국 최북단 노스다코타다주 파고 시에서 거행된 창무관 세계태권도대회는 태권도의 앞날을 예시해주는 대회로 태권도가 나아가야 할 길을 확연히 제시해 주었다.

11월 9일 목요일 아침, 김순배 총본 관장님과 서울스포츠대학원 대학교 김중영 총장님을 모시고 비행시간만 무려 15시간이나 걸리는, 그것도 두 번이나 비행기를 갈아타면서 초죽음이 되다시피 하여 노스다코타다주 파고에 도착하였다.

인천에서 도쿄 나리타를 경유하며 미네아폴리스에 도착 한 후, 까다로운 입국 심사와 세관 검열을 통과 한 후 국내선으로 갈아 타야하는 불편이 있었지만 미지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은 우리 모두의 마음을 설레게 하였다.

노스다코타주 파고시는 인구 약 10만 명이 거주하는 소읍이지만 노스다코타에서는 제일 큰 도시로 독일 이민자와 노르웨이 이민자들이 반반씩 살고 있는 전형적인 농업 도시였다.

혹한의 겨울이 5개월이나 계속된다는 노스다코타 주는 북쪽으로 캐나다와 국경을 마주보고 있는 벽촌 도시로 한국 유학생들이 12명, 교포가 15명 정도 살고 있는 한적한 도시였다.

창무관 세계대회는 파고에서 제일 큰 시빅센터(시민문화센터)에서 거행되었는데 3천석의 좌석이 입추의 여지없이 완전 매진되어 태권도 경기 역사상 관중수로 으뜸이 아닐까 사료된다.

태권도 경기장에는 관중이 없다는 선입견이 순간 해소되는 장엄한 광경에 신선한 충격과 놀라움이 교차되면서 우리 일행은 본부석으로 안내 되었다.

주심은 빨간색 넥타이를 맨 깔끔한 모습에 예외없이 오피셜 패스라는 공식진행요원의 목걸이를 매고 있는 모습이 올림픽을 연상케 한다. 

시합 참가선수는 1,382명, 심판 30명, 진행요원 9명 총합계 1,421명이 참가하여 창무관 대회사상 최대의 인원 기록을 한 대회로 아침 8시 30분 정각에 시작하여 다음날 새벽 1시 30분에 대단원의 막을 내린 17시간에 걸친 대장정의 대회였다.

우린 여기서 주목할 것이 있다.

태권도 경기를 예술의 경지까지 끌어 올린 이번 경기에서 우리 태권도인 모두가 겸허히 받아 드려야 할 몇 가지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축구, 야구, 농구처럼 태권도 경기도 관중과 하나가 되어 열광의 도가니 속에 파묻히게 하는 채점 방식과 시상식이 특히 이채로워 소개하고자 한다. 품새는 다섯 명의 심판이 양손가락으로 10점 만점에 소수점 두 자리까지 부여하는 독특한 방식을 사용하여 동점을 없애면서 관중의 열기를 이끌어내는 그리고 함께 환호하는 예술의 경지를 연출하였다.

예를 들어 양손가락으로 일곱 개를 편 다음 양손을 교차시키면 7.5점 그리고 다시 한 번 내렸다가 올리면서 8개의 손가락을 펴면 소수점 두 자리 수가 되어 7.58점이 되는 것이다. 심판들을 잘 훈련 교습 시켜서 전원 일치한 동작으로 점수를 매기는 모습은 정녕코 이채로운 장면으로 관중과 함께하는 태권도 경기의 또 다른 묘미였다.

시상식도 나중에 한꺼번에 하는 것이 아니라 급수별로 그때그때 장내를 정리 한 후 웅장한 분위기를 조성하여 올림픽방식 1등, 2등, 3등의 시상대를 마련하여 조직 위원장의 교통 수신호 같은 손짓에 4명의 시상위원들이 해병대 같은 절도 있는 걸음걸이와 90도 각도의 방향 전환으로 엄숙하게 시상 하면서 관중의 환호 속에 수상자 에게 영광을 돌리는 모습을 잘 연출한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듯한 멋진 장관이었다.

겨루기 역시 관중과 함께 하기 위하여 배심원 제도를 없애고 코너 심판들의 청홍 깃발에 의하여 점수가 나오면 주심은 손가락으로 몇 대 몇이라는 스코어를 관중들에게 알려 주는 방식을 채택하여 관중들의 환호와 열기를 고도 시키는 방식이 가슴속에 오 닿았으며, 특이한 것은 코치를 용납지 않아 감독이나 코치가 링 가까이에서 고함을 지르거나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하는 것을 일절 금지시킨 초유의 대회 광경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단 한건의 꼴불견도 없었으며, 불만접수도 없는 완벽한 시합, 아니 예술 그 자체였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17시간 동안 66세의 조직위원장이 단 한 번도 의자에 앉지 않고 진두지휘하자 심판 및 진행요원들이 한결같이 자리를 뜨지 않고 관중들의 환호에 답하면서 공백 없이 일사불란하게 경기를 진행 시키는 모습에서 참 태권도의 장한 모습을 본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이상기 성일태권사관학교 관장  wtkd@paran.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상기 성일태권사관학교 관장
• wtkd@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