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천재 교수.

독수리는 절벽에다 둥지를 짓는다. 새끼가 알에서 깨어나 자라면서 어미독수리는 새끼에게 나는 법을 가르치기 위하여 제일 먼저새끼를 포근한 둥지에서 냉정하게 쫓아낸다. 새끼를 높은 하늘에서 떨어뜨렸다가 받아내고 다시 떨어뜨렸다가 받아내기를 반복하며 진정한 하늘의 제왕을 만들기 위해 험난한 과정을 거치게 한다.

독수리의 지도방법을 배우자. 둥지를 떠나야 할 때를 알게 해야만 마음도 키가 자란다. 이렇게 기른 넓은 마음은 스스로 뿐만 아니라 주위를 이롭게 하고, 궁극적으로 세계를 바꾸는 힘이 된다.

태권도는 수련생들에게 깊은 정신세계와 넓은 마음을 갖도록 가르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거추장스러운 아집을 마음에서 제거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로 거듭나도록 도와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태권도 수련을 통해서 마음으로 사는 세계를 학생들에게 심어 주고자 한다.

그래서 단순한 신체적 훈련뿐 아니라, 인문적이고 서사적인 교육도 병행한다. 신체 수련은 주로신체의 기능면에 그 효과가 있는 반면, 인문적이고 서사적인 지도는 마음의 변화를 가져다주어 정신적인 면에 커다란 효과를 줄 수 있다.

원래 무술은 강함과 부드러움, 그리고 몸과 마음을 함께 단련하여야 완벽을 추구할 수 있다. 수련의 효과 면에 있어서도, 밖으로 들어나는 부분이 있고 내면 속에 잠재돼 볼 수 없는 영역이 있다.

비만한 사람이 살이 빠져 몸이 건강해지거나, 호신술을 익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능력을 갖는 것이나, 또는 선수의 경기력이 좋아지는 것은 외면적인 효과인 반면, 사람의 마음의 변화는 가시적으로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나는 후자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태권도나 기타 운동을 통하여 제 아무리 힘이 강해지고 기량이 출중해 져도 넓고 깊은 마음이 그 안에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어떻게 인문적이고 서사적인 태권도 수련이 부드럽고 넓은 마음, 강하고 깊은 마음을 길러주는 것일까? 사람의 마음은 주로 외부의 영향을 받으며 단련되기 시작한다. 중요하다고 인식된 사람일수록 그 영향력은 더욱 크게 나타난다.

그래서 부모나 선생님, 친구의 영향력은 크다. 또한, 이러한 마음이나 사고의 전달과정이 인문적이고 서사적인 방법일때 그 효과는 더욱 극대화된다. 태권도가 추구하는 정신 즉, ‘극기’나 ‘겸손’ ‘마음자세’ 등을 무술과 관련된 소설이나 시 또는 만화나 영화 등의 인문적이고 서사적인 방법을 통해 전달하면, 이를 배우고 익히는 사람의 마음에 더욱 깊게 자리잡게 된다.

무술을 통한 긍정적인 감흥은 무술에 대한 열정을 높혀주고 일반적 삶의 대한 사고를 높여준다. 학생들에게 무술영화 ‘와호장룡’을 감상하고 이를 평론하도록 하는 것은 하나의 인문적이고 서사적인 무술지도 방법이다.

청명검을 손에 넣기 전에, 그리고 그것을 쓰는 법을 배우기 전에 먼저 청명검을 쓸 자격(마음의 자세)이 있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주인공 리무바이의 대사를 통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무도의 정신을 접하게 된다.

이러한 지도방법은 학생들의 마음에 오래 남을 수 있다. 스크린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자연의 배경과 음악 그리고 이것들과 어우러진 무술과 그 정신세계. 단순한 싸움 기술이 아닌 종합적 예술로 승화되어 나타나는 삶의 철학. 그해 오스카상을 휩쓸었던 것으로 기억되는 이 한편의 영화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감흥을 주었다.

영화 와호장룡의 내용을 이해하기에 어려운 어린 아이들에게는 아주 오래된 "가라테 키드’ 라는 영화를 보고 감상문을 적어보도록 하는 것도 좋다. 

마음을 쓰고 닦는 내면적 태권도 수련은 마음에 지혜를 더해준다. 우리가 하는 일을 마음으로 깊이 좋아하고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며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그 일에 대한 ‘안목’이 생기게 된다.

이와 비슷하게, 태권도를 통해서는 ‘운동안’ 또는 ‘심안’을 지닐수 있게 된다. 운동안 이란 태권도라는 무술을 통해서 ‘세상을 바 르게 보는 안목’을 말한다. 이러한 안목은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의 삶의 질을 높여 줄 수 있다.

지난 선수시절 나와 겨루었던 모든 적수(선수)들은 높은 산이었고 시합 전 계체하기 위해 오르던 국기원 언덕은 참으로 길고 높게만 느껴졌고 패배한 후 호남선 야간 열차에 몸을 싣는 것은 비참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과정은 내가자라는 좋은 기회였다.

태권도를 수련한다는 것은 산을 오르는 것과 다름이 없다. 앞에 놓여진 높은 산은 우리에게 넘으라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높고 험함에 미리 포기하고 좌절하는 경우가 있다. 마음으로 먼저 넘고 나면 높은 (도전)이 주는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되고 등반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신체능력은 지극히 제한적이어서 중력의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마음의 능력은 쓰면 쓸 수록지혜와 견고함이 더하고 누군가와 나누면 나눌수록 더욱 더 맑아지는 특성이 있다. 태권도 기술을 배우고 익힌다는 것은 신체능력만이 아닌 그 이면인 마음을 갈고 닦아 안목을 기르는 것이다.

우리 마음에 일어나는 부담스러운 일이나 시련들이 결코 나쁘지만은 않다. 우리에게 훌륭한 약이 되기도 한다. 위에서 어미 독수리가 새끼독수리를 하늘의 제왕으로 키우는 과정을 통해서 어미의 사랑을 엿볼 수 있었다.

어미 독수리는 안락한 둥지에 머물려 하는 나약한 새끼 독수리의 몸만 아니라 마음을 함께 공중으로 내어 던져버렸다. 걱정스럽고 부담스러운 일이었지만 나약한 마음을 단련시키기 위해서다.

이처럼 넓은 마음과 강인한 정신, 그리고 삶의 안목을 길러주는 태권도로 제자들을 수련시키고 몸과 마음과 정신이 변화되는 그들을 바라보면서 마음껏 기뻐하자. 기술을 가르치되 정신을 강조하자.

박천재 죠지 메이슨대학 건강체육학부 교수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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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천재 죠지 메이슨대학 건강체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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