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지도자는 경영인이 될 것인가? 기능인이 될 것인가? 교육자가 될 것인가?’ 일선 지도자들이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중요한 문제입니다.
태권도를 잘 가르치고 도장을 잘 운영한다고 해서 모두가 ‘훌륭한 교육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기능자’일 뿐입니다. 또 수련생들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훌륭한 경영자가 되는 것은 더 더욱 아닙니다.
참교육지도자가 되려면 수련생들을 마음으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수련생들의 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수련생들이 불편해 하는 것은 무엇이고,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 일선 지도자들은 알아야 합니다.
그 방법은 수련시간에 수련생들에게 ‘올인’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수련생들을 마음으로 볼 수 있고 지도할 수 있습니다.
지도자들은 수련생들의 아픈 마음을 감싸주고 힘겨움도 품어주며 사랑으로 보살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가 되어야 합니다.
다음 사례들은 도장에서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이를 토대로 학부모에게 가정통신문을 만들어 발송하였습니다. 그 가정통신문을 본 많은 학부모들이 격려 전화를 해주었고 지도자의 생각을 간접적으로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사례 1>노점상 어머니와 수련생
얼마 전 어린 신입 수련생과 말끔하게 차려입은 어머니가 도장에 왔습니다.
어머니는 “경제사정이 어려워 망설이다가 오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겉으로 보기엔 여느 부모님과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도복비와 수련비 등을 원칙대로 정확하게 받았고, 그 어머니 역시 차별적인 대우를 바라는 눈치는 아니었습니다.
아이는 도장 환경에 빨리 적응해 수련 진도가 빨랐습니다. 태권도를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신이 날 정도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추운 겨울날, 시장모퉁이를 돌아서는데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아주머니가 찬 도시락을 먹고 있었습니다. 다시 돌아가 보니 얼마 전 아이 손을 잡고 도장에 온 그 어머니였습니다. 한 손으론 양철 도시락에서 밥을 뜨고 있었고, 다른 손으론 차가운 노점상 바닥에서 고등어를 만지고 있었습니다.
순간 가슴이 찡해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렇게 힘겹게 번 돈으로 아이를 도장으로 보내시는구나’ 라는 생각이 확 밀려왔습니다. 너무나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이 온 몸으로 전해와 눈물이 핑 돌아그 자리를 벗어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의 성의를 다하지 않은 지도에 대한 반성이 밀물처럼 밀려왔습니다.
‘저 어머니의 눈에 눈물을 흘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지도해야지’, ‘저 어머니 가슴에 못 박지 않기 위해서라도 반듯한 사람이 되도록 지도해야지’라는 생각으로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사례 2>한 어머니의 마지막 부탁
오후 3시, 열심히 구령을 붙이고 있는데 한 수련생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관장님, 우리 아이 잘 부탁합니다. 내가 위암에 걸려서 수술하려 병원에 들어가는데 아마 못 나올 것 같아요. 우리 아이가 평소 관장님을 많이 따르고 좋아해서 관장님 곁에 두고 떠나니 그래도 마음이 가볍습니다” 라며 눈물로 이별을 고했습니다.
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고 말았습니다. 수련시간이지만 아이들을 지도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솔직하게 그 어머니의 부탁을 아이들에게 전했습니다. 모두 눈물을 흘리며 우리는 하나가 되었습니다.
아직도 그 어머니가 부탁한 말씀이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또 그 아이는 지금도 아주 착하고 열심히 태권도를 수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그 아이의 아버지가 찾아왔습니다. “관장님! 우리 아이가 관장님을 참 좋아합니다. 평소 관장님이 인성교육을 잘 하셔서 우리아이가 어디 가서도 칭찬을 많이 받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 밝게 웃을 수 있는 아이가 되도록 칭찬을 많이 좀 해주시길 부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눈이 충혈되어 가는 아버지를 볼 수 없어서 고개를 돌렸지만 사무실 안에서는 두 남자의 말없이 흘리는 눈물이 볼 밑으로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난 마음 속으로 다짐했습니다. 저 아이를 반드시 바르게 키울 것이라고.
손성도 대구 우진도장 관장(이학박사)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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